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과 협박은 무엇이 다를까?
교섭과 협박은 무엇이 다를까?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5.18 17:24
  • 수정 2023.05.18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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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변호인단 교섭에 협박·강요 적용하는 검경 규탄
“헌법에 보장된 단체교섭에 대한 무지 혹은 의도적 무시”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18일 오전 건설노조와 건설노조 탄압대응 100인 변호인단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건설노조에 적용된 주요 혐의와 문제점에 대한 변호인단의 입장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건설노조 탄압 대응 100인 변호인단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18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단체교섭 활동에 대해 협박·강요죄로 수사를 받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했는데 공갈이라니 자존심이 상한다”며 분신 사망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씨의 노동조합장이 치러지고 있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검경 등 수사당국은 지난해 12월부터 고성과자 50명 1계급 특진을 걸고 건설 현장 특별단속을 진행 중이다. 최근 화제가 된 전세 사기 특별단속에 30명 특진을 배당한 것에 비춰보면 정부가 건설 현장 불법행위에 대해 얼마나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현재 수사당국이 가장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노동조합이 교섭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공갈·강요·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함승용 변호사(법무법인 율립)은 “현재 구속된 조합원 16명이 공통으로 받는 혐의는 집회, 민원 등의 방법으로 교섭 조건을 바꾸려고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6명의 구속자 외에도 1,000여 명의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비슷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함승용 변호사는 “이런 수사는 노동조합, 단체교섭, 단체협약, 노동법 등에 대해 무지 혹은 무관심하므로 가능한 수사”라고 말했다.

여연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노사의 단체교섭은 논리적 근거를 대며 정답을 찾아가는 장이 아니”라며 “서로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장이다. 각자의 논리와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그 과정에서 각자 자신에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을 찾아 타협하는 것이 단체교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상으로 협박·강요·공갈은 ‘상대방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의 해악을 가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술했듯 자신의 요구사항을 관철해야 하는 단체교섭 과정에서 쌍방이 서로에게 일정한 해악을 가할 수도 있다고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정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연심 변호사는 “그래서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사용자도 압박행위를 한다. 예컨대 사측 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구조조정 등을 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거나, 노조의 법 위반을 이유로 손배가압류 등을 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변호사는 “노동조합이 ‘핵심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집회나 파업할 것’ 정도의 요구를 하는 것은 교섭 과정에서 범죄가 될 수 없다”며 “이렇게 본다면 모든 노사교섭이 범죄가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만 단체교섭 과정에서 압력 행사를 하겠다는 취지의 언행은 맥락을 떼어놓고 외형적으로만 본다면 협박으로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검경의 자의적 혹은 악의적 수사가 가능한 것”이라며 “헌법에 보장된 교섭 활동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교섭 과정에서 이뤄지는 상호 간 정당한 압박행위와 과도하고 부당한 협박·강요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법규범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건설노조 탄압 대응 100인 변호인단’의 향후 활동 계획으로 “구속된 조합원에 대한 개별 대응과 더불어 현재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을 인권 침해와 과잉수사로 검토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건설노조 탄압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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