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이후의 관계도 염두에 두어라
협상 이후의 관계도 염두에 두어라
  •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 승인 2005.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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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K사 노사관계는 그렇게 원만한 편이 아니다. 그리고 평상시 노사관계 개선노력에도 별 관심이 없다. 그러다가 단체협상 시기가 되자 이번 협상이 별탈 없이 순조롭게 마무리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갑자기 분주해졌다.’

 


노사협상이 비즈니스협상과 다른 점 중의 하나가 일회적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가 지속되면서 매년 반복된다는데 있다. 기업간 또는 국가간 거래관계에서의 협상은 일회적이거나 단기적 성격을 지닌다. 기업의 해외매각, 한·일 어업협상, 한·미 전투기협상 등은 매년 또는 일정주기로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일회적 행위로 종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비즈니스협상에서는 상대방에 협조하기 보다는 I Win / You Lose 식으로 협상하는 것이 단기적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한·미 전투기협상에서 파는 입장인 미국측은 기술이전은 적게 하면서도 최대한 비싼 가격으로 전투기를 파는 것이 협상을 성공시키는 것인 반면, 한국측은 유리한 부대조건을 많이 확보하면서 가능한 싼값으로 구매하는 것이 협상에서 승리하는 것이 된다.

 

협상을 서로 독립된 두 주체가 앞날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따내기 위한 하나의 사건으로 본다면 금전적 가치만이 협상의 유일한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노사협상은 금전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계속적인 관계에 기초한 반복성으로 인해 ‘관계(relationship)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노사협상을 하면서 마치 비즈니스협상을 하는 것처럼 현재와 미래의 관계의 가치를 무시하고 자기 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잘못된 접근을 하게 된다.

 

평상시에는 노사가 서로 소 닭보듯이 하다가도 임·단협시기가 되면 관심이 있는 것처럼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떻게든 협상을 마찰 없이 끝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자기입장을 납득시키기 위해 애쓴다. 그동안의 노사 간의 관계는 생각하지 말고 이번 협상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잘해 보자는 것이다.


단체협상은 근로조건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써 파이의 분배를 다루게 되므로 대립적 성격을 기본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평상시 노사관계수준이 B정도였다면 협상단계에 들어가면 B수준은커녕 오히려 C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현상유지도 어렵다는 것이다.


평상시의 좋은 관계는 협상테이블에서 상대방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극단적인 자기 몫 챙기기를 자제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상대방과 협상을 하다가 난관에 부딪히게 되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압력 등의 적극적인 방법을 동원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상황을 회피해 버리는 소극적 방법을 쓰게 된다.

 

반면에 자신이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누군가와 협상을 한다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합리적인 대안들을 찾으려고 한다.


노사가 서로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있어 주의할 것은 협상과정에서 ‘관계’와 ‘거래’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계’에 너무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양보하게 되고, 결국 별 이득도 없는 거래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진다. 그래서 관계를 개선하려면 거래자체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특히, 한쪽에서는 관계를 중요시하는데 반해 상대방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거래에서 손해를 볼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쪽이 거래를 통해 상대방을 압박하게 되면 불신과 대립의 골이 깊어질 것이고, 결국 ‘관계’와 ‘거래’ 모두 악화되어 서로 ‘Lose-Lose’ 게임이 될 것이다.

 

반면에 좋은 거래를 위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면 노사 간의 신뢰를 만들어 내고 이로 인해 서로 정보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다 자유롭게 교환하고 공유함으로써, 서로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주는 ‘Win-Win’ 합의를 이끌어 내게 된다.


협상은, 협상 이전 노사관계의 반영이자 협상 이후의 노사관계 수준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평상시에 서로의 관계개선에 힘쓰고, 협상할 때에는 협약체결 이후의 관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