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노동자 또 사망
한국타이어 노동자 또 사망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9.04.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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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근무 청소업무 종사 전직 노동자 사망
산업의학계 직업관련성 인정한 당사자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근무했던 노동자가 또다시 사망에 이르렀다. 지난 2월에 사망한 임 모씨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한국타이어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다 퇴사한 박 모씨(68)가 3일 새벽 치료 중이던 병원에서 독성간염 등에 따른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박 씨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정련과에서 89년부터 10년 동안 근무하다 99년 질환으로 퇴사했다. 박 씨는 한국타이어에서 근무하는 동안 주로 청소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박 씨는 지난 3월 24일 있었던 기자회견을 통해 직업성 산업재해를 신청했던 3명 중 1명이다. 박 씨는 3월 17일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로부터 카본블랙, 초미세분진, 유기용제, 가소제 등 유해요인으로 인한 독성간염, 폐렴 및 흉수라는 최종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이와 관련 한국타이어 측은 “박 씨가 유해물질과 무관한 청소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유기용제에 의한 사망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의문사 대책위원회(위원장 박응용, 이하 대책위) 김홍남 조직부장은 “카본블랙을 청소하고 나오면 눈만 빼고 얼굴이 새카맣게 변할 정도”라며 “유해물질과 무관하다는 거짓말로 은폐하려 하는 것은 망자를 우롱하는 짓”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책위는 이어 “민주노총, 진보연대 등 제 단체에 전국공대위를 제안하고 국회에도 진상조사단을 꾸려 진상을 규명하라고 요구했다”며 “서서히 그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직업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타이어에서는 지난 96년부터 2007년까지 전·현직 노동자 중 93명이 집단으로 사망해 사회적 문제가 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노동부에서 역학조사를 실시했으나 직업관련성은 없다고 결론을 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번 박 씨 사망 사건으로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사건이 직업관련성을 인정받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 씨는 산업의학계에서 처음으로 직업관련성 소견을 낸 3명 중 1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