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산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① 산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5.06 19:45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쟁단사, 활동가에 대한 회복프로그램 만들자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강규혁 위원장

2008년, 이랜드‧뉴코아 투쟁을 진두지휘했던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집행부 내부의 불화로 촉발된 조직 분란으로 3기 집행부가 대의원들의 집행부 총사퇴 권고안 통과로 무너지는 내홍을 겪어야 했다.

새로운 집행부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규약해석의 오류와 대의원대회 성원보고 조작 파문으로 선거가 2차례나 연기되는 사태를 가져왔다. 이런 진통 끝에 지난 3월 27일, 임시대대를 통해 전 집행부에서 사무처장을 지낸 강규혁 후보를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새로운 집행부가 선출되고 조직 안정에 박차를 가하여야 할 때, 특1급 호텔 노조 중 몇 안 되는 민주노총 사업장이었던 그랜드힐튼호텔 노조가 연맹 집행부 불신과 산별 체제에 대한 불만을 공식제기하며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을 탈퇴해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혼란의 와중에도 강규혁 신임 위원장은 조직 안정과 산별 건설에 대한 연맹 조합원들의 변화를 믿고 있었다. 비록 11개월 임기의 보궐 집행부지만 2010년에는 반드시 산별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한 강규혁 신임 서비스연맹 위원장을 만나봤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장기투쟁사업장에 대한 대안 없는 지도가 문제

- 이번 선거는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선거가 무산되기도 하고 조직 내부의 반발도 심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현재는 당선된 지 2주 정도 됐는데 내부 정비는 마무리되고 있다. 중앙위를 통해 사업을 확정한 후 5월 11일부터 전국순회에 들어간다. 4박5일 일정으로 서울․경기․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장을 2개로 나눠 전 간부들을 집결시킨 상태에서 정세, 2009년 사업에 대해 간부들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취임하고 나서 2~3개월 안에 실제적으로 바뀐 것들을 조합원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거나, 산별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가서지 않으면 올해도 역시 어영부영 흐르게 되고 산별은 또 물 건너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또다시 관성으로 연맹이 굴러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에 내부성원들도 이전과 다르게 바짝 긴장하면서 활동하는 것으로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조직 내부 일부의 반발은 딱 하나의 이유다. 전임 김형근 위원장과 동반사퇴를 했었는데 처장이었던 내가 다시 선거에 나온 부분이다. 굳이 내 입장에서 항변하자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은 사실이고, 무한책임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연맹의 산별특위든 다른 직함으로 1년 동안 전국 사업장을 돌아다니는 그런 역할을 희망했었지만 연맹의 ‘선수층’이 얇다보니 실질적으로 연맹을 끌어갈 사람이 없었다. 주변 동지들이 책임 문제가 있지만 선거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권유도 있었고, 1차 후보등록에서 아무도 등록자가 없어 일각의 비판적 시각을 인식하면서 출마했다.

당시 반대했던 연맹 내 일부세력도 강규혁 개인에 대한 반대보다는 동반사퇴 후 바로 출마하는 것에 대한 모양새가 유일한 반대이유였다. 그런데 당선되고 반대 세력들을 만나서 다 풀어내고 완벽히 정리했다.”

- 조직 안정을 위해 무척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집행부는 전임 김형근 집행부의 보궐집행부로 임기가 11개월이다. 짧다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임기에서 이루려고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원래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느냐, 조기 선거로 3년을 했어야 하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중앙위에서는 조기선거로 치르는 것에 만장일치로 이견이 없었는데 제 입장에서는 3년이든 보궐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이유는 내년 이후에 반드시 산별을 해낼 것이기 때문에 조기 선거를 실시한다 해도 1년짜리가 될 수밖에 없는 거고 보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래서 이 기간 안에 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공약에 담았다. 기간 안에 할 수 없는 것은 단 하나도 세팅 한 적이 없다.

첫째, 산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고 필수라는 것이다. 특히 2010년 복수노조 허용이 된다면 어떻게 상황이 변할 것인가에 대해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데 이것을 개별사업장이나 연맹 차원에서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내셔널센터로 대변되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차원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것을 돌파하려면 크게 뭉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집행부는 11달 동안 반드시 산별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현재 연맹은 약 43%가 산별전환을 확정했는데 올 9월까지는 70~80%를 목표로 한다. 이후 준비위를 띄워 올해 말까지는 구체적인 산별 규약 등 모든 것을 완성해 내년에는 초대 산별 서비스 노조를 출범 시킨다는 계획이다.

둘째, 투쟁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투쟁사업장, 특히 연맹은 이랜드․뉴코아 투쟁에 ‘올인’ 했었고, 아니 연맹뿐 아니라 수많은 민주노총 동지들이 연대를 모범적으로 했다.

아쉬운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모범적 투쟁의 성과를 남겨서 수많은 동지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어떤 표본으로 다가가게 해야 되는데 뒤끝이 깔끔한 맛이 없어서 그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 죄송스러운 마음이 존재한다.

이는 그동안 연맹 산하 투쟁사업장뿐 아니라 여타 연맹의 장기투쟁사업장에 대해 대안 없는 지도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연맹도 여섯 개의 장기투쟁사업장과 9개의 매각예정 혹은 M&A 사업장 등이 있다. 이런 사업장들은 실제로 들어가서 교섭은 어떻게 할 것이고, 투쟁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모든 것들을 함께 논의해서 결정을 하고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전에도 왕왕 투쟁은 함께 했는데 교섭은 격리되고, 책임도 격리 되었는데 이런 것은 안하려고 한다. 함께 사안을 잡았으면 모든 것을 같이 결정하고, 같이 투쟁하고, 같이 교섭하고, 같이 책임지는 것을 정착시키려 한다.

현재 학습지노조의 경우 일단 대화창구를 만들기 위해 사측 임원들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며 다음 주에 있을 여주CC 집중투쟁도 준비 중이다. 핵심은 투쟁사업장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투쟁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매각사업장 같은 경우 조기대응을 하면 벼랑까지 가지 않고도 고용승계, 단협 승계 혹은 투기자본이 못 들어오게 하면서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주체가 들어오게 하는 투쟁을 제대로 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일이 벌어지고 나서 대응하려고 하니까 제대로 안됐다.

최근에 제주 필코리아, 경주 힐튼호텔 등에 대해 미리 들어가서 단위사업장 간부들과 투쟁 방향에 대해 공유를 했고, 미리 차례차례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현장과 밀착해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산별교섭, 공통의 과제 가지고 기본적인 것부터 연습해야

- 산별 이야기를 더 진행해 보자. 산별에 대해 서비스연맹 뿐 아니라 금속도 마찬가지고, 일부의 단위사업장에서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단위사업장의 우려 혹은 단사 이기주의 이런 것들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산별에 대한 상을 구체적으로 제출하지 않으니 단위사업장 입장에서는 교섭권한도 뺏기고 조합비는 연맹에 다 올려주고선 우리는 아무 것도 없는 거 아니냐는 우려들이 심하다.

그러나 일례로 서비스연맹이 탄생하기 전, 상업연맹과 민주관광이 있었을 때 상업연맹 소속인 미도파백화점은 연맹에서 두 번째로 큰 사업장이었다. 내가 위원장으로 있었던 2000년 당시 조합원 870명에 노조 전임자 7명, 노조 재정만 10억이 있었다.

그 당시 미도파는 이미 산별을 주장을 했고,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돈‧사람 전부 산별노조로 올리겠다고 제안 했었다. 이유는 단위사업장의 한계는 다가오는데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힘들기 때문이었다.

벼랑에 몰려 하는 것과 미리 대처하는 것은 큰 차이다. 그래서 앞에 이야기한 오해들을 이번에 전국순회를 하면서 위원장들 뿐 아니라 확대 간부들 전원을 앉혀놓고 충분한 질의‧응답을 하면서 다 풀려고 한다.

또 하나는 우리 연맹 내 최대사업장인 강원랜드가 모범적으로 산별전환을 결의했다는 거다. 제일 큰 사업장이 기득권을 버리고 다 하겠다는 거다. 그런데 재정에 관한 문제는 민감한 문제여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 단사가 얼마, 연맹이 얼마 이렇게 나누기로 결정된 바는 없지만 시뮬레이션을 통해 단위사업장의 노동조합이 손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예정이다.

결국은 중앙에서 모든 투쟁을 책임지고, 희생자들을 책임지고, 조합원 교육을 담보하고, 법률적인 지원 등을 소화하면 단위노조별로 분산돼 있던 것들의 계산을 맞춰보면 오히려 손해가 아니다. 이런 것들을 중앙에서 구체적으로 제출을 해줄 것이다.

교섭도 현재 대한민국과 일본 등 두 나라가 유일하게 산별교섭이 법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보건이라든가 금속에서 알 수 있지만 수년에 걸쳐 실력으로 끌어내서 산별교섭을 했다.

그런데 서비스연맹의 업종은 더 다양한데 어떻게 할 거냐. 당분간은 우리가 지역으로 묶어서 싸우겠지만 업종별로도 업종의 공통적인 부분을 산별체계에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공통의 과제를 가지고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연습을 해야 한다.

그 연습이 1년, 2년이 지나 내공이 모아지면 이젠 전선을 치면서 산별교섭으로 끄집어내야 된다. 물론 총연맹을 통해서 산별교섭에 대한 법률적인 확정을 지어야 되는 것도 당연히 병행돼야 하겠지만 산별교섭을 허무맹랑하게 무조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지금체계에서 교섭이 당분간 1,2년 크게 바뀌는 것은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힘든 사업장의 경우 대각선 교섭 등으로 엄호를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 서비스 업종의 경우는 업종 내에서도 예를 들어 백화점노조와 백화점내 납품회사노조 사이에 갑을관계 때문에 조직 내 알력 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산별로 나가는데 있어 이런 문제들도 해명이 되어야 할 것 같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나 역시 백화점 출신이기 때문에 오랜 갑을관계가 관행으로 정착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희망을 봤던 것이 작년에 백화점 업계가 3일 파업을 했었다. 백화점 업계 최초였다. 또한 협력업체가 파업을 하고 쫓겨나지 않고 누구도 징계 받지 않은 것도 최초다.

당시 현대백화점노조를 통해 현대백화점 사측을 사전에 제압을 하고 들어갔고, 또한 롯데미도파 노조를 통해 롯데쇼핑 경영층에도 간접적으로 충분히 의사를 전달했고, 신세계는 양쪽 눈치 보면서 판단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백화점의 경우 주휴점제는 하나도 없다. 영업장은 무지막지하게 늘어나는데 백화점노조는 한계가 있다. 갑을을 떠나 백화점에 종사하는 협력업체들과 함께 한다면 일요일 날 문 닫는 백화점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백화점 셔틀버스를 연맹이 주도적으로 없앴는데 당시 백화점들은 버스 없애면 백화점 망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똑같이 없애니까 망하는 백화점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셔틀버스 돌리는 비용이 남았다.

이와 같이 주휴점제나 영업시간 축소도 조건만 똑같으면 손해 볼 사람 없다고 본다. 국민적인 생각 때문에 많이 바뀔 수 있다. 이렇듯 백화점 노조와 하청업체 노조 사이에 이해관계가 같은 것부터 자꾸 찾아내서 투쟁하면 나는 된다고 생각한다.”

의자캠페인의 성공, 감정노동까지 확대돼야

- 국민적 공감대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연맹이 주도한 의자캠페인은 상당히 성공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특히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를 국민적 공감대 형성으로 이끌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 캠페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내가 노동운동하면서 진행한 여러 가지 캠페인 중 최근 수년간 가장 성공적인 캠페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 롯데마트든 홈플러스든 국내 대형 마트들이 도입을 완료했다.

물론 미진한 부분은 있다. 의자를 진짜 앉기 편한 의자로 교체하지 못한 부분과 일부 백화점에서 의자는 있지만 실제 앉지는 못하는 것들이 과제로 남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에도 지속적인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이번 캠페인에 대해 지적하자면 노와 사와 소비자들과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게 엮여있던 것 같다. 이번 캠페인은 실질적으로 사측을 압박하는 투쟁이 아니었다. 국민들한테, 고객들한테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매일 8시간에서 10시간씩 서서 일함으로서 피로에 지쳐 고객들을 대했는데 앉아서 근무할 수 있어 행복하고 더 양질의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고객들은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 행복하고 회사입장에서도 고객들이 불쾌하지 않을까라고 초기에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 캠페인으로 고객들도 이해할 수 있구나 라는 것이 확인되니까 의자를 놓기 시작했다.

결국 노와 사가 손을 잡고 캠페인을 하면 그 수혜는 1차적으로 직원들이 받지만 그 직원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해서 고객들한테도 가고, 그 고객들로 인해 회사도 성장할 수 있어 모두 윈-윈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자꾸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작은 부분이지만 노와 사가 자꾸 함께 해서 윈-윈 하는 모습을 찾아야 우리가 말로만 부르짖는 노사상생의 기초들이 닦일 수 있다. 그런데 실천도 안하면서 선언적으로만, 특히 지금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는 선언적으로만 하자고 한다. 준비는 하나도 안 하면서 생색만 내고 실제로 되는 것 하나도 없다.”

- 우리나라엔 정신노동에 대한 명확한 산재 기준이 없다. 의자캠페인 뿐 아니라 감정노동에 대한 부분도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계획은 있는가.

“서비스 업종의 감정노동은 우리 연맹 문제만이 아니라 금융권, 공공 등 가리지 않는데 국내에는 이에 대해 축적된 자료들이 거의 없다. 산업계 전반적으로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감정노동의 가치는 점점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사례개발이 되면 서로 공감대가 형성돼 정신적 건강의 소중함이 자꾸 축적이 되고 캠페인으로 널리 알리고 가치화돼 정당한 대가를 받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그것을 선언적으로 부르짖다보면 도대체 감정노동이 뭔가 하고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작은 부분부터, 예를 들어 현재 5~6개 사업장들에서 이미 감정수당을 신설을 했고 감정노동에 대한 가치들을, 물론 하자고 해서 억지로 하는데도 있는 것이고 인정이 돼서 한데도 있겠지만, 이게 확산돼 가면 노동의 또 다른 한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가지고 있다.”

교섭력 높여야 투쟁력도 높아진다

- 지금 서비스연맹에는 장기투쟁사업장이 많다. 이랜드‧뉴코아 투쟁이 총연맹부터 연맹, 정당, 학생, 시민들의 폭발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는데 다른 사업장 같은 경우 너무 소외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소위 사용자로 대변되는 사람들이 무리하게, 자신만만하게 달려드는 것이 현실이고, 이미 작년부터 예측을 했었지만 그 예측보다 강도 높게 현장을 탄압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투쟁사업장이 길게 가는 것은 현 정세와 무관치 않다. 특히나 현재 노동운동에 대한 도발이 심해지고 있는데 온 마음을 모아서 집중을 하면 금방 끝날 수 있지만 워낙 여기저기 힘든 사업장들도 많고, 또한 각자 사업장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다보니까 연대가 쉽게 모아지지 않아 길게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연맹에서는 이랜드‧뉴코아 투쟁으로 갚아야 하는 ‘채무’가 있는 셈이다. 그 일환으로 이랜드‧뉴코아 투쟁 때 사용하고 남은 자금을 최근 민주노총 서울, 경기본부와 합의해서 비정규 장투 사업장에 투쟁기금으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받은 만큼 다 돌려드리진 못하지만 벌금이나 법정 투쟁 비용으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장투사업장 동지들과 함께한다는 의미로 지원을 약속했다.

연맹에서는 유독 학습지 같은 경우가 굉장히 오래가는데 대교의 경우 약 1년, 구몬이 석 달, 한솔이 한 1년 반 정도의 투쟁이 정리됐다가 다시 터졌고, 재능이 약 500일 가까이 된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투쟁은 투쟁대로 진행하되 교섭력도 높여야 된다고 본다. 교섭력이라는 의미는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인데 종종 느끼는 것이 대화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안 풀리는 사업장 들어가서 조목조목 다시 해석을 하면 대화가 가능하다는 걸 몇 번 느껴봤다. 우리도 교섭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교섭이란 것이 말 잘하는 그런 것이 아니고 정확한 목표가 무엇이고 입장 바꿔서 저들의 목표는 무엇이고, 우리 목표는 무엇이고, 공통적으로 만들어 내는 부분은 어디까지고,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해서 지킬 것은 단호하게 지키면서 싸움을 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파업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그리고 파업전술도 많이 다양해 졌다. 그런데 파업이 끝나고 나서 회복 프로그램은 없다. 회복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지도되어야 오랜 기간 싸웠던 사업장이 다시 복원되고 튼튼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데, 투쟁 끝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이러면 단위사업장은 그것을 감당 못한다. 그런 것까지 지도를 해줘야 하는 게 상급단체의 몫이고, 그렇게 해야 장투 사업장이 계속 장기로 가지 않고 끊어 낼 수 있다.”

연맹 내홍은 사업 기풍의 문제

- 아픈 부분이기는 하겠지만 과거 이야기를 해보자. 서비스연맹이 내분이 휩싸이게 됐던 계기 중 하나가 김형근 전 위원장과 강규혁 현 위원장 사이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서비스연맹은 2001년에 출범을 했다. 연맹은 2002년에 한 번 두 동강이 났었다. 그때 가장 핵심은 상업연맹과 관광노련의 화학적 결합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 뿌리에는 정파 갈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서비스연맹 파동은 정파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나도 정파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김형근 전 위원장과 강규혁 현 위원장은 같은 정파 소속이다).

다만 기존 연맹사업에 내부적으로 절대 동의가 안 되는 사례들이 많이 있었다. 이번에 한번 부딪쳐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고 수년 동안은 사안별로 부딪치면서 누적된 것들이 결국 터진 것이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연맹을 혼란스럽게 하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에 이미 2007년 12월 임시대대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나는 현장으로 복귀를 하려고 했었다. 그때 사무처 동지들 전원이 동반 사퇴하겠다고 압박해 결국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그후 2008년까지 눌러왔던 것이 결국은 터진 것인데, 연맹은 너무 경직되어 있었다. 당시 서비스 연맹은 토론이 없었다. 위원장이 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면 못하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 처장이 제 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팔다리 다 묶여 있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런 모습들이 서비스연맹 3기 선거 때 이미 반영이 됐었다. 우리가 6표의 박빙으로 승리했다. 박빙이 됐다는 것에서 현재 지도부에 대한 평가들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서 진짜 치열하게, 아니면 확 바꿔서 사업을 해야 되는데 또다시 관성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서비스연맹은 외부에서는 저게 사조직이냐 도대체 뭐냐 이렇게 할 정도로 김형근 전 위원장으로 대표됐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정파의 문제가 아니고 그간 서비스연맹 사업에 대한 불합리한 것들이 터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 결과는 이미 2008년 정기 대대에서 대의원이나 중앙위원의 80~90%가 지도부 총사퇴 서명함으로서 나타났다. 그 서명운동을 내가 주도했지만 누구도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명쾌하게 정리하면 이번 혼란은 정파적인 문제는 아니고 그간 서비스연맹의 사업 기풍이라든지 뿌리 깊은 문제의식들이 결국엔 터져서 좀 새롭게 해야 된다는 발로였다. 물론 내가 그동안 집행부에 관여했던 사람이지만 그런데도 대의원들이 일을 하라고 판단을 해준 의미는 한 번쯤은 수장을 바꿔서 새롭게 해봐라, 우리들이 뭘 원하는지 다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그런 의미로 본다.”

② 교섭력 높여 국민의 지지받는 운동해야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