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속 ‘산별노조의 역할’을 고민한다
금융산업 속 ‘산별노조의 역할’을 고민한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5.25 09:32
  • 수정 2023.06.01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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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와 사무금융노동자 보호 우선해야
6월 말까지 임단협 집중하고 7월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인터뷰] 이재진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는 작년 함께했던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이 해산을 결정하고 온전한 산별노조 체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금융산업에 개입하기 위한 힘이 산별노조 체제에서 나온다는 고민이 크게 자리했었다. 한편 정부는 최근 금융권과 노동계 때리기를 통해 금융권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하반기 경기침체와 금융위기의 불안감도 상존한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을 만나 복합적인 상황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시도를 모색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5월 4일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조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지난 5월 4일 이재진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산별노조로 현장에 힘이 될 것,
금융위기 대비 사측과 고용안정협약 맺을 것

- 작년 말 ‘현장에 힘이 되는 사무금융노조’를 슬로건으로 연임을 했다. 현장에 힘이 되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작년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사무금융연맹을 해산하고 대산별노조인 사무금융노조로 나아가기로 마음을 모았다. 산별노조의 힘으로 각 현장의 투쟁이 승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동조합이 힘을 가지고 금융산업에 개입하려면 산별노조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고민이 있었고, 그래야 현장에 직접적인 힘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산별교섭 형태를 확대시켜나가며 현장 조합원들에게 산별노조의 힘을 느끼게 해줄 것이고, 주4.5일제 도입이나 임금피크제 폐지 같은 실질적인 의제로 현장에 힘이 될 생각이다.

- 최근 조합원들을 많이 만나면서 기억에 남는 현장 목소리는?

제주도에서 열었던 전체 상근간부 워크숍에 400여 명의 간부들이 참여했다. 민주노총 7월 총파업을 함께 결의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투쟁에 한 발짝 물러서 있기도 한 실제 현장에서 이제는 안 되는 거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그러면서 사무금융노조가 7월 총파업을 최대한 조직하자는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사무금융노조에 대한 현장 간부들의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론 가장 어렵게 교섭을 했던 곳들이 기억에 남는다. 사무금융비정규센터를 통해 콜센터지부 3곳이 만들어졌고, 대부분 단체협약이 타결됐다. 이런 신규 지부 간부들과 함께 첫 임단협 체결을 할 때가 마음에 남는다.

- 올해 산별 임단협 요구안과 그 배경에 대해서 말해달라.

임금요구안은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5.1%+α이다. 단체협약 요구안은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이야기하고 있다. 임금요구안의 경우 최근 물가가 많이 오르고, 대출금리가 많이 올라 물가인상률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면 실질적으로는 감소다. 최근 글로벌 금융환경의 불확실성과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PF위기로 사무금융노동자들의 고용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용안정협약이 필요하다. 고용과 관련해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들이다.

하반기 금융위기 불안감
금융소비자와 사무금융노동자 보호가 우선

- 현재 하반기 한국 사회 경제위기, 금융위기에 대한 말이 많다. 어떻게 보는지?

위기가 온다고 장담을 할 순 없다. 은행 파산이 일어난 미국과 한국의 은행 수익구조, 자산운용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 여러 은행에서 세계 각국에서 불안감이 상존하는 건 사실이다. 특히 한국은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는 게 문제고, 부동산 PF시장의 문제도 있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130조 원에 달한다. 손해보험·생명보험사들이 44조 원, 은행이 30조 원, 증권사가 27조 원, 여신전문금융기관들도 27조 원가량이다. 부동산 침체 국면에서 상당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은행권을 빼고 이들 대부분의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사무금융노조의 노동자들이다. 현재 경제 상황을 무엇보다 관심 있게 보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한데, 금융위원회가 보이지 않는다. 정책당국인 금융위원회가 집행기구인 금융감독원의 눈치를 보며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금융정책위원회를 구성해 윤석열 정부 금융정책을 분석하고 2달에 한 번씩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과 정책간담회를 진행하며 대응을 하고 있다. 금융노조와도 공동투쟁본부를 꾸려 활동 중이다.

- 그러면 두 가지가 궁금하다. 첫째로 금융정책에 대해 이야기 나눌 정부와의 대화 채널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

금융위하고 노사정협의체를 구성했다. 분기에 한 번 금융위원장,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금융노조 위원장이 같이 만났다. 달에 한 번씩은 실무협의체를 가동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끊겼다. 노동개혁을, 연금개혁을 이야기하며 왜 노동자를 만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재작년, 작년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을 위해 금융당국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슬기롭게 풀었던 사례가 있다. 금융위원회도 노동조합의 이야기가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금융권 임원들이 금융위원회에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한다. 현장의 이야기를 노동조합이 하니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국정감사 때 금융위원회에 노사정협의체 구성 안하냐고 했을 때 검토하겠다고 답변만 하고 열리는 채널은 없다.

- 또 하나는 한국 부동산 생태계 문제도 있겠지만, 사무금융노조 조직인 비은행권 금융기관에서도 부동산PF 말고도 먹거리를 다변화하는 고민도 있어야 할 것 같다.

부동산PF를 맡은 임원들의 성과급이 제일 높다. 몇 십억씩 받는 임원들은 전부 부동산PF 관련된 임원들이다. 성과급 받고 부동산PF를 떠나면 맡았던 프로젝트에서 일이 터져도 그만이다. 피해는 금융소비자,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약탈적 자본주의의 전형이다. 먹거리를 다변화할 필요도 있지만 금융소비자 보호의 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열어주기는 안 된다. 금융당국의 관련 관리감독기능과 금융소비자 보호 틀거리를 마련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문제 해결 없는 정부의 금융권 개입
6월 말까지 임단협 집중, 7월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 사무금융노조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금융·노동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보는지?

한국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에게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정부가 금융과 복지를 구분하지 않고 직접 가격통제에 나서면 통화정책 효과는 무력화된다. 정부가 상생금융 이야기하지만 취약차주 문제의 제대로 된 해결 방안은 없고 대통령과 금융감독원장 언론플레이만 있다. 노동조합과 금융기관을 혐오 대상으로 만들어 정부 책임을 모면하는 것은 대통령의 자세가 아니다. 금융기관 인사에도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도왔다는 이유로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를 보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장으로 검사 출신 인사를 임명한 것부터 관치금융의 시작이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이석준 전 기재부 차관을 NH농협지주 회장으로 앉히는 낙하산 인사는 한국이 금융후진국임을 스스로 인증하는 셈이다.

- 양대 노총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가 출범했다. 향후 활동 계획은? 

가장 큰 목적은 금융공공성 강화이다. 금융기관과 금융회사들이 재정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하고 금융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노동자들의 임금과 성과급, 퇴직금에 관여하고 회장, 행장, 사장 인선에 관여하는 것은 적폐 중 적폐인 관치일 뿐이다. 두 번째는 조합원들에게 와닿는 실질적인 의제를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4.5일제 도입, 임금피크제 폐지, 사회공헌 활성화 이런 부분들에 활동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직접적인 의제들로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고 금융지주를 상대로 관철시킬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잡아가야 한다고 본다.

- 민주노총 7월 총파업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사무금융노조 단협위원회를 중심으로 총파업 계획을 세우고 진행 중이다. 6월 말까지 앞서 말했던 임단협을 집중할 예정이다. 그리고 본조 요구안에 미달하는 임단협은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 이후 7월 동시쟁의조정 신청을 통해 총연맹의 총파업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이처럼 올해는 다른 해와 달리 임단협을 시기 집중해서 한다는 게 준비의 큰 특징이다. 이를 통해 늦어도 추석 전에 모든 지부의 임단협이 체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물론 사무금융노동자들이 금융소비자들과 접점이 커서 총파업으로 인한 고객 이탈을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싸울 때는 싸울 줄도 알아야 한다. 총연맹이 주도하는 총파업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선전물을 제작할 예정이다.

7만 조합원에게 다가가는 산별노조로
사무금융노조, 대산별노조 역할할 것

- 연맹을 해산하고 산별노조로 전환했다. 향후 산별노조로 더 나아가는 데 고민과 계획은 무엇인가?

조직 형태만 바뀌는 게 아니라 계속 조직을 확장할 필요가 있고 정책도 좀 더 충실하게 가져가야 한다. 예를 들자면 정책에서 금융공공성을 선언적 원칙으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금융산업 정책에 개입해야 한다. 또한 금융소비자들을 위해 금융회사 자체적으로 관리감독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금융당국이 역할을 잘 수행하는지 구체적인 목소리도 내야 한다. 조직 차원에서는 더 많은 직종의 더 많은 조합원을 조직해야 한다. 산별노조로서 직종간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업종 내 임금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또한 산별교섭이 증권업종뿐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구글코리아에 사무금융노조 소속 노동조합이 생겼다. 금융권에서 IT업종, 일반사무업종까지 다양한 사무-금융 영역에서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조직 확대 전략에 대해 이야기 부탁한다.

IT업계뿐 아니라 금융산업 간접고용 노동자들인 콜센터와 특수고용노동자들인 보험설계사 노동자 조직화에 집중하고 있다. 비정규센터로 노동상담을 하고 있고 중앙집행위원회로 신규지부 승인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대공장, 대기업은 대부분 노동조합이 있다. 지금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는 곳은 대부분 작은 조직이다. 더 취약하고 어려운 조건에 있는 사람들을 산별노조는 조직하고,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물론 이해가 상충하는 두 조직이 하나의 산별로 묶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 사업장의 간접고용 노동자들과 정규직들 각각의 노동조합으로 산별 울타리 안에 있을 수 있다. 대산별노조로 사무금융노조는 양극화 해소와 노동조합할 권리의 확장이라는 방향성에서 함께 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 사무금융 우분투재단으로 사회 연대 활동에 추진 중이다. 경험에 비춰봤을 때 연대 확산의 핵심은 무엇인가? 

생각보다 잘 안 된다.(웃음) 사무금융노조는 해마다 대의원대회에서 임금교섭 시 플러스 알파를 교섭해 기금 출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한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는 연대와 기부 문화가 취약해서인지 쉽지는 않다. 그래도 함께 함으로 너와 나의 힘을 더 키우는 것이 연대라는 지향점은 계속 가지고 가야 하는 게 핵심이다. 우분투재단의 기금을 활용해 양극화 해소, 비정규직 문제 지원도 할 수 있지만 세대연대기금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우분투재단이 사회연대와 양극화해소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부분을 알리고 조합원들과 함께 해야 연대가 확산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조합원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오늘 현장에서 하루하루 자기 업무에 시간을 쓰고 일하느라 바쁘시겠지만, 노동조합에 관심을 부탁드린다. 물론 7만 조합원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산별노조를 만들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할 생각이다. 올해 힘들다고 한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노동조합을 연일 깎아내리고 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우리 조합원들 힘냈으면 한다. 사무금융노조는 개개인의 노동 조건과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동조합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