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조선일보 악의적 왜곡 그만”
건설노조 “조선일보 악의적 왜곡 그만”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5.18 07:25
  • 수정 2023.05.18 0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회동 씨 분신 목격자 자살 방조한 것처럼 보도한 조선일보
건설노조 사실관계 밝히며 “악의적 왜곡”
악의적 보도 아니냔 질문에 조선 기자 “노코멘트”
원희룡 해당 보도 공유... 건설노조 “원 장관, 인간이길 포기”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건설노조와 언론노조가 17일 오전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16일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반박을 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건설노조가 분신으로 사망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씨가 분신하던 순간의 상황을 밝히며 “목격자 ㄱ씨는 자살을 방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조선일보가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대처’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며 목격자 ㄱ씨가 고인의 죽음을 방조한 것처럼 보도한 것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서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목격자 ㄱ씨는 양 씨의 극단 선택을 만류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하며 건설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노조와 언론노조는 17일 오전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지난 16일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노동절인 1일 건설노동자 양회동 씨는 노동조합 활동이 공동공갈 등의 혐의를 받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분신했다.

분신 당시 상황에 대한 건설노조의 설명을 종합하면, 당시 양회동 씨는 목격자 ㄱ씨에게 자신이 있는 곳으로 와달라고 이야기한 후 몸에 시너를 뿌렸다. 이후 목격자 ㄱ씨가 현장에 도착하자 양 씨는 ‘이미 시너를 뿌렸다. 가까이 오지 말라’고 말했다. 이후 양 씨가 남는 시너를 몸에 뿌리는 동안, 목격자 ㄱ씨는 ‘하지 말라’고 연이어 소리치며 서 있었다. 그 후 양회동 씨는 라이터를 당겨 분신했다. 분신 당시 목격자 ㄱ씨는 한 조합원에게 전화가 왔지만, 수신을 거절했다. 대신 분신 상황에 대해 소통하고 있던 다른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해당 동료는 받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이 상황을 보도하며 양회동 씨가 목격자 ㄱ씨를 만나기 전 이미 시너를 뿌린 후 이 사실을 ㄱ씨에게 알리며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한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경찰 또한 건설노조의 설명과 마찬가지로 “(양 씨가) 바로 불을 지른 게 아니고 주위에 시너를 뿌려둔 뒤 동료가 왔을 때도 라이터를 든 채 ‘가까이 오지 마라. 여기 시너 뿌려놨다’고 경고해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괜히 다가갔다가 자극받은 양 씨가 라이터를 먼저 당길 수도 있고 만약 들어가서 말렸다면, 둘 다 같이 죽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상황을 보도하는 대신 ”‘시너를 뿌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불이 붙는 순간까지는 최소 30초가 걸렸다. ㄱ씨는 양 씨의 분신 준비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고, 어떠한 제지의 몸짓도 보이지 않았다“며 시너를 뿌리는 동안 ㄱ 씨가 충분히 말릴 수 있음에도 상황을 방치한 것처럼 보도했다.

또 조선일보는 ‘ㄱ씨는 양 씨가 분신한 후에도 불을 끄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몸을 양 씨 반대 방향으로 돌려 휴대전화를 조작했다. 그 시간대에 112와 119에 ㄱ씨 번호로 접수된 신고는 없었다’며 미심쩍은 행동이라는 듯 보도했다. 건설노조 설명에 의하면 당시 ㄱ씨는 양 씨의 분신에 대한 상황을 공유하며 그를 말리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다른 동료와의 통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다양한 범죄 상황을 분석하는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씨는 ”상대방이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면 사람은 순간적으로 충격을 받아 얼어붙는다. 상황에 대한 현실감이 없기 때문“이라며 ”갑작스럽게 성범죄를 당한 여성에게 왜 모든 순간 합리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냐며 미심쩍다고 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동료의 분신을 맞이한 이에게 30초가량 최선의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를 자살 방조 등 미심쩍은 상황으로 보는 것은 무리하고 악의적인 해석“이라고 질타했다.

건설노조 또한 ”조선일보의 보도는 의도성을 가지고 사건을 왜곡·선동할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쓰인 기사“라며 ”이 보도에 대해 철저한 조사로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훈민 조선일보 기자(문제가 된 보도를 한 기자)는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누락·축소한 악의적 보도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참여와혁신의 서면 질문에 ”무응답으로 처리 부탁한다“고 답했다.

한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조선일보의 해당 보도를 개인 SNS에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했다는 의문이 든다고 올렸다. 이에 건설노조는 ”악의적 보도도 문제지만, 그런 보도를 그대로 옮기며 의혹을 증폭하는 원희룡 장관은 인간이길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논평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