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노동, 인권도 조각나” 초단시간 노동에 노동법을
“조각난 노동, 인권도 조각나” 초단시간 노동에 노동법을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5.16 17:51
  • 수정 2023.05.1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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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시간 노동자 권리찾기법 입법 촉구 토론회
차별 없도록 근기법·퇴직급여보장법·고용보험법 3법 개정돼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알바연대, 이탄희 민주당 의원, 기본소득당 노동안전특별위원회가 16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찾기법 입법 촉구 국회 토론회’를 진행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노동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알바연대,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본소득당 노동안전특별위원회는 16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찾기법 입법 촉구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고용보험법 등을 개정해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유급휴일과 유급휴가, 퇴직금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초단시간 노동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노동권 차별’이 계속돼 국회가 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자를 주 15시간 미만으로 고용하면 사용자는 ▲1주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고(근로기준법 제55조) ▲연간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지 않아도 되고(근로기준법 제60조)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조 제1항) ▲2년을 초과해도 기간제근로자로 채용할 수 있다(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 제3항 제6호). 국민연금법, 국민건강보험법, 고용보험법에서도 1개월 간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노동자를 직장가입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앞선 1일 용혜인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른바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찾기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제55조와 제60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근로기준법 제18조 제3항을 삭제하는 등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노동법 적용을 일부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관계법·시행령을 개정하는 내용이다.

홍종민 알바연대 사무국장은 토론회 발제에서 “여러 국가의 노동법을 찾아보면서 통상 노동자와 단시간 노동자를 구분하는 사례는 흔했지만 그 중에서 일부를 또 따로(단시간 노동자와 초단시간 노동자) 규정해 권리를 박탈하는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며 “사업장 규모나 노동시간에 따라 별도 규정을 통해 권리의 적용제외를 규정해 노동자를 덜 보호하는 형태의 법안은 우리나라 외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찾기법은 노동자에게는 일자리의 안정성을, 사용자에게는 노무관리의 편안함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법 개정과 더불어 지자체 차원의 노력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울산 동구는 기존 15시간 미만으로 근무해왔던 초단시간 노동자들에게 주 15시간 이상 근무시간을 보장해 주휴수당과 연차, 실업급여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최소 생활 노동시간 보장제’ 도입을 결정한 바 있다. 동구는 구청과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장애인과 도서관 사서 도우미 등 총 53명에게 제도를 먼저 도입할 예정이다.

토론자들도 발제에 동의하며 주장을 보탰다. 90년생 여성노동자와 관련한 실태조사를 했던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초단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청년 여성노동자들은 스스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은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특정 조건의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노동권에서 배제되는 현행법은 차별을 조장하고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21년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과 관련해 6대 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다수의 의견은 사용자에게 모든 노동자에 대한 퇴직급여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과중한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상황을 보완해줄 다른 사회보장적 제도가 존재한다는 점이 감안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양승원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동법적 보호를 비례 적용이 아닌 전면 배제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는 기본권 제한의 한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내용을 위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퇴직금을 사회보장적 성격으로 보는 것도 학계와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와 맞지 않는다. 학계의 통설과 대법원의 기존 판시는 퇴직금을 후불임금이라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도 토론회 인사말에서 “현행 노동법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주 15시간이라는 기준을 세워 그 미만으로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 바깥으로 팽개친다”며 “조각난 노동은 인권도 조각낸다. 통계자료도 단시간 노동자와 초단시간 노동자가 통상노동자(주 40시간 이상) 수를 역전했음을 보여주는 만큼 초단시간 노동의 실태 파악과 제도적 해법 찾기를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