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노사정 합의 또한 실천이 중요하다
지역 노사정 합의 또한 실천이 중요하다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3.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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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안 중 일부 시 조례화 추진 중
사내 직업훈련 강화로 고용안정ㆍ일자리 창출 나서
[여기는 지금] 경기도 부천 -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

▲ 부천지역노사발전협의회 출범식 ⓒ 부천지역지부
지난 2월 23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는 노사민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계는 임금동결, 반납·감축을 통한 고통분담에 나서고 경영계는 일자리 유지와 나누기에 최선을 다하며, 정부는 이러한 노사간의 합의를 지원할 수 있는 세제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제도개선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합의문 발표를 통해 사회적 대타협의 기초가 세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심지어 이번 대타협의 중요한 축을 형성했던 한국노총조차 24일 성명을 통해 “노사민정 합의에 대한 이행과 사회적 확산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그저 ‘선언’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이행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노사민정 주체들의 역할과 과제라고 본다”라고 밝혔듯이 합의문의 이행과정의 중요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이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결국 노동계에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과거의 교육효과이기도 하다.

▲ 지난 2월 23일 노사민정 합의문 발표 장면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시 조례화 추진은 합의정신의 구체화

이러한 시기에 노사정 합의를 실천적으로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해왔던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의장 김준영)를 찾아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미 3년 전부터 지역노사발전협의회를 통해 노사공동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부천지역지부는 아예 지역 노사민정의 합의를 실천하기 위해 그 내용을 시의 조례로 채택시키기 위한 준비를 펼치고 있다.

김준영 의장은 이번 합의문 발표에 대해 “이행과정 프로세스의 확립과 그것을 어떻게 강제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그나마 지역 노동운동 중 가장 활발하고 실천적인 지역이라는 부천지역도 여러 차례 지역 노사정 합의를 했지만 그것이 실천되는 과정을 담보해내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천지역지부는 지역 노사정 합의를 기초로 이를 담보할 방법으로 시 조례 채택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김 의장은 “우리는 유럽과 달리 노사정이 합의한 사항이 의회나 정부에게 강제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게 노력해서 노사가 합의했으면 의회도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비정규직 보호입법의 경우 비록 노동계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노사정이 합의를 했으면 국회에서 제대로 통과시켜줘야 함에도 의회 입법 과정에서 노동계가 요구했고, 합의한 사항 중 일부가 빠져 결국 누더기 법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합의, 즉 지역 노사정협의회에서 결정된 사항이 의결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분명 어려움도 있다. 어떤 합의든 결국 일을 벌이기 위해서는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 이번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에서 문제가 됐던 것도 한국노총이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재정 투입 요구 규모와 정부의 예상 규모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 운영의 규제를 받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재정규모를 자기 맘대로 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천지역지부는 조그만 사안부터라도 이러한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천지역지부의 노력이 앞으로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 부천노사공동직업훈련센터 개소식 ⓒ 부천지역지부

노사공동직업훈련, 영세사업장으로 확산 예정

또 하나 부천지역지부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노사공동직업훈련이다. 여러 차례 모범 사례로 소개됐던 이 사업은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와 부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3년 전부터 시행하는 사업이다.

부천지역지부는 이 사업을 통해 노동자 본인의 업무 질 향상은 물론 이를 통한 국가적 경쟁력 강화와 함께 노동자들의 꾸준한 고용보장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직장 내 교육훈련 강화는 노동자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전체 산업구조의 재편 과정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한 예로 올해 부천은 쓰레기 소각장을 폐쇄하고 RDF 기술을 이용해 쓰레기를 고체 연료화시키는 공장을 설립한다. 그렇다면 소각장에서 근무했던 노동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부천지역지부는 바로 이들이 사내교육훈련 과정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 새로운 공장으로 고용불안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노사공동직업훈련위원 육성과정  ⓒ부천노사공동직업훈련센터
이렇듯 직장 내 직업 훈련은 또 다른 고용안전망이며 한국 경제 발전의 근간인 우수 인력의 계속적인 양산체제를 구축하는 지역 내의 또 다른 시스템인 것이다.

시행 초기에는 그나마 규모가 큰 기업은 월급 잘 나오고, ‘짤릴 염려’ 없는데 이런 교육이 왜 필요하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고, 영세사업장은 직장 내 훈련교육을 담당할 인력을 빼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에 난색을 표명하는 기업이 많았다.

그러나 부천지역지부는 부천지역훈련지원센터를 상공회의소와 공동 설립하고 직장 내 교육훈련위원 양성부터 하나씩 진행하기 시작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약 20여개의 기업에서 사내 직업훈련을 시행하고 있으며 약 16개 기업은 자체 훈련위원이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부천지역지부는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으로 이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올해 목표로 수립했다. 기존에는 노동조합이 중심이 되어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그나마 부천지역에서 규모가 큰 기업에서 시행되었지만 정작 이러한 사업이 필요한 곳은 바로 영세사업장이기 때문이다.

김준영 의장은 “조합원 교육할 때 가끔 꿈같은 이야기를 한다”며 “우리가 산별노조 만들어놓고 올해 임금인상은 5%로 결정했는데 임금 5%를 못 채울 회사도 있을 것 아니냐. 그럼 노동조합이 나서서 우리 조합원은 우리가 교육시켜서 다른데 취직시킬 테니까 사업을 접으라고 강제하고 싶다. 즉 산업재편도 노동조합이 주도할 수 있는 정도까지 가야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소규모 사업장이 밀집한 부천지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다기능인력 양성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영세사업장이다보니 경리도 보고, 영업도 조금 하고, 캐드도 도면도 읽을 수 있는 값싼 여성 인력이 필요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데 이를 위해 여성인력의 취업난 해소 차원에서 다기능인력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복지관 내 취업센터를 계속적으로 확장해 질 좋은 일자리를 적합한 교육을 받은 노동자에게 연결하는 사업도 계속해서 중점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 교육을 노동부 인가의 정식 직업훈련과정으로 만들기 위해 노동부 설득작업도 계속될 예정이다.

김준영 의장을 비롯한 부천지역지부 구성원들은 복지관을 노동자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져 줄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실천이란 사실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김준영 의장은 한국노총의 52개 지역지부 의장 중 가장 젊은 의장이다. 그러나 김 의장은 그러한 노동운동의 선배들이 포진한 지역지부의장단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각 지역본부, 지역지부가 운영하고 있는 근로자복지관들의 협의체인 전국근로자복지관협의회장도 겸하고 있다.

그것은 김 의장이 부천지역지부를 맡은 이후 부천지역 노동운동의 성장이 그만큼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와 강한 추진력으로 지역사회에서도 새로운 노동운동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준영 의장을 만났다.

- 지난 2월 12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주최로 열린 ‘경제위기하의 일자리 창출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다른 토론자들과는 달리 일자리 창출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전체 노동력의 질을 올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가지는 것이란 측면에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투자하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일자리 창출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예산 얼마를 쓰겠다고 해서 일자리 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청년인턴제도 그들이 인턴기간동안 교육을 받아 다른 곳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더 준다거나 교육에 투자하는 업체는 플러스알파를 해줘야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다. 긴 안목을 갖고 긴 투자를 해야 한다.

- 부천지역지부는 그러한 문제의식을 이미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노사공동직업훈련 사업도 그래서 시작된 것 아닌가.

의장에 취임하고 벌써 3년째 지역 노동조합에게 교육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노동자들의 숙련도는 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업종이었던 회사가 사양사업이 되면서 B라는 업종으로 넘어가거나 동일한 제품인데 제조기술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하면 이런 과정에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싶은 것이 욕심이다. “그냥 우리 고용 유지해달라”가 아니라 기술 갖고 있고 열심히 배워서 우리가 커버할 수 있으니 고용을 유지하자는 이야기를 노동조합이 당당히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 지난 23일 노사민정 합의문이 발표됐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천에서도 노사정협의회 하면서 3번 정도 합의를 했는데 이행점검이라고 하는 프로세스를 못 갖고 있는 것이 한계로 지적됐다. 이번 합의가 미흡하긴 하지만 그것만이라도 잘 지켜질 수 있겠는가라는 것이 고민이다. 일자리를 유지한다는 합의를 경총이나 상의가 책임질 수 있나. 없다고 본다. 합의문에 일자리 유지했을 때 그 기업에 플러스가 되는 것이 뭐가 있고 일자리 유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어떤 마이너스가 있는지 정확히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한계다. 한국노총이 발을 들인 노사민정 대타협이 일정정도 긍정적 평가를 끌어내려면 합의 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합의의 이행을 어떻게 점검할 것인가, 어떻게 강제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 그런 고민 속에 부천지역 노사정 합의를 시 조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계시다고 들었다.

이번에 합의문을 발표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를 의결기구로 봐야 하느냐 아니냐는 어정쩡한 상태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지역 노사정협의회가 의결기구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싶다는 욕심이다. 보통 경제자문위원회처럼 노사정협의회도 자문기구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것을 의결기구화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또한 노총 중앙의 고민과 비슷한데 예산이 들어가려면 조례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의회에서 큰 문제없이 통과될 수 있도록 건강하고 좋은 결정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행정부가 의회 안으로 올리기 위해 반드시 노사정 협의회를 거쳐야 하는 것을 몇 개라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 지역지부의장단협의회 회장이다. 지역운동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지역노동운동의 활성화 키는 한국노총이 쥐고 있다. 한국노총의 지역지부는 각 곳에서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노총을 건강하게 만드는 과정을 통해 지역지부가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실제로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지역지부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인적 자원의 부족으로 실무능력이 떨어지는 지부가 많다. 이는 반드시 중앙에서 해결해줘야 하는 문제다. 단순히 지원금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실무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지역지부의 활동들을 서포트 할 수 있는 지원체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노총 조직국에서 지역지부 전담 활동가를 파견해 1년 내내 지역지부를 돌아다니면서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실무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이 시급하다.

김준영 의장은?
1967년 경북 영주 출생 / 1991년도 부천금속노동조합 문화차장 / 2005년 부천지역지부 의장

▲ 왼쪽부터 김성호 상담부장, 심건보 사무처장, 황완성 본부장, 박덕수 부장

황완성 사회사업본부장
1958년 공주 출생 / (주)한남기업 노동조합 위원장 / 2002년 부천지역지부 사무처장

- 부천지부는 지역운동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데 앞장서왔지만 김준영 의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 아닌가.

지금 의장은 3년 후면 바뀔 수도 있다. 의장이 나간다 해도 현 모델만 제대로 구조화시키면 누가 와도 잘 운영되리라 믿는다. 그러나 갈수록 노총 인원도 줄고 있고, 부천의 경우 영세사업장이 많아 조합원도 많이 주는 추세다. 언젠가 부천노조도 많이 위축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 위주의 사업 추진이 아닌 시스템의 정립이 필요한 것이다.

박덕수 기획부장
1977년 서울 출생 / 2005년 부천지역지부 간사

- 지역 실무자로서 활동에 어려움은 무엇인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지부 실무 활동가들에 대해 낮게 생각하는 의식이 있다. 그러나 실무진들과 조직가들의 가치는 같다고 생각한다. 조직의 관성이나 풍토가 실무 활동가를 낮게 인식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실무 활동가의 활동 폭이 규정되어 있어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성호 부천지역노동교육상담소 상담부장
1977년 서울 출생 / 2005년 부천지역노동교육상담소 입사

- ‘노동OK’ 등 온라인 상담이 많아 고생이 많을 것 같다.

전화상담이나 내방상담은 업무시간에 진행되니까 상관없지만 온라인 상담은 시간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즉시 답변할 수 있도록 집에 가서도 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내용을 글로 쓰다보니까 정확한 사례를 통해 신중하게 쓰다 보니 쉽지 않다.

▲ 심재정 부천지역노동교육상담소장

심재정 부천지역노동교육상담소장
1967년 서울 출생 / 1996년 부천지역노동교육상담소 입사 / 현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 지역상담소의 발전 방향에 대한 소장님의 생각은 무엇인가

현재 전국 19개 지역에 산재한 노동상담소도 서비스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한 노동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는 준조합원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 실제 조합원이 아니지만 상담소의 도움을 받거나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을 준조합원으로 두는 내부 규정을 두어 노동운동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에 나서야 한다. 상담소도 준조합원제도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역별 특화가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