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을 연금답게··· 노동계도 입장 정리하고 대응 필요”
“퇴직연금을 연금답게··· 노동계도 입장 정리하고 대응 필요”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5.18 22:14
  • 수정 2023.05.19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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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행동, 17일 퇴직연금제도 진단·평가 전문가 좌담회 개최
정창률 교수 “현행 퇴직연금제도, 노후소득보장 기능 수행 못 해... 중장기적 역할·방향 정립해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퇴직연금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 진단과 평가’ 좌담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퇴직연금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 진단과 평가’ 좌담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노동자가 재직하는 동안 사용자는 퇴직급여 재원을 민간 금융기관에 적립한다. 퇴직한 노동자는 연금 또는 일시금 형태로 퇴직급여를 지급받는다. 이는 법정 퇴직급여제도에 따른 것으로, 퇴직 후 노동자의 노후생활에 보탬이 되게 한다는 취지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상당수의 노동자들은 퇴직연금을 중도인출 또는 해지해 주거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2021년 기준 퇴직연금 중도인출 인원은 5만 5,000명이다. 퇴직연금이 노후 대비 수단인 ‘연금’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퇴직연금을 연금답게 만드는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퇴직연금의 공적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의 중장기적 정책 대안 등을 요구·제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내용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퇴직연금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 진단과 평가’ 좌담회에서 나왔다.

노후소득보장수단으로 인식되지 않는 ‘퇴직연금’
중도인출 제한, 수급권 보장 등 ‘연금’다운 개혁 필요

발제를 맡은 정창률 단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퇴직연금 이해당사자들이 노후소득보장 수단으로서 퇴직연금을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창률 교수는 “금융업권은 수수료 등 자기들 이해관계에만 관심 있다. 노동계는 퇴직연금 역할 강화가 공적연금 약화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우려 등에 따라 퇴직연금의 장기적 방향성에 대해 의도적인 무관심을 보인다”면서 “일반 노동자들은 퇴직연금을 퇴직금과 동일하게 인식하며 생활비 용도로 쓴다. 정부는 금융업 이해관계도 고려하면서 노사 반발이 있을 만한 정책은 회피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노동자들이 퇴직연금 제도를 노후소득보장 제도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면 그 제도가 잘 운영됐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같은 주장도 굉장히 설득력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각 이해당사자들의 단기적인 이해관계가 아닌 중장기적인 노후소득보장 관점의 퇴직연금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창률 교수는 “장기적으로 퇴직연금이 국민연금 제도를 보완해 20% 소득대체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하는 방향성이 제시돼야 한다”며 “지금처럼 금융기관의 상품을 사는 방식이 아닌 일정 기업 혹은 산업이 기금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으로 종신연금화하는 게 중요하다. 또 중간 정산이나 해지 관련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역할 강화는 공적연금 약화?
“노동계, 큰 틀에서 역할 논의하고 대안 요구해야”

현행 퇴직연금제도는 민간 금융기관에 위탁 운영되는 방식으로 공적연금의 성격이 약하다. 그러다 보니 정창률 교수는 “공적연금 강화를 주장하는 노동계 등은 퇴직연금 역할 강화에 대한 목소리를 상대적으로 내지 않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제도를 유지하자는 건 퇴직연금이 노후소득보장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제도로 남아있으라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며 “서구에서는 민간 운영 방식을 유지하면서 공적 역할을 강화하는 사례도 있다. 노동계도 큰 틀에서 퇴직연금 역할 정립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정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노동계가 퇴직연금에 대한 논의를 전략적으로 무시했다고 본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공적연금을 축소하고 사적연금을 활성화하자는 데 (퇴직연금 논의가) 동원된 측면이 있다”며 “또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관계를 보완적으로 할 거냐 아니면 대체용으로 할 거냐 등 중장기적인 비전에 대한 다양한 입장 차이가 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퇴직연금 도입과 논의 과정부터 노동계는 전적으로 배제돼왔다”며 “(노동계도) 지속적으로 퇴직연금의 공적 역할 강화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개선 등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 본부장은 “중장기적으로 퇴직연금 기능 강화가 공적연금 개혁 논의를 회피하는 수단으로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퇴직급여 일부를 국민연금 별도 개정으로 납입하고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자칫 이러한 개혁 방안은 두 제도의 본연의 목적을 다 이루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아직 퇴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한 논의는 계속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일정 소득 이하의 중소 영세 사업장과 비정규직 등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향의 제도 개선도 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