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퀵플렉서 계약서, 생활물류법 위반되나?
쿠팡 퀵플렉서 계약서, 생활물류법 위반되나?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5.03 18:17
  • 수정 2023.05.03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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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쿠팡 택배노동자-영업점 및 영업점-CLS 간 계약서 법률 검토 발표 기자회견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CLS도 생활물류법 적용대상... 택배노동자 권리 보장해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생활물류법 쿠팡CLS 불공정계약서 법률검토 결과발표 및 쿠팡의 불공정계약·생물법위반 감시 실천단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생활물류법 쿠팡CLS 불공정계약서 법률검토 결과발표 및 쿠팡의 불공정계약·생물법위반 감시 실천단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쿠팡 택배노동자(퀵플렉스 기사)들의 계약서 내용이 생활물류법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생활물류법 쿠팡CLS 불공정계약서 법률검토 결과발표 및 쿠팡의 불공정계약·생물법위반 감시 실천단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쿠팡의 물류 자회사로 택배서비스사업자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은 택배서비스사업자, 영업점 그리고 이들과 위탁계약 또는 근로계약을 맺은 택배노동자 등에게 적용되는 제도로, 쿠팡 택배노동자도 이 법의 보호를 받는다.

쿠팡CLS, 영업점, 퀵플렉서(택배노동자) 간 위수탁 관계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쿠팡CLS, 영업점, 퀵플렉서(택배노동자) 간 위수탁 관계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생활물류법 제32조는 택배업 노사 계약 체결 시 국토교통부에서 정한 표준계약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영업점-택배기사 위·수탁 표준계약서’ 제7조는 위탁자(영업점)가 계약 기간 중 사전 합의 없이 ‘담당 구역’ 등을 수탁자(택배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택배노동자가 수행하는 업무 범위를 예측 가능하도록 설정해 최소한의 수입이 확보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대책위는 CLS가 쿠팡 택배노동자들의 담당 구역을 예측 불가능하게 설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공개한 일부 쿠팡 택배노동자 계약서 내용에 따르면 담당 구역을 ‘조율’ 또는 ‘(광역시) 전체 구역’이라고 작성돼 있었다. 이는 위탁 물량의 보장이 확실하지 않아 택배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대책위의 설명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공개한 한 쿠팡 택배노동자의 계약서 일부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공개한 한 쿠팡 택배노동자의 계약서 일부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대책위는 CLS가 영업점에 일정한 구역을 제대로 할당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공개한 CLS와 영업점 간 체결한 계약서 내용에는 ‘CLS가 영업점에게 어떠한 독점적인 권리 또는 최소 물량 또는 고정적인 물량의 위탁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택배노동자들에 대한 구역 할당도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생활물류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생활물류법상 영업점은 ‘일정한 구역을 할당받아’ 해당 구역 내에서 화물의 집화·배송 등 업무를 위탁받는다고 규정돼 있어, CLS의 방식은 ‘일정한 구역’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공개한 CLS-영업점 간 위수탁 계약서 일부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공개한 CLS-영업점 간 위수탁 계약서 일부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단순 구역 변경이 아닌, 구역 회수(클렌징)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밝혀왔다. 구역 회수는 곧 일감이 줄어드는 것을 뜻해 사실상 계약 해지 즉 해고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생활물류법상 택배노동자들의 계약 갱신 청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대책위는 보고 있다.(관련기사: 퀵플렉스 노동자, 일자리 지워지지 않으려면 과로해야)

생활물류법 제10조는 택배노동자가 최초 계약일로부터 6년간 계약 갱신 청구권을 보장받도록 규정한다. 제11조는 계약 위반 사유 발생 시 택배노동자에게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두고 있고, 시정되지 않을 경우 서면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도록 한다. 따라서 구역 회수로 쿠팡 택배노동자들의 최소 계약 기간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생활물류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김은진 서비스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설명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쿠팡이 구역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쿠팡이 택배노동자의 생존권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라며 “택배사업자 CLS는 생활물류법과 택배노동자 표준계약서 내용을 준수하고 택배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쿠팡 택배노동자들의 계약서가 생활물류법 위반인지 등을 계속 감시하며 쿠팡 등 관계 당국과 법원에 그 시정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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