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노동절 촛불집회 과잉진압
경찰, 노동절 촛불집회 과잉진압
  • 안형진 기자
  • 승인 2009.05.0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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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광장 미리 봉쇄…곳곳 게릴라 시위, 90여 명 연행·부상자 속출
▲ 1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에서 산발적으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참가자를 경찰이 강제 연행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119주년 노동절 범국민대회 이후 촛불집회를 경찰이 봉쇄하면서 종로, 명동 일대에서 게릴라시위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곳곳에서 90여 명이 연행되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무리한 진압에 항의하던 시민들은 시위대가 해산한 이후에도 도심에서 격렬한 투석전을 벌였다.

1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민주노총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오후 5시30분경 촛불집회를 열기 위해 시청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이 길을 터주지 않아 인근 신길역과 영등포역으로 행진해 지하철을 타고 시청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이에 맞서 시청 근처 지하철역 인근, 시청 앞 광장, 종각 등 시위 예상지역에 1만여 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시청역에는 지하철을 세우지 않는 등 시위 원천봉쇄에 총력을 기울였다.

시위대는 원천봉쇄된 시청 대신 종로와 을지로, 명동 등지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벌였다. 오후 6시30분경 종로3가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시위대가 연행되고 근처 교통은 마비됐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방패를 들고 무섭게 조여 오는 경찰을 향해 조금만 불만을 표시해도 곧장 잡아서 끌고 간다. 경찰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면서 당혹스러워 했다.

종로와 을지로의 시위대는 오후 8시경 명동 밀리오레 앞 도로에 모여 정리집회를 갖고 해산했다. 하지만 경찰이 해산하던 이들의 뒤를 덮쳐 시위대를 연행하면서 대치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시위대들이 흩어진 이후에도 명동 골목 입구를 봉쇄하던 경찰이 시위대를 연행한다며 골목으로 진입하면서 시민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둘렀다. 시민들이 이에 항의해 경찰을 향해 보도블록을 깨서 던지는 등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명동 일대에서 경찰과 시민의 대치가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휘두른 곤봉과 방패에 맞아 부상자가 속출했으며 경찰에 의해 폭행당한 사진기자도 발생했다. 가만히 서 있던 일행을 경찰이 연행해 갔다며 울먹이는 중국인 유학생도 있었다.

경찰이 “폭력적인 불법시위로 위험한 상황이니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피하라”고 안내방송을 내보내자 시민들은 “지금 여기서 가장 폭력적인 것은 바로 경찰”이라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