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가겠다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가겠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9.04.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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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노조, 조합원 입장에 서는 노조 지향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직장문화 만들어야
S-OIL노동조합 이상희 위원장

4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S-OIL노동조합 이상희 위원장은 ‘조합원과 함께’를 강조했다. 5선이자 현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 의장을 겸하고 있는 신진규 위원장과의 경합에서 이길 수 있었던 힘이 조합원들과 함께 할 것이라는 믿음을 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었다.

이상희 위원장은 또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전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조급한 성과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3년 임기 동안 일을 하나씩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임경필 lkppro@hanmail.net

- 상대가 5선 위원장이었다. 그런데도 조합원들이 위원장을 선택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조합원의 선택으로 5선을 했다는 것은 신진규 전 위원장이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전체 조합원들은 마지막 3년을 돌이켜봤을 때는 그게 아니라는 판단이 섰지 않았나 싶다.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많이 억눌려 있었다. 오래 하면서 군림하는 노동조합이 되었다는 평가다. 현장의 목소리가 왜곡된 상태에서 (위원장) 개인의 정치적인 역량이라든지 판단력을 가지고 모든 것을 결정하다보니 우리 조합원들은 그런 부분에 굉장히 목말라 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게 없다보니 조합원들이 많이 힘들었다. 그게 (선거에서 이긴) 주된 원인이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우리 전체조합원들이 바꿔보자는 게 많았다.”

- 조합원들이 변화에 대해 목말라 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주되게 제시한 것은 어떤 지점이었는지.

“우리가 한국노총 사업장이다보니 임금협상이나 단체협상 등에서 위원장이 교섭권과 체결권을 가지고 있고 조합원들은 결과만 보고 거기에서 누가 함부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현장에 있으면서 그런 부분을 많이 느꼈다.

이제는 올바른 노동조합과 노사관계를 올바르게 가져가야 한다는 개념이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여러분과 함께 할 거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조합원과 함께 실천하는 노동조합’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다. 조합원에게 활짝 열린 노동조합, 그리고 조합원의 입장에서 권익신장을 실현하는 노동조합, 여기에 더해 고용안정을 책임지는 노동조합을 제시했다.”

ⓒ 임경필 lkppro@hanmail.net
- 전체적인 경제상황이 안 좋은 가운데 석유화학 업계도 환율 등으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조합원들의 핵심 요구는 역시 고용안정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우리 회사에서는 이제까지 아웃소싱이라는 게 전혀 없었다. 그런데 앞선 집행부에서 윤활유쪽을 아웃소싱 해서 한 부서를 없앴다. 여기에 대해 조합원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매년 흑자를 1조원씩 내는 회사에서 아웃소싱한다는 게 조합원들이 받아들이기에는 굉장히 어려웠다.

그런 건 노동조합에서 역할을 해서 막아야 하지 않나. 우리 공장 내에서 받아줘서 다른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넘겼다. 그래서 전체 조합원들의 불신이 컸다.

전산실도 아웃소싱이 거의 다 끝났다. 그러다보니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바꿔서 새롭게 막아줘야 하지 않느냐 하는 바람이 많았다. 저도 그런 부분에서 충분하게 대응을 제시했고, 법적으로 여러 가지 고민을 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회사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가지고 가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봤다.

매년 정년 2년을 연장하고, 신입사원이 거의 100명씩 들어오는 회사에서, 그 신입사원을 좀 안 뽑더라도 아웃소싱되는 분들을 자체적으로 충분히 교육을 시켜서 현장에 투입시키면 가능한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게 아쉽다. 향후에 그런 부분이 발생한다면 내가 직접 나서서 막아낼 것이다.”

- S-OIL은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대주주다. 다른 기업들의 경우 외국자본이 들어올 경우 문화적 차이로 충돌하는 경우도 꽤 있는데 S-OIL의 경우는 어떠했는지.

“우리는 문화적인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지금 CEO가 사우디 사람이지만 젊은 시절부터 해외 근무를 오래 경험해서 그런지 한국 문화를 많이 이해하려고 한다. 한국민의 민족성, 저력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 또 구성원들에 대해 가족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부분의 차이는 없을 것 같다.

CEO가 굉장히 소탈한 사람이다. 뭔가 가족들에게 베풀려고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온 지 꼭 1년 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항상 친근감 있게 하려고 하고 공장에 자주 오면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고 한다. 직원들을 아끼고 같이 대화를 나누고, 요구하는 사항이 뭔지 항상 들으려고 한다. 외국분이지만 우리 한국문화에 적응을 많이 한 것 같다.”

- 대부분의 기업단위 노사가 모두 고민하고 있겠짐나 올해 임단협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사회분위기가 경제위기를 내세워서 임금동결 내지 삭감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임단협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동종사가 먼저 임금동결을 하다보니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를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일단 회사 경영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충분히 협의를 거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임경필 lkppro@hanmail.net


- 최근 들어서 노동조합 운동에 대한 비판들이 꽤 많다. 그러다보니 노동조합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도 하는데, 위원장이 생각하는 노동조합 운동의 상은.

“회사가 있어야 노동조합이 있다. 그래야 조합원이 안정된다. 울산 지역의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을 표본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 현대중공업은 강성노조 이미지가 강했지만 오늘에 와서는 가장 칭송받는 노동조합이 되고 있다. 그 모델보다 더 낫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싶다.

정치적인 노동조합으로 가다보면 결국은 회사와 조합원 간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과거 집행부 시절에 3년간 조직부장을 하면서 저 역시도 굉장히 강성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3년간의 세월을 힘겹게 보냈다. 돌아보니 그건 아니었다.

그때는 시대적인 상황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아픔을 겪은 조합원들이니까 아픔의 밑바탕에서 좀더 발전될 수 있는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다. 항상 대화도 많이 하고 그 대화 속에서 조합원들이 갈구하는 부분들을 100% 다 해결을 못하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선상에서 조금씩 해결하고 싶다. 그러면 조합원들이 직장생활 하는데 있어 신바람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많은 현안들이 있겠지만 3년의 임기 중에 반드시 이루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조급하게 1년 안에 다 하려고 하지 않고 3년 동안 해나갈 것이다. 노동조합은 1년 농사를 가지고 평가하는 부분이 많은데, 전체적인 3년 집행을 가지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하나씩 짚고 넘어가서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려 나갈 생각이다.

오늘 다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그렇게 하다보니 실패하는 노동조합도 많이 봤다. 회사와 긴밀하게 협조할 것은 하고, 조합원들의 애로, 현장의 비애 등을 설득해 나갈 것이다. 과거에는 불신이 많았는데 조합원들과 경영진이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해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