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
  • 성지은 기자
  • 승인 2009.03.0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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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이해로 ‘통합’ 이뤄낸다
수자원공사노동조합 장병훈 위원장

지난 1월, 수자원공사노동조합 8대 집행부가 들어섰다. 이번 선거가 4번째 도전이었던 장병훈 위원장은 지난 7대 집행부 선거에서도 결선에서 80표 차로 아쉽게 패배했던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드디어 조합원들에게 그가 갖고 있었던 포부와 뚝심을 인정받아 8대 집행부를 꾸렸지만 2009년은 여러 가지 현안과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노동조합이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것이 뻔해 보인다.

하지만 장병훈 위원장은 “이러한 경제 위기 하에서 직원들이 만족할 만한 임금과 복지에 대한 성과를 만드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간 수자원공사의 변화를 꿈꾸며 다져왔던 정책역량과 많은 대안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최선을 다 하면 조합원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집행부 출범 한 달, 그 간 느껴왔던 변화와 이제 차분히 정리되어 가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 현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여의 시간이 지났다. 미국발 금융 위기도 있었고,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자원공사의 현재 상황은 어떤지.

“수자원공사도 다른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공기업 선진화방안과 관련해 11.2%, 475명 감원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경제 위기에 대해 노사가 공동 책임을 지고 공기업으로서 책임을 다 하는 면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이것을 일률적인 인원 감축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탄력적으로 유연성 있게 적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고, 경영효율화 방안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에서 일단 강제 퇴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으며 자유의지로 퇴직을 선택, 106명이 정리가 됐다. 그리고 이 부분은 향후 노사가 공동으로, 좋은 취지로 위로금을 분담 해 나갈 계획이다.

수자원공사의 향후 전망으로 보자면 조금 숨통이 트이고 있다. 희망적인 부분은 2009년 위기 속에서 기회를 볼 수 있다는 거다. 현재 경인운하사업, 경남부산권 물 문제 해소대책사업과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검토를 하고 있다.”

깨끗하게 당선됐기 때문에 대통합 가능하다

- 지난 해 공공부문 선진화 방안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공공부문 노동계의 대응 방식이나 방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2008년에 현 정부가 들어섰는데 개혁의지와 미국발 금융위기와 맞물리다 보니까 공기업이 표적으로 먼저 대상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한국노총이 현 정부와 정책연대까지 맺은 상황에서 각 산별노조의 의견 없이 선진화방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했고 작년까지 벌써 5차에 걸쳐 선진화방안을 발표했다. 그런 부분에서 단위사업장 노조 차원에서는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앞으로 상급단체와의 연대를 공고히 해서 대응책을 강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기업 구조조정 및 선진화 방안이 앞으로 6차, 7차에 걸쳐 지속적으로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연맹에서도 부위원장직을 맡았는데 단위사업장에 국한되지 않고 연맹에서 우리가 대응책을 먼저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 수자원공사는 토목, 행정 등 각 직종별로 노조 선거 때마다 많은 대립과 논란이 있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간 전임 집행부들 역시 이를 통합해 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지만 이번 선거에서의 치열함이 보여주듯 아직도 이러한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자원공사 조직은 다른 공기업, 다른 기업에도 우리처럼 복잡다단한 조직이 있을까 할 정도로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선거 때마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직종, 지역, 직급, 세대간 갈등들이 다른 곳과 같은 부분도 있지만 우리 내부의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분이 많다. 여기에는 통상근무자와 교대근무자도 해당된다.

선거 때만 되면 직종, 직급 등 갈등 모체들이 유리한 점을 선점 하려다 보니 선거에 깊숙이 개입하고 정당치 못한 일들이 간혹 벌어지곤 했다. 선거 과정에서도 많은 유혹들이 있었고 지금까지 네 번째 선거를 나오면서 세 번까지도 그런 부분 때문에 당선의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이번에도 물론 유혹이 있었지만, 소위 표를 사고팔 수 있는 부분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

깨끗하게 당선됐기 때문에 수자원공사의 발전을 위해서도 보다 가볍게 대통합을 이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집행부 구성 역시 소신대로 능력 있고 조직에서 인정받는 사람으로 직종이나 직급을 골고루 반영해서 꾸렸다.

아직 2개월도 채 안 되긴 했지만 그간 보아왔던 모습보다 노동조합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 강한 모습, 겉으로 강한 것이 아니라 조합원 입장에 서서 권위, 복지 부분을 제대로 찾아줄 수 있는 노사의 대등한 관계정립을 했다는 평을 조합원들로부터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10분 늦게 온 버스도 일단 타야 한다

- 많은 활동가와 노동조합 집행부들이 현재의 노동운동에 대해 비판하면서 발전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그간 현장에서 집행부를 바라보면서, 또 노동운동의 실태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들을 했을 텐데.

“노동조합의 활동 방향도 사회적인 흐름,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 오늘 우리 국장과 함께 출근하면서 노동조합의 활동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시대가 요구하는 노동조합관으로 바꿔서 우리 조직원, 조합원들, 노동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원하는 것을 어떤 식으로 가져가야 찾아줄 수 있는지를 합리적인 방향으로 모색을 하고 바꿔 나가야 하는데, 노동조합 하면 강한 것만이 능사라고 생각하고 자기도 모르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내가 기다리던 버스가 10분 늦게 왔다고 해서 타지 않는다면 목적지에 갈 수 없다. 10분 늦게 온 버스가 잘못했으니 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과거 노동조합의 행태라고 생각한다. 10분 늦었지만 버스 타고 목적지까지 가서 10분 늦게 온 버스의 잘못을 개선해 정시에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는 노총이나 연맹에서 그런 방향으로 활동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러한 취지에 동감하고 이러한 부분을 조합원들에게 많은 요구를 하고 있다. 어떤 사안이 있으면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이다. 그런 다음에 우리 조합원들도 오픈 마인드로 같이 소통을 하면 분명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를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소통하기 위한 방안을 찾을 것이다.

이제는 정부 규제와 경기침체 등으로 임금인상 등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족단위의 행복 만들기 등 삶의 질을 높이고 채워주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 힘든 시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임금 동결 및 구조조정 등 노동조합 활동을 잘해도, 못해도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시기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상당한 부담감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부담이 상당히 크다. 조합원들이나 외부 지인을 만나 보면 힘든 시기에 임기를 맡았다고 걱정을 해 주신다. 그래서 출범사에서도 이야기 했던 부분이, 당선된 기쁨은 잠시였고 위원장이라는 자리가 앞으로 3년 간 ‘과연 내가 이끌어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중압감이 밀려오더라는 말을 했다.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누가 맡아도 맡을 자리이고 그 자리를 맡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10년 동안 나름대로의 철학으로 형성해 왔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행동 철학이 있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풀어갈 수 있는 핵심 요지다. 사회적 어려움, 세계 경제 상황 등을 우리 조합원들이 공감을 한다면 방향 모색도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많이 만들어 갈 계획이다.

일단 현재 고용불안이 가장 조합원들에게 중압감으로 다가오는 부분인데 8대 노동조합은 고용안정을 핵심 키워드로 가져갈 것이다. 복지는 각종 정부 규제로 어려워진다고 하면 승진, 임금 이외에 다른 부분으로 채워질 수 있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서 가려고 한다.

우리는 정부 10대 뉴딜 사업 중에서 세 가지 큰 사업을 핵심 주체가 돼서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고 노사가 합심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경인운하는 현재 시행하는 걸로 가닥이 잡혔고, 경남부산권 광역상수도 사업도 우리가 주체가 되어 하고 있고, 덧붙여 4대강 살리기도 사업화 준비 중에 있는데 노사가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불안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공약사항으로 말했던 신규사업 창출과 사업영역 확대라는 측면으로 접근해서 기존 사업에서는 영역을 확대하고, 정부 정책에 따라 신규로 발생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활동 범위를 넓혀서 조직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그 속에서 직원들의 복지, 권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면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동조합이 힘 잃으면 피해는 조합원에게 간다

- 사실, 대운하 사업이 거론되면서부터 4대강 정비 사업 등 국책사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환경단체와 전문가 집단, 국민 여론 등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다가 또 굉장한 이슈 중 하나인데,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공사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여론을 직원들이 고스란히 감당하면서 가야 하는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의 역할이 있다면.

“지금 신규사업 관련해서 TF팀 등 임시조직을 가동하고 있는데, 기존 업무를 그대로 하면서 새로운 업무를 같이 하다 보니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조합도 인수위부터 현재까지 명절 이틀을 빼놓고 쉰 적이 없다. 현장을 다니면서 노고에 대한 격려와 함께 고충을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태백은 가뭄 때문에 비상근무를 24시간 하고 있는 등 고충이 많다.

NGO나 시민, 이해당사자 등의 갈등을 정부차원에서 풀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사업 주체가 풀어야 할 부분도 많이 있다. 국장들과 이런 저런 논의를 많이 한다. 신규사업 관련해서 NGO와 어떻게 접근할 것이며, 사회 봉사활동 등 지역 NGO와 교류하고 좋은 연대를 맺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리고 충분히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홍보 역시 노사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 하고 있다. 국민들도 현재 사업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더욱 많다는 것을 공감해 주실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 비정규직 현안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복수노조 허용 등 큰 현안에 대한 단위노조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서는 일단 단위사업장에서의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노총과 상급단체에 함께 힘을 실어주고 단결해서 풀어야 한다. 그리고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양대 노총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토론이 돼서 하나의 협의체를 구성했으면 한다.

특히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조 활동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 부분에 대해 대정부 투쟁이나 연대의 필요성이 있을 때 단위 사업장 조합원의 마음을 끌어내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노동조합 활동이 저해 받고 힘을 잃으면 그 피해는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는 위기의식에 공감을 할 수 있도록 교육매체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상급단체에서도 앞으로 이에 대한 자료와 많은 기회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