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안정되믄 무슨 의민겨?
우리만 안정되믄 무슨 의민겨?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9.05.0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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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_ 특별한 축제를 가다
지역민과 함께 발전하는 금호타이어지회
배 농민과 윈-윈 하는 지역연대의 길 찾다

지난 4월 11일, 전남 나주 금천면에 위치한 ‘배 시험장’에서는 특별한 축제가 진행됐다. 사단법인 배포럼(대표 나종필)이 주최한 배꽃축제에 초대된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대표지회장 고광석) 조합원들과 가족들은 흐드러지게 핀 하얀 배꽃 아래 모여앉아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며 한바탕 이야기마당을 펼치고 있다.

배꽃축제 어디에서 열려요?

봄기운이 무르익어 가면서 각종 축제가 한창인 요즘 배꽃축제는 여느 축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준비되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배꽃축제는 4월 11일부터 18일까지 배 시험장 외에 9개 농장과 3개 마을이 참가해 ‘이화에 월백하고’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여느 축제에서 보는 것 같은 떠들썩함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 축제마당을 가나 있기 마련인 그 흔한 노점상도 없고, 쿵쾅거리며 귓전을 때리는 앰프 소리도 없다. 심지어 축제가 열리는 금천면 지역주민들도 해당 농민들이 아니면 어디에서 축제가 열리는지 모를 정도다. 축제인 듯 아닌 듯 그렇게 배꽃축제는 조용히 진행됐다.

이날 축제마당의 주인은 배 농가의 농민들과 초대된 몇 안 되는 손님들뿐이다. 아이들은 배꽃가루와 곤충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느라 여념이 없다. 한 쪽에선 배를 주제로 한 어린이 글짓기 행사와 천연염색 체험행사도 열린다. 다른 쪽에선 가족들과 함께 하얀 배꽃을 배경으로 연신 셔터를 누르느라 바쁘다. 밤이 되면 배꽃과 달빛에 젖어 우리 가락과 막걸리가 어우러지는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배포럼 나종필 대표는 “무조건 많이 모인다고 축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배꽃축제는 다른 축제와 달리 농장 단위의 특성에 맞춰 농민들이 주인이 돼 진행하는 축제다. 농장별로 관련 있는 몇몇 지인들만 초청해서 진행한다. 많이 오면 오히려 감당이 안 된다. 그래서 홍보할 생각도 없다”고 배꽃축제를 소개한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금호타이어지회, 배 농가와 손잡다

이렇게 특별한 축제에 금호타이어지회가 초대됐다. 뿐만 아니라 금호타이어지회와 배포럼은 ‘우리 농산물 이용 - 금호타이어 이용’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조촐한 축제지만 행사 내용만은 꽉 찬 알짜배기 축제다.

금호타이어지회와 배포럼의 인연은 올해 초 시작됐다. 현 집행부가 출범한 이후 금호타이어지회는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연대’를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배 값이 폭락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주지역 배 농가들의 소식을 접한 금호타이어지회는 배포럼을 통해 농민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금호타이어지회는 사내에서 배 사주기 운동을 전개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였다. 조합원들의 호응 속에 배 사주기 운동은 성공리에 끝났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던 금호타이어지회는 회사를 설득해 또 다른 도움을 모색했다. 그렇게 해서 사내 식당에서 제공되는 음료를 배즙으로 바꾸기로 했다. 아울러 금호타이어지회 간부들이 갹출한 성금과 회사에서 출연한 성금으로 나주 배와 광산구 쌀을 구입해 불우이웃을 돕기도 했다. 이렇게 시작된 금호타이어지회와 배포럼의 인연은 배꽃축제 초대와 양해각서 체결로 이어졌다.

▲ 전남 나주 배시험장에서 열린 배꽃축제에서 담소를 나누는 금호타이어지회 고광석 대표지회장, 배포럼 나종필 대표, 금호타이어곡성지회 이철 지회장(사진 왼쪽부터)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금호타이어

사실 금호타이어지회가 그리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닥친 경제위기의 여파로 생산물량이 줄어 조합원들 역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금호타이어지회는 지난 취임식 때 화환 대신 들어온 쌀을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하는 등 지역민들과의 연대에 힘썼다.

당시 상황을 고광석 대표지회장은 “당장 눈앞에 닥친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삶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우리만의 안정은 별 의미가 없다.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지역은 그동안 금호타이어가 성장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그렇게 성장한 금호타이어가 지역이 어려울 때 연대의 손을 내미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비록 금호타이어 스스로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지역민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여긴 것이다.

금호타이어지회는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계기로 배포럼과의 연대를 한 단계 끌어올릴 생각이다. 배포럼이 고민하고 있는 배 산업 희망 만들기에 힘을 보태기로 한 것. 농사를 지을수록 빚만 쌓여가는 현실에서 배포럼은 지속 가능한 농업을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금호타이어지회가 힘을 보태기로 했다.

금호타이어지회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통해 나주 배의 지속적인 판로를 열어줄 계획이다. 금호타이어지회가 발간하는 소식지에도 지속적으로 나주 배를 홍보할 예정이다. 이에 화답해 배포럼도 지역에서 금호타이어를 사용하도록 홍보하기로 했다.

금호타이어지회는 앞으로도 이렇게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계획이다. 한 번에 그치는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연대의 고리를 마련함으로써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