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 전엔 장례 치르지 않겠다”
“문제 해결 전엔 장례 치르지 않겠다”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5.0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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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진보진영, 故 박종태 씨 관련 총력투쟁 결의
화물연대 오는 16일 총파업 선언 예정

▲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노동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 민주노조 탄압 분쇄, 故 박종태 열사 정신계승 총력투쟁' 기자회견에서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앞줄 가운데)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임 위원장 왼쪽 옆에는 故 박종태 지회장의 부인인 한수진 씨가 눈물을 닦고 있다. ⓒ김관모 기자 kmkim@laborplus.co.kr
지난 3일, 노조탄압에 맞서 자결한 故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장 사건에 대해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시민단체 등 범진보진영이 정부와 대한통운에 대한 총력 투쟁을 선언해 향후 노사정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오전 영등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노동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 민주노조 탄압 분쇄, 故 박종태 열사 정신계승 총력투쟁’ 기자회견에 참가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정부와 대한통운, 대한통운의 최대주주인 금호그룹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 자리에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한도숙 전농 의장, 박석운 진보연대 공동대표, 이영 민가협 대표, 이원기 한대련 의장 등 범진보단체 대표들과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정의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김종인 운수노조 위원장, 김달식 화물연대 본부장,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유가족으로는 故 박종태 지회장의 부인인 한수진 씨가 참석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연대사를 통해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나 되었나. 이 정권에서 또다시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며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해 현재 보장받지 못하는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법안을 하루빨리 국회에서 발의해 대책세워야한다”고 밝혔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박종태 열사의 죽음은 강요된 죽음, 내몰린 죽음, 그래서 타살”이라며 “국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하는 이 사회는 이명박 정권의 반노동 정책, 금호자본의 탐욕이 한 몫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도숙 전농 의장은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노동권력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싸웠으나 그 결과가 조금씩 나타날 때, 태만하고 자만에 빠지지 않았었나”고 반성하며 “지금 모든 법들이 노동자, 농민, 서민, 빈민 할 것 없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는데 고 박종태 열사의 죽음이 가지는 의미는 이제 싸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故 박종태 지회장의 부인인 한수진 씨. ⓒ김관모 기자 kmkim@laborplus.co.kr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에서 참가자들은 “사람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헌법이 보장한 단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나라, 길거리로 내몰려 아무리 외쳐도 자본과 정권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나라가 이명박 대통령이 통치하는 대한민국”이라며 “이런 나라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특수고용직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비극을 넘어 재앙”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인의 열 살배기 딸과 일곱 살배기 아들이 자랐을 때에는 비정규직, 특수고용직이란 단어가 사라질 수 있도록 고인을 대신해, 열사의 몫까지 싸우겠다”며 “대한통운의 노조탄압을 박살내고, 전체 노동자가 노동3권을 완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과 故 박종태 지회장이 몸담았던 공공운수연맹 화물연대본부는 총력투쟁을 결의하고 이날 오후 2시,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에서 1천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하는 ‘고 박종태 열사 정신계승과 악덕자본 대한통운 규탄 및 화물노동자 생존권 쟁취를 위한 화물연대 확대간부 투쟁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오는 9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고 박종태 열사 정신계승 투쟁을 위한 열사대책위 결의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어 화물연대본부는 오는 16일로 예정되어 있는 5.18 기념 전국노동자대회를 대전에서 개최하고 총파업 투쟁에 돌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민주노총도 범진보진영과 공동으로 투쟁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이승철 대변인은 “오는 9일 열릴 결의대회 전에 민주노총 중앙집행위가 대전에서 열린다”며 “향후 투쟁방향과 실천에 관련해서는 중집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인의 부인인 한수진 씨가 유족대표로 참석해 “지금 시간까지 저희 아이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사실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보여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이어 한 씨는 “그러나 지금 당장은 힘들고 괴롭지만 비통해 하거나 슬퍼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며 “멀쩡했던 두 아이 아빠를, 그리고 단란했던 가정을 이렇게 만든 금호 자본과 그것을 방조한 정부가 조금이라도 인간의 탈을 쓴 사람들이라면 하루빨리 나타나서 사죄하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