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1박 노숙...동료 분신에 화난 전국 3만 건설노동자들
서울서 1박 노숙...동료 분신에 화난 전국 3만 건설노동자들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5.16 19:32
  • 수정 2023.05.16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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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일 건설노조 1박 2일 노숙 총파업 돌입
야 4당·민주노총·건설노조 한목소리로 "건설노조 탄압 중단"
16일 오후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서울 중구 시청 앞에 모여 1박 2일 총파업 투쟁을 알리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회엔 3만여 명의 건설노동자들이 모였다.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건설노동자 3만여 명이 서울에 모여 1박 2일 노숙 투쟁을 벌인다. 전국의 조합원들이 서울에 모여 노숙하는 고강도 투쟁을 벌이는 것은 건설노조 사상 최초다.

16일 오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위원장 장옥기)는 서울 중구 시청 앞에 모여 1박 2일 총파업 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3만여 명(주최 측 추산)의 건설노동자들이 세종대로를 가득 메웠다. 건설노동자들은 오늘 서울에서 밤을 보낸 후 내일(17일) 오후 2시 세종대로에서 진행하는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석한 후 1박 2일의 총파업을 마무리 짓는다.

앞서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노동조합 활동을 한 것을 이유로 검경으로부터 공동공갈 혐의를 받던 건설노동자 양회동 씨는 "정당하게 노동조합 활동을 했을 뿐인데, 공갈이라니 자존심이 상한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긴 후 분신했다.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겨졌던 양회동 씨는 2일 사망했다.

건설노조는 양회동 씨의 죽음의 원인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건폭(건설 현장 폭력행위)'이라는 조어까지 하며 건설 현장 불법행위를 없애겠다고 이야기한 이후 수사 당국은 건설노조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이어 나가고 있다. 경찰은 1계급 특진을 걸고 건설 현장에 대한 200일 특별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16명의 건설노동자가 구속됐고, 1,000명이 넘는 건설노동자들이 수사받았다.

건설노조는 정부가 불법 다단계 하도급 등 건설 현장 불법행위의 근본적인 원인을 모른 척한 채 건설노조의 정당한 교섭 및 단체협약을 불법행위로 몰아가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양회동 씨 또한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한 것이 공갈 등 형법에 따른 불법행위로 몰린 것에 대해 유서를 통해 강하게 규탄한 바 있다. 나아가 양회동 씨는 이 같은 사실을 유서를 통해 야 4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과 노동조합에 알리며 '노조를 탄압하는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건설노조 탄압 중단 ▲윤석열 정부의 공식 사과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건설노동자 고용개선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 등을 요구했다.

결의대회엔 양회동 씨가 유서를 남겼던 야 4당 관계자도 참석해 정부에 건설노조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탄압과 파업의 연쇄를 끊어내고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기 위한 국회, 정부, 건설 노사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민주당은 건설안전특별법을 포함해 건설노동자를 지키기 위한 법들 또한 차례차례 통과시켜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야 3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은 이날(16일) 오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건설노조에 대한 공동 대응을 할 것을 결의했다. 결의대회엔 이정미 정의당 의원, 강성희 진보당 의원,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표가 참석해 건설노조의 싸움에 야 3당이 앞장서서 함께 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은 "양회동 동지가 남긴 불씨를 7만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거대한 횃불로 만들자"면서 "건설자본과 윤석열 대통령이 양회동 동지에게 무릎 꿇고 사과할 때까지 이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똥떼기(임금 착복)와 쓰메끼리(유보임금), 산재가 난무하는 건설 현장을 바꿔온 것은 언제나 정부가 아니라 건설노조였다"며 "임금이 떼이고, 일하다 떨어져 죽는 노예의 삶, 그런 과거로 회귀하지 말자는 것이 양회동 동지의 유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동지의 유지를 이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건설노조는 노숙 전까지 같은 장소에서 '4개 종교 추모기도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촛불문화제'를 진행한다. 오늘(16일)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200일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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