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간호법에 ‘2호 거부권’ 행사
윤석열 대통령, 간호법에 ‘2호 거부권’ 행사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5.16 15:58
  • 수정 2023.05.16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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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역 간 과도한 갈등·숙의 부족해 재의요구안 의결
“공약 파기·행정폭거” 비난 이어져···야당 재투표 추진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20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 제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자 간호법 제정을 요구해왔던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야당은 재투표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제20회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간호법 제정안을 거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간호법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간호업무의 탈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간호법은 간호인력과 간호에 관한 사항을 독자적인 법률로 제정해 간호인력의 면허와 자격, 업무 범위, 권리와 책무, 양성과 수급 및 처우 개선 등을 체계적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간호사 등의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을 통한 간호사 등의 장기근속 유도 및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지원을 하도록 하고, 간호사 등을 고용하는 각종 기관과 시설의 장은 간호사 등의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을 위하여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한다(제21조)”는 조항 등 간호사의 처우개선에 대한 국가의 책임 등도 담겨 있다.

간호법은 발의될 때와의 분위기와는 달리 직역 간 갈등과 정쟁에 초점이 맞춰지며 본회의 통과까지 진통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을 본회의로 직회부하자, 당초 제정에 찬성했던 국민의힘은 사실상 당론으로 간호법을 반대하며 본회의 표결을 거부하기도 했다. 간호사의 권한 확대를 우려하는 의사단체 등의 눈치를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를 규탄했다. ⓒ대한간호협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는 입장을 내고 “약속을 파기한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대통령이 간호법을 제정하겠다는 약속은 증거와 기록이 차고 넘치는데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간호법 제정 약속과 공약을 파기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재난적 의료위기 상황에서 간호사는 끝까지 환자를 위해 의료현장을 지켰다. 그런데도 간호법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법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공정하고 상식적이지 못한 불의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2023년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단죄하고 파면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을 선언한다”며 “간호법을 즉각 국회에서 재의할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도 ‘헌정사상 유례없는 행정폭거,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국회의 정당한 입법권조차 무력화시키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정부 입맛대로 법을 골라 거부권을 행사하는 정치의 수준은 안타까운 수준을 넘어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우리 노조 역시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이 역시 문제를 야기했던 핵심 주범은 간호정책의 체계적인 수립의 문제를 직역 간 갈등으로 확산시키고 여야 간 정쟁으로 취급하며, 정치적으로 갈라치기 한 보건복지부와 정부의 태도였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비난도 거세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관련 입장’을 내고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자, 국민의힘 21대 총선 공약”이라며 “간호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갈등 중재와 합의 처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는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뜻에 따라 국회에서 재투표에 나서겠다”고도 덧붙였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대통령 본인의 약속마저 파기한 민심에 대한 도전이자, 국회의 입법권을 또다시 부정하는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이 본회의 재의마저도 막아선다면 간호사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 역풍을 맞게 될 것임을 분명하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재투표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혔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국회에서 재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현재 재적의원 299명 중 여당인 국민의힘 의석수는 115석으로, 3분의 1이 넘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결 안도 부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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