전국전력노조 .김.주.영. 위원장
전국전력노조 .김.주.영. 위원장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5.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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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연대 불 밝히는 ‘반딧불이’ 되겠다”

전력산업 공공성 강화·노조 민주화·나눔 운동 활발히 진행

 

전국전력노동조합은 요즘 병동(病棟)이다.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맞서 정책 대안을 내놓느랴,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 하다보니 ‘체력의 한계’를 느낀 간부들 중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선거까지 치른 뒤끝이니 김주영 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들이 녹초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두 명의 간부가 통원치료 중이고 지방 순회 중 잠깐 짬을 낸 김 위원장의 표정에도 피곤함이 역력했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말한다. 지난 3월 8일 실시된 제17대 본부위원장 선거에서 78%의 높은 지지율로 재선된 김주영 위원장은 앞으로의 3년 임기를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더욱 높이면서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는 시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공공성 강화 위한 정책역량 키우겠다
“전력산업 공공성 강화가 가장 급선무입니다. 우리는 민영화된 기업이 공익성을 훼손하는 사례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전력노조는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맞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고, 그 결과 배전분할을 막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배전분할 중단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끊임없이 정책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정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이길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부도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지론이다. 따라서 사안에 따른 외부 전문가 그룹과의 연대는 물론이고, 집행부들이 항상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조합간부 교육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노동조합이 있는 듯 없는 듯한 노사관계’를 만드는 것이 바람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소리 없는’ 발걸음이 더욱 빨라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정부가 지나치게 나서서 공공 부문을 통제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는다. 이와 함께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조 민주화를 위해 그간 과감하게 도입했던 정책들을 더욱 안정시키는 것도 임기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직권조인 철폐, 선거공영제 도입 등 전력노조 민주화를 위한 많은 노력들을 기울여 온 바 있다. 그간 관료적이라는 느낌을 주던 공공 부문 노동조합이 먼저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조합원들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의 자정능력 믿는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노동운동 위기론’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의 자정능력을 믿는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보편적인 민주성을 가지지 못함으로 인해 사회 전반에 나타났던 문제들이 노동조합에서도 불거졌다는 생각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 전체가 건강하고 투명한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그 흐름에 맞춰서 노동운동의 잘못된 관행들도 바로잡혀 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근본 취지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진행과정에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과정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고, 그에 따라 모든 지방에서 한전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나섰을 때 과연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을 덧붙였다. 지방 이전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가 우선시 될 경우 또다른 갈등을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또, 지방 이전의 당사자가 될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대해서도 지적했다.

 

‘반딧불이 프로젝트’ 추진 계획
김 위원장은 노동조합이 사회적 연대에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생각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특히 ‘반딧불이 프로젝트’는 눈여겨볼 만하다. 노동조합과 공사가 함께 펀드를 조성해서 전기를 사용하기 힘든 극빈층에게 ‘불’을 나눠 주자는 것. 펀드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기금의 사용처를 명문화하고, 엄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서 전기요금을 내기 힘들 정도의 어려운 이웃들의 전기요금을 대신 내 준다는 계획이다. 조합원들의 적극적 참여를 위한 방법으로 ‘끝전 모으기’ 등의 대안도 고민 중이다.


“전력의 공익성을 높이면서 노사가 함께 사회적 공헌에 나설 수 있는 실천적 방안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정기적인 소식지를 통해 활동 내용을 공개하는 것과 함께 홈페이지 토론광장을 활용해 온라인 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동영상을 활용한 활동 내용 브리핑이나 좌담 등 온라인 강화, 그리고 지속적인 현장 방문을 통한 오프라인 접촉 등도 계획하고 있다.


가족들에게 ‘빵점 아빠, 빵점 남편’이지만, 노동조합 활동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싶다는 김 위원장은 긴 호흡으로 조합원 곁으로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