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적 구조조정 좌시할 수 없다
편법적 구조조정 좌시할 수 없다
  • 성지은 기자
  • 승인 2009.03.0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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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 생존과 위기 대응 적극 나선다
우경화된 금융노조, 방향 재정립해야
금융노조 SC제일은행지부 김재율 위원장

금융노조 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에 김재율 전 금융노조 정책본부장(47)이 당선됐다. 금융노조 정책본부장으로 본조에서 활동 하다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 사표를 제출하고 출마한 이번 선거에서 김재율 후보는 투표자 3175명 가운데 1746명(득표율 55.4%)의 지지를 얻었다.

이번 선거에서 김 위원장은 “투쟁력·교섭력·논리력을 갖춘 전략노조 건설”을 핵심 구호로 내세웠다. 지난 해 RC제도를 통한 불합리한 퇴출 등으로 갈등을 겪었던 SC제일은행지부는 강력한 투쟁 전선을 펼쳤으나 한편으로는 교섭력 부족을 지적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재율 위원장은 향후 금융 위기 하에서의 생존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와 동시에 구조조정 등 노동 현안 및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인건비 줄여 생산성 향상에 도움 됐나?

- 지난 해 편법적인 후선 배치 및 구조조정과 관련한 집행부의 투쟁이 아직 답보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신임 위원장으로서 지난 해 있었던 갈등의 원인과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면.

"이것이 영국자본 노사관계의 전형적 특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노사가 합의를 했다 하더라도 그 합의가 법적으로 논란이 되는 소지만 있다면 그것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것이다. SC제일 문제의 핵심은 후선역이 아니었다. 후선역은 애초에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한 것이었다. (실적이 나쁘다고 해고되는 것이 아니라) 후선역으로 가게 되면 급여는 깎이지만 고용은 보장받는 형태로 바뀌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퇴출 돌파구가 없어지다 보니 사측 입장이 답답해진 것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새로운 RC제도다. 문제점은 거기서 발단이 된 것이다. 기존 후선역은 후선 발령 직원 운영에 관한 준칙이 있기 때문에 은행에서 마음대로 퇴출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걸 고민하다가 김앤장에서 유권해석을 받은 것이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명령을 내릴 수 있는가를 찾았던 것이다.

재택근무명령이 나는 순간 급여가 38%밖에 지급이 안 된다. 그러다가 일정 기간 현업 복귀가 안 되면 면직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정 기간을 두고 계속 개선권고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재택근무 명령을 내는 것이 인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이렇게 나온 것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RC, 좋은 의미로는 Relationship Consultant라고 해서 고객과의 릴레이션십을 높여서 실적을 올리면 포상도 해주고, 대신 지점 소속이 아니라 본부 소속이다. 쉽게 따지면 자리가 없는 개인영업을 하라고 내보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스코어 카드를 주고 평가해서 매달 경고를 줘서 명분을 축적해 놓고 1년 뒤에 가면 정리하겠다는 의도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의 원래 취지는 그런 게 아니었다. 이게 후선역 제도인 것인지, 따로 직무가 만들어 진 것이냐를 놓고 볼 때 따로 직무가 만들어 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 당연히 영업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도 있고 지원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이 보험 모집인처럼 혼자 나가서 영업을 하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지난 번에 명퇴 신청을 받으면서 “이번에 안 나가면 다음에는 재택근무 낼 수도 있다”고 협박을 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190명 정도가 나가게 된 것이다. 그것은 완전히 협박성 발언이었다. 그것 때문에 노사 갈등이 있었던 것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강박행위 녹취도 하고, 직접적으로 타격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190명이 나가서 은행이 얼마나 성장했겠는가, 생산성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됐느냐. 오히려 반대다. 고용이 불안해 져 버리니까 일선에 있는 영업 점장들이 자기 Best(최선의 실적)를 안 해버린다. 오히려 ‘내가 살 수 있을 만큼만 해서 오래 가자’, 이렇게 돼 버리는 것이다.

즉, 내가 올해 최대한의 목표를 올리면 그 다음 해에 목표가 늘어나니까 그것을 생각해서 적당한 수준에서 더 이상 하지 않아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가 돼 버리는 것이다. 지난 해 시장 분위기도 그랬지만 이것 때문에 당장 이익금이 나지 않았다.

인건비를 줄이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이익은 가계금융 쪽은 나지 않고 거의 다 기업금융 쪽에서, 흔히 말하는 딜을 통해 이익금을 많이 냈다. 이 구조가 왜곡돼 있는 것이다. 고객의 기반이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

올해 SC제일은행의 가장 큰 문제가 고객 기반을 다시 회복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은행이 기본적으로 영업하려면 지점 근처에 있는 고객을 확보하고 나서 넓혀가야 하는데 뉴브릿지캐피탈과 SCB를 넘어오면서 그런 영업을 하지 않았다. 당장 돈 되는 고객, 뉴브릿지 같은 경우는 모기지를 중점적으로 해서 이익만 쏙 빼서 갔다. 그러면서 MBS 발행도 같이 유동화시키고. 모기지는 일반 거래 없어도 직원들이 다 경기도 쪽에 나가서 해 왔다. 그러다보니 실제 고객 기반이 없어진 것이다.

그것을 이제 와서 CF(Customer First)를 하자, 고객들에게 다가가자고 하고 있지만 이미 다 무너졌고 실질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이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 보고 매일 가서 몸으로 부딪치라고 한다. 인사하고 잘 보여서 필요할 때 권유 해 오라는 건데, 이것은 20년 전의 은행 영업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세대간의 갈등도 불거지게 된다. 고참들은 정년만 보장해 달라는 거고, 중간 계층들은 자신들은 정년까지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미 하고 있으니까 최대한 보상 늘려달라는 것이고, 하위직급의 젊은 사람들은 나는 나름대로 실력을 갖고 있으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한다. 이렇게 3중 구조로 가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도 이처럼 요구사항들이 극명하게 갈렸다. 문제다. 각자의 요구에 다 맞게 해 주면 이것은 조직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한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 부분이다. 오늘 한 채용 전문 사이트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76%가 임금 삭감돼도 좋으니 고용을 보장해 달라고 했더라."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정규직 필요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 현재 상황을 보면 앞으로는 더욱 경쟁구도가 강화되는 방식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고객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을 우려하셨는데, 자통법 시행으로 업종 간 상품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향후 은행으로의 고객 확보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SCB의 운영 방식과 여력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

"제일 우려하는 것이 그것이다. 영국에서 1986년에 생겼던 빅뱅을 SCB는 겪었다. SCB는 원래 영업형태가 가계금융이 아니다. 기업금융만 해오던 자본이고 가계금융 쪽의 기술 노하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 저축은행 하나 인수해 놓고 SC증권 있고 글로벌 쪽 캐피털이 하나 있다.

그런데 경쟁력이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IB쪽에 SCB가 얼마나 노하우를 갖고 있는가를 볼 때 거의 없다고 본다. 또 하나의 문제는 소유구조 자체가 단독주주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언제든지 경영권 변화는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산가치가 어느 정도 됐을 때의 이야기인 것이고 지금은 은행업만 갖고서도 시중은행 간 경쟁력이 없고, 지주회사 설립을 한다고 해도 기존에 있는 대형 지주회사와의 경쟁력도 어렵다고 본다. 상당히 답답한, 시장에서 고립돼 있는 형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는 금융지주 형태라도 만들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앞날이 썩 밝지는 않다. 과연 그러면 글로벌이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한국에서 계속 영업을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이냐. 그런데 한국 시장에 외국 자본들이 들어올 만한 여력은 안 된다고 보고, 그렇다면 끌고는 갈 거 같은데 그것이 결국 직원들에게 고용, 임금 압박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많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이 지점장급, 매니저급 정도를 연령을 대폭 하향화 시켰다. 30대, 35세 정도 되는 사람들을 영업점 지점장으로 내보낸다. 대부분 인건비 축소시키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실제 그런 사례가 있고 BM아카데미라고, 지점장 나가는 코스에 30대가 들어가 있다. 결국 내부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SC제일은행의 영업점을 리모델링 했는데 그 형태를 보면 모집인 영업 형태이다. 지점장을 포함해 방에 들어가 있다가 고객이 오면 나와서 상담하고 다시 들어가는 형태다. 그러니 정규직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방향이 뻔히 나와 있다.

KB금융지주회사에 외환이 묶이느냐, 신한이 있고, 우리와 하나가 어떻게 될 것인지만 결정되고 나면 세 개 정도의 지주회사로 재편되고 지방은 지방은행들끼리 가고 나면 남는 것은 씨티, 제일인데 과연 그 틈바구니 속에서 살 수 있겠느냐. 그러면 궁극적으로 정규직 최소화와 기간제 모집인 영업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정도의 영업을 하려고 하지 않겠나."

지주회사 사용자성 인정은 경영간섭 부른다

-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금융지주의 사용자성이 공론화가 되면서 금융노조에서는 법 개정 등 금융지주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KB가 지주회사 관련해 용역보고서를 만들었는데, 제가 그 때 반대했던 것은 노조가 왜 사용자 파트너로서 지주회사 회장을 하자고 하느냐, 그것을 법제화하자고 토론회까지 했는데 그것에 대해 분명히 반대했다. 노조가 지주회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라고 하는 것은 지주회사 회장이 자회사에 경영간섭을 해도 된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봤다.

노사관계는 자회사의 대표하고만 폭을 좁게 가져가고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관계는 자회사 사장이 풀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폭을 넓히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일은행의 경우는 만약 그렇게 되면 글로벌하고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스스로가 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오히려 제일은행의 경우는 아무런 근거 없이 글로벌에서 간섭이 심하다. 따로 순수 지주회사가 만들어 지고 그 아래에 제일은행이 붙으면 차라리 우리는 제일은행 행장하고만 노사관계를 가져가면 된다. 글로벌이 간섭할 수 있는 것은 지주회사 회장 정도겠지만 그래서 나는 그것이 더 단순화되는 것이라고 본다. 외국계로 봐서는 이것이 맞는 노사관계다. 오히려 사용자성 인정으로 인해 지주회사 회장과 자회사 사장, 그리고 노동조합의 삼각관계를 풀어야 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모든 결정권은 지주회사 회장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것을 노조가 먼저 인정할 필요 없다. 단절시켜야 한다. 그런데 노노간으로 보면 자회사간 노동조합이 이것을 지부 형태로 놔 둘 것인지, 통합 할 것인지 이런 문제는 있는데 굳이 KB가 너무 앞서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법 개정이 다 되어야 할 텐데, 그렇게까지 확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노사관계는 자회사와 하는 것이 맞고 지주회사로 넘어가면 지금 직원들이 걱정을 하는 것은 아웃소싱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은 별도 자회사로의 분사형태다. 그런데 지금 반대로 가려 한다. 그것은 비용이 오히려 더 들어가서다. 왜냐하면 살기 위해서 자체 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사업 부문으로 넣겠다는 방향인데 서로 충돌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차라리 사업부문으로 남겨 놓는 것이 낫다. 더 심각한 것은 그것이 매트릭스조직으로 간다는 것이다. 은행, 저축, 증권사에 가계금융은 가계 비즈니스로 따로, 기업은 기업 따로. 이것은 사업부문 별로 묶어서 비즈니스 장에게 권한을 줘 버리는, 이런 형태의 매트릭스를 막아야 할 부분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매트릭스 조직의 문제는 책임이 불분명하다는 것

- 매트릭스 조직에 대한 문제점은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반면 지주회사 설립이 추진되면서 이 매트릭스 체제로의 전환 역시 꾸준히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점이 있다고는 하나 현재 상황에서는 변화가 어려워 보인다. 앞으로는 어떠할 것으로 보는가.

"서브프라임 사태가 생긴 이유 중 하나가 매트릭스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매트릭스 조직은 사실 권한과 책임을 같이 가져가야 하는데 책임 부분으로 가면 모호해진다. 근본적으로 어디가 잘못이냐, 서브프라임 하나만 보더라도 대출 모기지 해 주는 데가 있고, 유동화 하는 데, 유동화 해서 개런티를 맡은 곳과 판매하는 곳 등 어디서 잘못됐는지 이걸 따지고 들어가면 다 책임이 없다고 한다. 나는 대출만 했다, 나는 발행만 했다 이런 식으로.

제일은행 같은 경우에 가계금융과 기업금융이 있는데 만약 가계금융에서 대출을 많이 해서 자금이 부족하다면 이 파트가 유동성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 줘야 하는데 유동성 관리는 또 다른 리스크관리 부서 쪽에서 한다. 기업 쪽에서 올라온 것을 은행 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줄 수 있는데 기업 파트에서는 안 주고 금리 가산금 내고 가져가라고 이야기를 해 버리는 것이다.

즉, 이익은 똑같이 나는데 개인별 실적에 따라 자신의 고용문제가 걸려있다 보니까 은행의 장기적인 비전 보다는 재임기간 동안의 실적에 집중하니 전체적인 포트폴리오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매트릭스 조직의 문제다.

내 파트에서 문제가 생겼으면 책임을 지느냐. 사표를 받든, 책임 여부를 가려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매트릭스 조직을 가져가면 분명히 제일은행과 같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SC에 요구했던 것이 전체적인 총괄할 수 있는 통합부서를 만들자고 했었다.

가계, 기업이든 리스크든. 그래야 위에서 보고 관리할 것 아니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놀고 노사가 합의를 했는데도 그게 가계금융 쪽 예산이면 그 쪽 헤드하고 해야 하고, 기업금융은 또 그 쪽 헤드와 해야 하고 이런 것이 어디 있냐는 것이다. 행장하고 노조가 합의서를 썼으면 행장이 책임지고 해야 하는데 그것을 내 소관 아니라고 해 버린다. 이런 노사관계가 어디 있나.

노조가 대응을 할 때 대표자, 혹은 노무와 노사 채널만 가면 되는데 이게 해결이 안 되고 답답하니까 노조가 그 부서에 직접 뛰어간다. 그러니까 오히려 파트너가 많아졌다. 그래서 그럴 것이 아니라 행장과의 채널로 통일하라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하는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급하니까 그러는 것이다. 그러니까 노조가 매트릭스 조직을 대하는 방법은 원래 원칙만 고수하면 된다. 노조가 나서서 파트너를 바꾸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더 위험한 것이다.

내가 간부들에게 이야기 한 것이 임원이나 사업부 뛰어가지 말고 오라고 하라는 것, 그리고 노무담당 쪽을 통해서만 모든 채널을 열어놓고 나머지는 닫고 간부들은 현장에 나가라는 것이다.

집행부가 임기 3년 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투쟁했나.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 과정에서 집행부가 임기 동안 뭐했느냐, 무능하다는 평가를 한다. 그것은 현장 조합원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행부만 계속 투쟁을 하다 보니 현장 조합원들은, 뭔가 투쟁을 하는 것 같은데 나오는 게 없다고 한다. 투쟁 과정을 함께했으면 그 과정이 어땠는가를 알기 때문에 결과가 미흡했다 하더라도 인정을 하는데, 이번에 보니 아주 냉정하게 평가를 하고 있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이제 사용자는 노조가 투쟁한다고 해도 겁 안 낸다

- 그러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조합원들이 이제 복지와 임금 외에는 노동조합에 기대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 노동조합이 그것만을 계속 강조해 오다 보니 결과적으로 선거도 정책방향보다는 임금과 복지 수준 경쟁이 되는 것 아닌가. 현재 금융권의 노조 활동에 대해 어떻게 보나.

"금융권 노조가 사실 노동자라는 말을 쓴 것 자체도 97년 당시 명동성당 파업 들어갈 때부터였다. 그나마 어용노조의 틀을 조금씩 벗어나다가, 금융 산업 재편이 끝나고 나니까 대형은행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또 노조들이 어용성을 띠기 시작했다. 각자가 경쟁적으로 임금을 올린 것이다. 노조 간에 임금과 복지 경쟁을 하다 보니까 결국 과다 비용문제 생겼을 것이다. 그것을 마치 노조가 성과물인양 한 것이 현재 역공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 때 노조는 조직력 강화를 했었어야 한다. 그 때 비정규직을 끌어안고 조직화 하고, 산별 강화해서 가야 하는데 그동안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산별 위상이 무너져 버리고 현직 위원장이 완전히 우파로 돌아서면서 금융노조 색깔이 무너졌다.

밑에 지부 대표자들도 보면 현장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다운 노동조합 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당선되자마자 차기 선거를 먼저 생각하고 급여문제, 어떻게 하면 금전적인 보상을 해 줄 것인지만 고민한다. 그러니까 사용자는 얼마나 다루기가 좋겠나, 생색도 내고. 성과급 몇 백%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되니까 은행에서는 또 주더라. 노조 다루기가 쉬운 것이다. 의식화 교육이 전혀 안 되어 있다.

어쨌든 산별이 우경화 된 것이 가장 안타깝다. 작년 임단협에서 우리가 요구했던 것 중에 사용자가 제대로 들어준 게 하나도 없고 오히려 9시 영업문제하고 단체협약 교섭 기간을 2년으로 줘 버리는 엄청난 헌납을 했다. 지금 지부 대표자들에게 지부에서 가장 절실한 게 뭐냐고 하면 다들 고용이라고 이야기 한다. 보수정권 기류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홍준표 의원이 3년 무파업, 3년 임금동결까지 선언 해달라고 들어온 것 아닌가.

연말 되면 전임자임금지급금지가 생기니까 노조가 어쩔 수 없이 수세에 몰리게 되어있다. 그러면 복지문제보다 결국은 고용문제에 매달리는데, 고용문제로 가면 임금은 양보해야 할 부분은 많이 생길 것이다. 이것을 지부 대표자들이 그렇게 양보교섭을 할 것이냐, 아니면 전체적인 노동자 생존권을 걸고 연대해서 대투쟁 벌일 것이냐 하는 시기를 봐야 하는데 지금 금융노조 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금융경제연구소마저도 이번에 이찬근 교수에서 조원희 교수로 바뀌었는데, 조원희 교수가 철저한 사민주의 아닌가. 거기다 정승일 박사까지 오는 모양인데. 정승일 박사는 재벌 긍정론자다. 금융노조 위원장부터 경제연구소까지 다 색깔이 우파가 되고 있는 판에 지부만의 힘으로 싸울 수 있겠느냐. 이제 사용자가 노동조합이 아무리 투쟁한다고 해도 겁을 안 낸다. 매뉴얼도 너무 빤하고.

이번에 명목 임금 인상률 올린 곳이 아무데도 없다. 일부는 시간외 수당 많이 줬다고 금감원까지 불려갔다고 하더라. 임금마저도 통제를 하는 것이다. 이 마당에 각 지부들이 진짜 98년도처럼, 98년도는 정부도 아마추어였기 때문에 대놓고 40% 자르라고 들어왔지만 지금은 그런 식으로 안 해도 침투해 온다. 그러니 조합원들도 노동조합보다 자신의 생존권을 은행에 맡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노조의 힘은 점점 약해지고 앞으로 집회 하면 안 온다는 것이다. 집회 가서 괜히 은행에 찍혀서 내가 불이익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집행부가 외로운 투쟁해야 할 것인데, 최소한 이 시점에서는 36개 지부 대표자들이 현재 금융권 노동조합이 위기인가 아닌가, 그러면 어떻게 방향을 갈 것인가를 모색해야 한다.

금융노조에 있으면서 봤을 때는 희망이 없었다. 너무 사용자에 밀착관계가 있고. 또 이미 노조 투쟁에 한계가 있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출근 빨리한다고 퇴근 빨라지나?

-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SC제일지부 현장 조합원들의 정서는 어떠한가. 그리고 변화를 위한 향후 전략은 어떠한가.

"이번 선거 과정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직원들이 무조건 투쟁을 하는 것도 싫다고 하더라. 그 전의 노조는 워낙 투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대 집행부 탄생시킬 때 강철대오라고 해서 후보들이 삭발을 하고 출마했었다. 당시 정말 인기가 좋았다. ‘야, 이제 제대로 투쟁하는구나’라고 했는데 3년 내내 투쟁을 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투쟁만 해서는 안 된다고 하더라.

이제는 전략적으로 싸워라. 투쟁도 할 줄 알고, 교섭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이 그렇게 바뀌어 버렸다. 그런데 그것이 잘못하면 어용노조를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투쟁력과 교섭력, 논리력을 모두 갖춘 노조를 내세운 것이다."

- 이번 임단협에서 중앙노사위원회를 통해 산별 차원의 협의 창구가 마련된 것에 대해 금융노조에서는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다. 오래 전부터 현안으로 부각됐던 근무시간 정상화 및 비정규직, 구조조정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또 실질적인 변화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근무시간 정상화라는 표현 자체가 왜곡돼 있는 것이다. 원래 임단협에서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시간외근무, 초과근로 줄이는 것이 목적인데 그것을 줄일 수 없다면 보상이라도 제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꼭 금전적인 보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쉬게 해 달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근기법에 있는 대로 보상휴가 달라고 요구를 했던 것이지 근무시간 줄여가겠다는 접근은 아니었다.

그런데 사측에서는 돈으로 달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퇴근을 빨리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겠느냐, 그러면 퇴근을 빨리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보자고 하던 중에 “그럼 일찍 출근하고 퇴근할 수 있겠네”하고 은행연합회 회장이 슬쩍 던졌다. 아무 의미 없는 말이었는데, 일부 대표자들이 “그거 좋다”고 논의가 됐던 것이 9시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나는 빨리 셔터문 내린다고 빨리 퇴근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애초부터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했는데 이게 나중에 시간이 지나니까 왜곡됐다. 이것은 현장에 있는 조합원들 초과근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용이 돼 버렸다. 갑자기 자통법 이야기 나오면서 증권사하고 지급결제가 열리니까 근무시간을 맞춰야 한다고 변질이 됐다.

진행하는 과정을 보니까 뭔가 다른 외부 요인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근로조건 개선과 전혀 다른 쪽으로 가 버렸다. 워낙 퇴근시간이 늦는 곳은 차라리 이렇게라도 해서 한 시간이라도 당겨지면 좋다는 반응도 있는 반면에 출근시간이 빨라진다고 퇴근이 빨라지는 것은 결코 없다고 하니까 보상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면 시간외를 정확하게 해 달라. 지금은 한계를 정해놓고 하지만 실질 초과근무에 대한 시간외 수당을 강구하자고 해서 보상 쪽으로 논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사측에서 시간외 다 주면서 9시에 문 여는 것? 아마 안 했을 것이다. 결국은 논의하다가 이미 4월 1일부터 하기로 했다고 하면 문 열고 그만이다. 논의도 못하고 최소한 이런 정도의 상황이라면, 전 종업원들의 근로조건 문제라면 총의를 들어야 하니까 총투표를 붙이자고 했는데 안 붙이겠다고 하더라. 근무시간 정상화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제일은행 같은 경우에 일부 야근하는 병폐는 있지만 길지는 않다. 고객이 많이 줄었다."

구성원 모두 참여하는 대토론회 하자

- 내점 고객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전 시중은행들의 공통점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에서도 하루 내점 고객 수가 30% 가량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각한 상황인가.

"전산화하고 자동이체화 시키고 그러다 보니까 내점 고객은 준다. 그건 은행원 인력하고도 관련이 된다. 우리가 20년 전에 은행에 CD기 더 달라고 난리를 쳤다. 그것이 결국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할 줄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마감부터 모든 것을 전산화 하라고 했고. 다 되고 나니까 이제 인력이 필요 없을 수밖에.

그러다보니 이제는 세일즈로 내몬다. 나가서 대출 팔아라. 그런데 사용자가 가만 보니까 연봉 7천~8천 받는 사람이 아침에 출근해서 밖에 나가서 대출 팔고 들어오고 하는 것이 수지가 안 맞는 것이다. 그런 일은 저비용으로 가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기간제 근로자를 쓴다.

그러면 기간제 근로자나 모집인들이 세일즈해서 섭외한 고객을 관리하는 정규직만 필요하지, 나머지 인원들은 필요가 없다. 그리고 내부프로세스 관리하는 정규직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것을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98년 이후 단협에서 비정규직 비율을 묶어 놨다. 제일은행의 경우는 정규직 대비 20%로 더 이상 늘릴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면 20%만 계속 유지를 해야 하니 사측은 갱신할 때 되면 노조가 늘리지 말라고 했다는 핑계를 대고 해지해 버린다. 그래도 어쨌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했었는데 무기계약직이 정규냐 비정규냐. 비정규직에 놓으면 비율에 걸리고 정규직에 놓으면 복지후생을 똑같이 줘야 하는데 안 주고 있다는 문제가 걸린다.

일단은 기간제건 무기계약이건 노조에 조직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사용자들이 파업한다고 해도 안 믿는 이유가 정규직 없어져도 비정규직만으로 은행은 돌아간다. 지점장 한 명에 모집인 있고, 창구 무기계약직 있으면 다 돌아간다. 지점장은 관리 업무를 하는데 책임자가 없으면 요즘도 그 일을 직접 한다. 그러니까 없어도 영업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그래서 기간제나 무기계약직을 조합에 받아들이고, 지배인 등기가 안 돼 있는 2급 이상 윗직급들을 노동조합으로 가입시켜놔야 단체행동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에 추진역 나가고 했던 60 여 명을 받아서 유지 하고 있다. 확대해 나가야 한다."

- 긴 시간의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 된 대로, 그리고 현재 상황을 볼 때 노동조합 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임기 동안은 아무리 선방한다 하더라도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사측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대토론회를 요구할 것이다. 행장과 은행측이 노조와 직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은행을 끌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과 노조와 조합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은행의 문제들을 놓고 4층 강당에 같이 보따리 풀어놓고 토론회를 하자. 그 자리에는 올 수 있는 조합원들을 모두 모으고 각 영업점, 지방에는 네트워크가 돼 있으니까 방송을 틀자.

그래서 한 번 다 털어놓고 왜 노조가 전투주의로 갈 수밖에 없는지, 왜 노동과 자본이 이렇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SCB는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가고 싶은지에 대해서 아예 공개적인 토론을 하자는 것이다. 그 과정을 전직원에게 보여주자.

노사 대표자가 따로 사무실에 앉아서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그게 직원들에게 전달되는 것도 한계가 있고 현안 논의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앞으로 고용문제라고 한다면 최소한 직급별 대표들이라도 모아서 의제를 놓고 토론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지금 캐논이나 소니, 도요타 같은 곳은 실질적 종신고용을 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철저하게 실적주의다. 능력에 따라서 급여가 엄청난 차이가 나지만 종신고용제이다.

그러니까 그렇게는 못 간다 하더라도 최소한 60세를 보장해 주는 대신 임금체계 개선 요구가 있다고 한다면 전직원들과 토론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접점을 찾고 합의점이 나오면 그것은 전조합원 총투표를 붙여서 가부 결정짓자. 그래서 되면 하고, 부결이 되면 불신임 투표 붙여서 내려가면 될 것 아닌가.

이제는 노사간의 교섭이든 무엇이든 참여를 시키고 공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장 입장에서도 직원들 앞에서 하자고 하면 당연히 나와야 하는데 아마 못 나올 가능성이 많은 것이 숨겨진 의도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조합 입장에서는 그렇게 던져 놓으면 직원들은 과정을 다 봤고 굳이 왜 파업을 해야 하는지, 왜 투쟁을 해야 하는지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공개적인 제의를 하려고 한다. 자꾸 작은 사항마다 노사가 붙어서 할 필요가 없다. 큰 틀에서 해 놓고 가자. 그것은 조합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했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다.

그 다음에 제대로 합의가 됐냐는 다음 이야기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본인 참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간부들에게도 현장에 가서 지역 협의회나, 무엇이 있든지 간에 술집 가지 말고 회의실에서 주제를 갖고 토론을 하라고 강조한다. 노동의식에 대한 교육을 먼저 하고 나서 조직 선전을 하라는 것이다. 조합 간부들이 최소한 조합원들에게는 학습된 논리를 갖고 조직을 해야 하는데, 앞으로 술로 하는 조직은 안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