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내년 최저임금 230만 원 넘어야”
노동자 “내년 최저임금 230만 원 넘어야”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5.25 09:28
  • 수정 2023.05.25 2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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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실직 2.6%에 불과
최저임금 결정 요소로 ‘물가상승률, 생계비’ 꼽혀
노동조합 미가입자 5,000여 명 조사 결과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2023년 전국 최저임금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물가 폭등과 낮은 임금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가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필요성이 노동계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자 10명 중 7명은 지난해보다 생활비가 증가했으며, 85%가 올해 최저임금인 월급 201만 원으로 생계를 꾸리기 힘들다고 밝혔다. 2024년 최저임금이 ‘월 230만 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절반을 훌쩍 넘었다. 최저임금의 주요 결정 기준으론 ‘물가상승률’과 ‘생계비’를 꼽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직했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민주노총이 24일 ‘2023년 전국 체감경기 및 최저임금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전체 응답자 7,509명 중 전국 5,377명의 노동조합 미가입 노동자(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를 포함)의 답변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2024년 적정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월 250만 원 이상(시급 1만 2,000원 이상)’을 선택한 비율이 31.9%로 가장 높았고, ‘월 230~249만 원(시급 11,000~11,900원)’이 30.6%로 뒤를 이었다. 3명 중 2명이 월 230만 원(시급 약 1만 1,000원) 이상을 적정 수준으로 꼽은 셈이다.

노동자의 84.8%는 올해 최저임금인 월급 201만 원 508만 원(시급 9,620원)으로 본인과 가족이 살기에 부족하다(부족 46.0%, 매우 부족 38.8%)고 밝혔다. ‘부족하다’는 응답률은 40대 이상의 중·고령 노동자 계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생활비가 증가했다는 응답은 69.6%(상당히 증가 19.5%, 증가 50.1%)였다. 난방비·전기세(40.3%), 식비(33.9%) 등 생계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많이 오른 항목으로 꼽혔다. 94.2%는 지난 1년간 물가 상승을 체감한 것으로 나타나났는데, 물가가 ‘매우 상승’했다는 비율은 62.5%에 달했다.

자신의 임금을 가계의 주·보조 소득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80.6%이며, ‘주로 개인 소비용’이라는 응답은 17.3%였다. 눈에 띄는 부분은 60세 이상의 응답으로, 10명 중 7명이 ‘가계의 주 소득원’이라고 응답했다. 많은 고령 노동자가 본인 임금으로 전체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저임금 인상이 실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간 실직 경험한 노동자가 밝힌 실직 사유 중 ‘최저임금 인상’은 2.6%에 불과했다.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으로 좁혀도 약 3%로 나타났다. 주된 실직 사유는 ‘자발적 이직’(32.9%),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회사 어려움’(25.6%), ‘계약 만료, 공사(사업) 종료’(20.1%) 등이었다.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기준으로는 물가상승률(46.6%)과 생계비(40.0%) 순으로 꼽혔다. 특히 생계비는 ‘가족 생계비’(28.5%)를 고려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개인 생계비’(11.5%)보다 많았다.

이번 분석 대상에서 제외된 2,100여 명 응답자는 사업주, 무직자, 중복 추정 IP 등이다. 특히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조합 가입자도 분석 대상에서 배제했는데, 최저임금에 대한 노동조합의 주장에 영향을 되도록 받지 않은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취지다. 설문조사는 지난 3월 20일부터 4월 28일까지 두 달여간 온라인 및 대면조사로 진행됐다.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최저임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미조직 노동자가 (설문조사에) 광범위하게 포함되었다”며 “분석 대상 5,377명 중 30인 미만 작은사업장 노동자와 산업단지 노동자가 각각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4명 중 1명이 월 20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조직 노동자들 역시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생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물가상승률과 생계비를 반영한 상당 폭의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