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 운동 통한 주인의식 함양이 중요”
“우리사주 운동 통한 주인의식 함양이 중요”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2.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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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안정 문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
젊은 조합원과 소통 위해 다양한 노력
전국담배인삼노동조합 전영길 위원장

지난 1월 6일 실시된 전국담배인삼노동조합 19대 위원장 선거에서 현 위원장인 기호 1번 전영길 후보가 기호 2번 김인기, 기호3번 강무호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총 투표자 5098명 중 3665명의 지지(지지율 71.9%)를 받은 전영길 후보는 이로써 3선에 성공해 17, 18대에 이어 9년간 위원장으로 활동하게 됐다.

선거가 끝난 이틀 후 전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대전에 위치한 KT&G 본사를 찾았다. 마침 사내방송과의 인터뷰를 끝낸 그는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기자를 맞이했다. 전 위원장에게 6년간의 위원장 활동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 3년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 먼저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당선으로 3선에 성공하셨는데 ‘장수’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이전(16대까지) 위원장 선거에서는 대의원을 통한 간접 선거방식이었으나 제가 위원장이 될 때부터 조합원 전체의 직접 선거로 선출됐습니다. 현장생활 10여 년 동안 지부장을 2번했고 노조 사무처장을 하면서 전에 계셨던 위원장님들과는 다르게 현장중심의 노동조합 운영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상집 간부들과 함께 매달 한두 번씩 전국을 돌면서 조합원들의 어려운 점이나 조합에 바라고 있는 점을 충분히 알기 위해서 현장을 누볐습니다. 그러면서 그분들이 진정으로 노동조합에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의견을 듣고 함께 했기 때문에 마음이 통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우리주식 갖기 운동,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장 보람 있어

- 6년 동안 위원장 활동을 했는데 가장 보람 있었던 활동은 무엇이었나요.

“우리의 고객은 조합원입니다. 회사도 발전하고 내부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임금인상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발전하고 회사가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우리사주 갖기 운동을 많이 실행했습니다.

실제로 전 조합원이 갖고 있는 주식이 KT&G 총 주식의 6%에 달합니다. 일인당 평균 2200주를 소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할 수 있고, 적대적 M&A 등을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점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배송사원이 주를 이룬 비정규직 416명을 2008년 10월 1일자로 정규직화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 현장 순회 첫 방문지였던 부산에서 비정규직 분회장이 잠깐 앉으라고 하더니 넙죽 절을 했습니다. 고맙다고. 저는 노동조합 하면서 이런 희열과 뿌듯함을 맛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여러 해 동안 노사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약속된 계획 하에 진행되었습니다. 2007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철폐했고, 작년에 완전 정규직화를 했습니다. 노사간의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 임기중에 가장 중점에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첫 번째는 누가 뭐래도 고용안정입니다. KT&G는 2008년도에 최대의 수익을 냈습니다. 작년에도 신입사원을 100명 이상 뽑았고, 416명의 비정규직을 전부 정규직화 했기 때문에 지금 당장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시장 상황을 봐서 구조조정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연간 100여 명에 이르는 자연퇴직분을 적절히 이용하고, 인삼공사란 자회사가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어 필요하다면 인력 재배치 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현재 담배 산업이 처한 상황이 결코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회사가 탄탄하게 발전해야 우리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고용안정에 주력하면서 담배산업 보호를 위한 활동을 펼쳐나가려고 합니다. 먼저 KT&G가 탄탄한 회사로 발전해야 합니다.

그런 이후에 직원들의 임금을, 현재 100대 상장사 중 5위 정도 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유지하면서 복리후생, 노후보장 등에 중점을 두고 일을 할 생각입니다.”

- 2009년 노동계의 핵심적 사안이라고 하면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복수노조는 산별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한 개의 기업 안에 복수노조를 허용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너무 빠른 감이 있습니다.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의 경우도 ILO 권고기준에 따라 기업별로 자율성을 부여해 노사 자율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전국담배인삼노조는 여러 해 동안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노조의 경우 급하면 조합비를 0.3%만 인상해도 상근자들의 임금을 충당할 수 있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와 다른 열악한 노동조합입니다. 전임자 임금 지급이 중지된다면 노동운동은 질적, 양적으로 활동의 저하가 불가피할 것입니다.”

▶ 58년생 ▶ 82년 전매청 입사 ▶ 95년 원주제조창 지부장 ▶ 99년 전국담배인삼노조 사무처장 ▶ 03년 전국담배인삼노조 17, 18대 위원장 ▶ 09년 전국담배인삼노조 19대 위원장(3선)

조합원 눈높이에 맞는 활동해야

- 노동운동이 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위원장님이 생각하는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무엇입니까?

“저도 15년 동안 노동조합 활동을 해왔지만 그 전에 보면 집행부만을, 노조 간부들만을 위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조합원들이 뭘 원하는지 파악하고, 함께 해야만 조합 활동도 가능하고 집행부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조합원들 눈높이에 맞춰 같이 부응하지 못하면 노조활동은 살아남을 수 없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한국노총의 기조에 따라 일단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그 과실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이 분명히 요구해서 분배받는 그런 것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사측이 됐든 누가 됐든, 일단 같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형성된 공감대를 발판으로 회사가 발전하면 발전한 만큼의 과실을 조합원에게 분배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일단 회사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다음에 우리 몫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활동과 함께 사회개혁활동도 노동조합이 선두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국담배인삼노조는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봉사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고, 지역 체육 활성화라든가 사측과 함께하는 것이지만 상상 축제, 불꽃 축제 등을 통해 지역 사회와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많은 노조 활동가들이 조합원들의 성향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조합원과 현재의 조합원이 다르고, 나이든 조합원과 젊은 조합원이 다르다고 합니다. 전국담배인삼노조는 어떤가요?

“나이든 조합원의 경우 조직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개인능력을 보장받으려는 성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직보다는 개인적 성향이 강해져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까 능력은 있지만 조직에 대한 충성도는 떨어집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자유분방함이 회사의 활력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젊은 조합원의 경우 노동조합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집니다. 임금 등 복지부분에 이외의 노조 활동에 대해서는 잘 살펴보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우리 노조에서는 간부들을 전에 비해 젊은 조합원으로 대폭 교체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년 300명~400명씩 젊은 조합원의 교육을 통해 노조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있습니다. 최대한 세대간, 연령간의 장벽을 없애고 전체 직원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조합원들과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노사간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명분하고 자존심입니다. 회사측에 매번 이야기하는 것이 회사의 모든 것을 소상히 밝혀라, 회사가 어려우면 임금을 동결하거나 깎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명분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노동조합은 자존심을 먹고 살기 때문에 자존심에 관한 문제는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대화를 통해 진심을 알게 되면 문제는 바로 풀릴 수 있습니다. 어떤 문제든지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서로의 눈높이에서 해결하려고 하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3년 동안 위원장 활동을 하면서 조합원들과 함께 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내일부터 또 다시 현장을 계속 돌아다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