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조 회계 온라인 공시’ 추진...“노조 때리기 일환일 뿐”
정부 ‘노조 회계 온라인 공시’ 추진...“노조 때리기 일환일 뿐”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5.24 11:05
  • 수정 2023.05.24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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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노조 회계 공시 필요성에 응답자 중 88.3% ‘긍정’”
노동계 “명백한 통계 왜곡, ‘답정너’ 설문조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 고용노동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 고용노동부

정부·여당이 회계를 공시한 노동조합에만 세액공제를 부여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회계를 공시하지 않은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연말정산 시 조합비의 15%를 세액공제 받는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을 적용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침이다.

23일 관련 회의를 마친 임이자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2024년부터 조합원 1,000명 이상 노동조합 대상 회계 공시와 세액공제 연계 ▲행정 포털에 회계공시 시스템 구축해 9월부터 운영 ▲노조 회계감사 자격 조건 강화 ▲조합원 요구 시 회계법인 등 외부 회계감사 근거 마련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내 조합원 대상 회계 상황 공표 의무화 등이다.

여당 발표에 발맞춰 고용노동부는 취업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다른 기부금단체처럼 노조도 (회계를) 공시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88.3%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노동조합에 가입한 160명에게 “(회계) 공시를 요건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89.4%가 ‘찬성’했다. “노조에서 조합비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48.1%가 ‘아니’라고 답했다.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답변은 46.3%, ‘관심 없다’는 답변은 5.6%였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노조 회계 투명성은 조합원의 알권리와 신뢰를 토대로 한 자주성과 민주성을 위한 필수 전제”라며 “설문 결과 등을 토대로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관련 법령을 조속히 개정하여 노조 회계 투명성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의 설문조사를 두고 노동계는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높여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대부분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각종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을 받는다”면서 “하지만 현실에선 대한민국의 모든 주식회사가 반드시 경영공시 의무를 지고 있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경영공시 의무를 지닌 기업은 코스피·코스닥 상장 법인이나 외부감사대상법인*에 한정된다.
*자산총액 120억 원 이상, 혹은 종업원 수 300명에 자산총액 70억 원 이상

이지현 대변인은 “왜 모든 기업에 회계공시를 의무화 하지 않겠느냐”며 ”안 그래도 어려운 중소기업에 더 부담을 지우는 거라고 난리 칠 게 뻔하다”고 했다. 또한 “160명의 조합원 응답만을 별도로 추출·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마치 우리나라 조합원의 88%가 회계 공시가 필요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통계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설문조사를 진행한 자체가 노조를 부패 비리 집단으로 몰고 노조혐오 정서를 불러일으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생각”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의 일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의 회계를 들여다 보겠다는 관음적 욕망이 이젠 ‘답정너’ 설문조사 결과 발표로 이어졌다”며 설문조사 문항에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노총은 “만일 노동조합이 노동조합의 회계와 관련해 ‘노동조합의 자주권을 침해할 수 있는 등사권(열람권)을 제한했다’는 대법원 판결과 현행 노동부의 행태가 위법하고 월권적인 행위임을 조목조목 문항으로 만들어 설문조사를 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나왔겠느냐”며 “노조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얻겠다는 노동부 의도가 너무 뚜렷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