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한국호세코노동조합
<25> 한국호세코노동조합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3.0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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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문화우수기업 속에 가려진 진실
“잠시 쉬고 있을 뿐”...노사 신뢰는 아직도 미흡
중소 외투기업의 구조적 병폐 해결해야

한국호세코(주)(대표이사 이정석)는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주물용 화학제품 생산 회사로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었던 호세코(FOSECO)의 한국 자회사다. 현재 호세코는 쿡슨그룹에 인수된 상태지만 주물 분야에 있어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 본래 이름인 호세코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호세코(주)는 1997년 1년여에 걸친 장기간의 노사갈등으로 유명한 회사였지만 이후 현재까지 무분규를 기록하며 2007년 노동부가 주관한 노사문화우수기업에 선정됐다. 한국호세코(주)는 강성노조를 버리고 노사화합을 이룬 또 다른 모델로 제시됐다. 정말 그럴까? 한국호세코노동조합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1997년 파업 당시 장면 ⓒ 한국호세코노동조합

장기투쟁 타결, 외부압력에 의해

한국호세코(주)에 노조가 설립된 것은 1993년이다. 한국호세코노동조합은 설립 초기부터 회사와의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외투기업의 특성상 수익 전부를 본사로 송금하려는 사측과 일한 만큼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노조와의 갈등과 함께 사측이 노동조합 인정을 거부하는 문제로까지 나아갔다.

노동조합 설립부터 활동했던 심건보 한국호세코노동조합 위원장은 “1993년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쟁의조정 신청을 거른 해가 없었을 정도”라며 “심지어 수원 법원에 가면 부천 호세코 또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측은 노동조합 사무실의 전기를 끊고, 화장실을 폐쇄하며 조합간부들에게는 식사제공도 거부했었다. 급기야 이러한 노사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아 1997년 5월 임금협상 결렬 이후 한국호세코노동조합은 파업에 돌입했고 1998년 3월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를 통한 협상 타결 전까지 약 1년여의 장기 파업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협상 타결에 대해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다른 배경이 있었다고 심 위원장은 밝혔다.

당시 IMF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영국 방문 일정이 잡혔다. 한국호세코는 100% 영국 자본이 투자된 회사로 정부는 장기간의 조업중단을 해결하지 않고 영국을 방문하기에는 부담이 됐었다. 이런 이유로 중앙노동위원회가 직접 중재에 나선 것이고 사측에 협상타결에 대한 압력이 들어왔었다고 한다.

물론 한국호세코노동조합의 파업 피로도 또한 상당부분 축적이 돼있었던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결국 공멸을 막기 위한 노사의 주체적인 합의라기보다 외부적 압력에 의한 타결이라고 봐야 했다.

노사화합 아닌 장기간의 휴전일 뿐

1998년 타결 이후 현재까지 한국호세코(주)는 단 한차례의 분규도 없었다. 이에 노동부는 2007년 노사문화우수기업으로 한국호세코(주)를 선정했다. 그러나 노동부 책자에 소개된 것처럼 ‘강성노조’를 버리고 상생의 노사문화가 정착됐다는 것에 대해 심 위원장은 “사실과 다르다. 발전적 노사관계는 아직 멀었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호세코(주) 노사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것이다. 97년 파업 이후 한국호세코노동조합은 사측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고 있었다. 심 위원장은 “대표이사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 믿음이 가야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며 “믿음이란 것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 한국호세코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사측을 신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97년 파업에 있었다. 당시 높은 수익을 자랑하는 한국호세코(주)의 성과급은 대략 50% 수준이었다고 한다. 다른 외투기업에 비해 턱 없이 적았다. 즉, 경영진은 누릴 것을 다 누리면서 노동자에게 돌아온 것은 없었다는 것이 아직까지 조합원들의 마음 속에는 남아있는 것이다.

비록 협상을 타결하고 현재까지 무분규를 이어가고 있지만 조합원들은 “자체적으로 쉬고 있을 뿐 언제든지 트러블이 생기면 싸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는 당시 파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조합원들이 쉽게 싸움에 나서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도 포함됐다. 즉 현재의 평화는 일시적일 수 있으며 아직까지 노사간의 앙금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사실은 노사관계를 외부적 압력에 의해 해결했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중소 외투기업 구조적 시스템이 문제

경제위기 심화와 함께 중소 외투기업의 고질적 병폐로 인해 한국호세코노동조합은 요즘 노심초사다. 경제위기로 주물 분야의 선두주자였던 한국호세코(주)도 생산물량을 점차 줄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 이전부터 대부분의 수익을 기업재투자에 활용하지 않고 본사에 거의 전부를 송금하는 중소 외투기업의 고질적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한국호세코노동조합은 지적한다.

심 위원장은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점차 사업분야가 축소되고 있고 점차 인원도 줄고 있는 상태다. 또 인원이 줄면 경쟁력이 없다고 사업을 축소하는 악순환도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오히려 인원을 늘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호세코노동조합은 2008년 말에도 임시직 직원 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다. 사람이 있어야 사업이 늘어날 수 있고 경쟁력이 확보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조합원 내부에서는 이런 활동에 대해 좀 더 많은 일자리 확보를 위해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는 측도 있고, 정규직 일자리 보장을 위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일자리를 나누지 못하면 향후 5년을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 심 위원장의 신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