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종이박스가 무서워?
경찰은 종이박스가 무서워?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4.1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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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연맹 집회에서 퍼포먼스용 상자 빼앗아가
보수단체에 각목 맞고 노동자에게 화풀이

▲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종합정부청사 후문 앞에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강제추진을 규탄하는 연맹 현장간부결의대회에서 각 노조 대표들이 나와 박스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경찰이 합법적인 집회 도중 퍼포먼스를 위해 만들어 놓은 종이상자를 빼앗아가 빈축을 사고 있다.

17일 오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동성 직무대행) 주최로 진행된 ‘공공기관 선진화 강제추진 규탄 결의대회’에서 집회 마지막 퍼포먼스에 사용할 빈 종이박스를 집회 도중 일부 경찰들이 집회장에 난입해 빼앗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경찰들은 집회가 시작되자 도로에 늘어선 대회 참가자들의 앞과 뒤를 경찰들로 둘러쌌다. 이어 김동성 위원장 직무대행의 대회사 도중 공공운수연맹 간부들이 연맹 차량에서 퍼포먼스용 종이박스를 꺼내는 순간, 20여명의 경찰들이 갑자기 달려들어 참가자들을 밀어내고 종이박스 하나를 탈취해 갔다.

이에 참가자들은 “합법적인 집회임에도 집회 물품을 빼앗기 위해 불법적으로 참가 대오를 침탈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와 경찰은 몸싸움을 벌이며 대치했고 종이박스를 빼앗은 경찰이 곧바로 뒤로 물러나자 참가자들도 대오를 정비했다.

김동성 공공운수연맹 위원장 직무대행은 대회사를 이어나가며 “용역깡패라는 것이 있는데 지금 저기에 보이는 경찰이 합법적 깡패조직이 아니고 무엇이냐”며 경찰의 과잉반응을 맹비난했다.

김진혁 연맹 조직국장은 경찰을 향해 “혹시 종이박스에 불을 붙일까봐 그랬냐”며 “집회신고를 한 합법적 집회조차 폭력적으로 도발하는 경찰을 보며 폭력 앞에 굴복할 것이 아니라 더 힘찬 투쟁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종합정부청사 후문 앞에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강제추진을 규탄하는 연맹 현장간부결의대회 도중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경찰들의 대회 퍼포먼스를 저지하기 위한 기습 공격으로 참가자와 충돌을 빚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종합정부청사 후문 앞에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강제추진을 규탄하는 연맹 현장간부결의대회에서 참가자와 경찰들이 마주보며 대치중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이날 경찰이 탈취한 종이박스는 참가자들이 집회 후반에 △ 임금삭감, 정원축소 △ 청년실업 문제 △ 인턴제도 등으로 구성된 3개의 종이박스를 발로 밟는 행위를 위해 준비한 것 중 하나였다. 그런 관계로 참가자들은 결국 2개의 박스만으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지난 6일 ‘반핵반김 국민협의회’ 등 보수단체가 진행한 ‘북한 미사일 발사 도발 규탄 및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강력대처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미사일 모형에 불을 붙이고 이를 진화하려는 경찰에게 각목을 휘둘렀지만 이들을 구속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없다.

이 사건과 이날 집회를 보면 경찰의 대응이 형평성을 잃고 있으며 유독 민주노총의 집회에는 참가자 연행과 행사 방해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찰의 과잉대응이 오히려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찰의 시위 대응 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