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도 복지가 필요하다
사회복지사도 복지가 필요하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9.02.0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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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는 많아지는데 근무조건은 열악
돈보다 소명의식으로 일하는 직업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한 청년이 손에 파란 주머니를 두어 개를 들고 가파른 신림동 골목길을 바삐 걷는다.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아 제법 쌀쌀한 날씨건만 청년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골목길을 걷던 청년의 발걸음이 골목 중간쯤에 위치한 다세대주택 대문 사이로 사라진다. 그리고 연이어 들리는 목소리.
“복지관이에요!”

정성 담은 도시락 배달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설 연휴가 지난 1월 28일 오전, 도시락을 배달하는 서현석(28) 사회복지사의 마음이 급하다. 설 연휴 동안 고향에 다녀오느라 들리지 못한 어르신들의 안부가 염려되기 때문이다. 골목길 어귀에 차를 세워두고 어르신들이 사는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인 어르신들께 복지관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도시락을 배달해요. 금요일은 토요일에 드실 도시락까지 2개를 배달하죠. 도시락 가져다 드리면 어르신들이 밥을 3등분해서 점심, 저녁은 물론 아침까지 해결하시죠.”

도시락이 배달되지 않는 일요일에는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란다. 도시락이 어르신들의 양식의 전부인 셈. 그래서 이번 연휴처럼 며칠 동안 찾지 못할 때는 걱정이 앞선다.

차량으로 도시락을 배달하는 요즘은 그나마 좀 나아졌다. 지난 여름엔 언덕배기를 뛰어다니며 배달했단다. 배달을 마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는 건 당연지사. 서현석 씨는 그래서 여름엔 미리 땀복을 준비해서 도시락을 배달하고 나면 옷을 갈아입고 사무실에 들어갔다고 귀띔한다.

요즘 도시락 배달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참여한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혼자서 100명이 훨씬 넘는 어르신들께 도시락을 가져다 드려야 한다고. 서현석 씨는 도시락을 정성스레 마련해주는 복지관 옆 식당에도 고마움을 전한다.

예전에는 복지관에서 음식을 마련해 도시락을 만들었다. 다행히 복지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진 식당 주인이 흔쾌히 도시락을 마련해줘 일손을 덜었다.
서현석 씨는 도시락을 배달하며 어르신들의 안부를 일일이 챙긴다. 얼마 전엔 백내장으로 실명의 위험이 있던 어르신께 한국실명예방재단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덕분에 어르신은 재단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돌아다니면서 간판이나 포스터 하나까지 이것저것 꼼꼼히 살피죠. 실명예방재단도 그렇게 발견했고 어르신께 소개해 드릴 수 있었어요. 그렇게 네트워크가 넓어지는 거죠.”

사회복지사 되려면 목표 뚜렷해야

도시락 배달이 끝나도 서현석 씨에겐 쉴 틈이 없다. 복지관 4층에 마련된 식당에는 이미 많은 어르신들이 나와 무료급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옆에서 수발을 들면서 어느 분이 빠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러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어르신들 안녕하세요? 명절을 편히 보내셨나요?”
서현석 씨가 큰 목소리로 인사하며 식당에 들어서자 어르신들 얼굴이 활짝 펴진다. 마치 친손자 대하듯 서현석 씨 손을 잡고 안부를 묻는다. 그중 한 분이 “국수 언제 먹게 해주냐”며 농담을 건네자 옆에 있던 분은 “요즘엔 국수 대신 갈비탕”이라고 받아 넘긴다. 식당 안에 웃음꽃이 피고, 서현석 씨는 식당을 돌며 일일이 인사를 전한다.

마침 식당에는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에서 나온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 강의로만 배우던 사회복지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는 것. 실습생들은 사회복지에 뜻이 없었으면 진즉에 그만뒀을 거라면서 자신들은 사회복지사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한다.

“사회복지사를 돈벌이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큰돈이 되는 직업은 아니죠. 직업을 통해 만족감과 보람을 얻는, 뭐랄까 소명의식이 뚜렷해야 합니다. 저도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복지사로 진로를 정했죠. 2007년 2월에 복지관에 들어와서 직원증을 받고 나서 꿈이 실현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때의 초심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무료급식까지 마치고 나자 비로소 한숨 돌릴 수 있는 틈이 생긴다. 오후에는 밀린 행정업무를 처리해야 한단다. 때론 행정업무가 밀려 과부하가 걸리기도 하고, 필드 업무를 하면서도 심적 부담이 된다. 사회복지사들이 처리하는 행정업무는 관계기관과의 공문 처리나 증빙서류를 정리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업무량 가중시키는 성과 평가

사회복지사가 되려면 자격증이 필요하다. 대학 졸업 시 2급 자격을 취득하고, 국가고시를 거쳐 1급 자격증을 따야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다. 1급 자격증을 따면 크게 행정기관에서 사회복지전담요원으로 활동하는 공무원이 되거나 민간기관에 들어가서 근무하게 된다.
이 외에도 민간 기업에서 사회공헌활동 관련 부서에서 일하거나 의료기관, 학교 등에서 일하기도 한다. 최근엔 군대에서 고충상담 등을 하는 군 사회복지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사회복지사의 신분은 공무원인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행정기관 사회복지전담요원은 공무원이지만 민간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공무원이 아니다.
사회복지사업은 정부가 담당해야 할 업무다. 하지만 정부의 손길이 구석구석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아 민간기관에 위탁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현석 씨가 근무하는 신림종합사회복지관도 한림대 재단이 정부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위탁운영을 하는 경우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재단에서도 전입금을 지원받는다. 정부는 보조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그 성과를 평가한다. 심사를 통해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위탁하는 기관을 다른 민간기관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런 성과 평가는 사회복지사들에게 부담이 되기 십상이다. 사회복지사업이란 게 수치로 평가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락 배달만 해도 평가할 수 있는 게 몇 분에게 배달했는지 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양적인 지표로 평가하는 건 개선돼야 하지 않겠어요? 사회복지사업이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사업은 아니잖습니까?”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사회복지사 대폭 늘려야

필드 업무를 하는 사회복지사들을 정말로 힘들게 하는 건 따로 있다.

“대상자를 만나다보면 가치관에 혼란이 올 때가 있어요. 객관적으로 보면 도움이 꼭 필요한 분인데 스스로는 서비스가 필요 없다는 거예요. 반대로 서비스를 아무리 잘 해도 사회복지사들은 말만 한다고 욕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어요. 그럴 땐 내가 왜 이걸 하나 생각이 들 때가 많죠. 그래도 그런 하소연을 들어주는 사람은 사회복지사 말고는 없잖아요?”

가치관 혼란으로 현장을 떠나는 사회복지사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는 서현석 씨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복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회복지사가 스스로를 챙기지 못하면 혼신의 힘을 다해 남을 도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회복지사가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단다. 사회복지학과 졸업생 중 사회복지사가 되는 비율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요양보호사 같은 유사 직업이 늘고 있는 것에서 나타나듯 사회복지사가 필요한 곳은 많은데, 사회복지사로 일할 수 있는 곳은 적다보니 사회복지사들의 업무량이 과다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사회복지사들에게 어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움을 받은 이들이 고맙다고 전화하거나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서현석 씨는 그렇게 받은 편지를 책상 앞에 붙여 놨다. 자칫 자신이 흐트러지려 할 때 그 편지는 마음을 다잡는 힘이 된다.

사회복지사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서현석 씨가 당부하는 것은 두 가지다.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라는 것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몸에 배게 하라는 것. 사회복지사가 가진 재산은 인적 네트워크밖에 없다는 서현석 씨는 사람을 대하려면 세상을 많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배려가 절실하단다.

“세상 살다보면 언제 무슨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 없죠. 그런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게 사회복지라고 생각해요. 사회복지사가 존재하는 이유죠.”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사회복지사의 존재는 알지만 그들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이들의 업무를 들여다보면 범위가 너무 넓어 새삼스레 눈이 휘둥그레진다. 크게 필드 업무와 지원 업무로 나뉘는데, 필드 업무는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필드 업무는 다시 대상자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 가족복지사업
   _가정 내에서 가족들이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도와 가정해체를 예방하는 활동
   _가족 내 갈등관계 상담, 자녀문제 상담, 성격문제 상담, 의사소통훈련, 가정폭력 예방교육, 아동학대 예방교육, 심리검사, 적성검사, 심리치료 등
쪾아동복지사업
   _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위해 가족과 지역사회가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게 지원함으로써 어린이가 건강하게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활동
   _학습지도, 특기지도, 아동상담 등을 통한 정서발달 지원, 계절학교, 문화체험활동, 방과후교실, 양육지원, 생활지원, 지역사회와의 연계망 구축 등

◈ 청소년복지사업
   _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
   _상담, 학습지도, 문화체험활동, 동아리활동, 경제적 지원, 대안학교 운영 등

◈ 노인복지사업
   _노인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생활을 돕고 부양가족의 부담을 덜어주는 활동
   _노인 건강을 위한 체육활동, 여가활용 프로그램, 친교를 위한 프로그램, 한글교실, 무료급식, 기초적인 의료서비스, 특별 이벤트 등

◈ 재가복지사업
   _거동이 어려운 저소득·무의탁노인, 소년소녀가장, 한부모가정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역사회 보호 서비스
   _결식우려 수급자에 대한 도시락배달, 건강지원, 일상생활지원, 이동목욕봉사, 세탁, 이·미용, 청소 등

◈ 의료복지사업
   _지역주민 모두가 의료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건강관리, 건강문제 해결, 질병예방 등을 도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활동
   _지역 병의원과 연계한 진료 및 예방 등 질병관리, 보건상담, 물리치료, 가정방문 간호 등
이런 사회복지사업이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및 자활기관, 복지시설 등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인적·물적 자원을 개발하는 것도 사회복지사의 업무다. 자원봉사자나 복지시설과의 연결은 물론 기업 등의 사회공헌활동과 연계하고, 결연을 통해 후원자와 수급자를 연결하기도 한다.
또 일일호프 등 후원금 모금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나아가 지역사회의 문제를 주민들 스스로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운동과 연결하거나 직접 한 축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