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노총, 한쪽은 축제 다른 쪽은 투쟁
두 노총, 한쪽은 축제 다른 쪽은 투쟁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9.05.02 14:1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은 넘치는데 ‘힘’은 조직되지 못해
경찰 과잉진압에 시민들 ‘자발적’ 저항
한쪽에서는 마라톤대회를 열며 축제를 여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대규모 집회와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노동자의 생일’ 노동절을 맞는 양대 노총의 각기 다른 모습이다.

5월 1일 세계노동절 제119주년을 맞아 한국노총(위원장 장석춘)은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조합원과 가족 등 2만5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마라톤대회를 열었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마라톤대회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운동장 한쪽엔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항의하는 공공연맹(위원장 배정근)의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장석춘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정부가 노동관계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노동계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

반면 민주노총(위원장 임성규)은 여의도 문화마당 등 전국 13곳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사회연대를 통해 이명박 정부를 끝장내는 투쟁’을 선언했다. 집회에 참석했던 조합원들과 시민, 학생들은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시내에서 촛불집회를 다시 열고자 했으나 경찰의 봉쇄로 무산되자 도심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 과정에서 경찰은 90여 명을 연행하고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와의 격렬하게 충돌하는 등 무리한 진압을 강행했다. 시위와는 상관없는 외국인 교환학생을 시위대로 오인해 연행하는가 하면 취재하던 기자를 폭행하고 시민들을 향해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시위대가 해산한 이후에도 경찰은 시위 참가자 연행을 위해 도심에서 무리한 진압을 강행하다 시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쳤으며, 이 과정에서 한때 80~90년대를 연상케 하는 투석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노동절 행사에서 양대 노총은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경고’하고, 정부를 끝장내겠다고 ‘선언’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나 방안이 제출되지 않은 ‘말’에 그쳤다. 구조조정 강행과 노동관계법 개정 등 정부의 드라이브는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지만, 이에 대응하는 노동계의 힘은 조직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