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을 통한 해고의사표시의 적법 여부
이메일을 통한 해고의사표시의 적법 여부
  • 참여와혁신
  • 승인 2009.05.0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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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표시는 사용자의 확정적 의사표시가 있어야
근기법 입법취지에 비춰 의사표시는 종이문서로 해야 유효

최현희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Q

근로자 A는 2009. 4. 1.에 회사로부터 “현재 계속적인 경영악화에 따라 인원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이에 귀하께서는 금년 4월말까지 B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마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된 이메일을 전송받았다. 이러한 경우 위 이메일을 해고의사표시의 통지로 볼 수 있는지 여부.

A

1. 본건의 쟁점

본건의 경우 회사가 발송한 이메일의 내용에 ‘해고 또는 퇴직’과 같은 근로관계종료에 관한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인 표현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① 과연 동 이메일 내용을 해고의 의사표시로 볼 수 있는지 여부, ② 만약 해고로 볼 수 있다면 근로자 해고 시 이메일에 의한 통지가 방법상 적법한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물론 해고의 의사표시로 인정될 경우 본건 해고의 사유는 문언상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본건 해고가 정리해고의 정당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될 것이나 이하에서는 편의상 위 두 가지 쟁점에 국한하여 논의를 전개하고 정리해고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2. 근로계약관계의 종료에 관한 일반 법리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는 그 원인에 따라, ① 근로자의 사망이나 회사의 폐업, 정년의 도달, 기간제계약에 있어서 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계약 당사자 쌍방의 의사에 상관없이 당연히 종료하는 경우, ②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등 당사자 쌍방의 의사합치에 의하여 종료하는 경우, ③ 사직서 제출과 같이 근로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종료하는 경우, ④ 해고와 같이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종료하는 경우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유형 중에서 ‘근로자 보호’가 필요한 영역은 근로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는 ‘해고’의 경우라고 할 것인바, 근로기준법은 특히 ‘해고’의 경우 일정한 제한 규정을 두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제반 요건과 절차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러한 요건과 절차를 모두 구비한 경우에 한하여 그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근로자 해고 시 사용자로 하여금 일련의 정당성 요건을 구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또한 동 법률 제27조는 사용자로 하여금 ‘해고 대상 근로자에게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면서 이러한 서면통지를 거치지 않은 해고에 대해서는 그 효력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3. 해고의 의사표시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

해고는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로서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그 절차에 관계없이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확정적인 의사표시를 의미합니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참조).

그런데 기업실무에서는 때때로 사용자의 특정 의사표시가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제공을 장기간 수령거절하고 의료보험의 피보험자 자격을 상실시킨 채 사직서의 제출을 종용한 사실이 인정되고, (중략) 그러한 언행으로써 참가인 등과의 근로계약관계를 계속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표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두5191 판결), 명시적으로 해고의사가 표시되지 않은 경우에 있어서 해고 여부에 관한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동 판례에 의하면 제반 사정으로 미루어 볼 때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사용자의 확정적 의사가 명백히 표시된 경우에 한하여 해고로 인정된다고 할 것입니다.

4. 해고사유 등에 대한 서면통지의 의미

앞서 기재한 바와 같이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의 해고사유 및 시기에 대한 서면통지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 규정은, 종래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인 해고의 의사가 서면, 구두, 전화 등 어떠한 방법으로 표시되더라도 무방한 것으로 인정되어(예컨대, 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누1600 판결) 그 진정성이 명확하지 않거나 해고시기의 확정이 애매하여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일시적인 감정으로 해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실태를 개선하려는 취지에서 근로기준법이 2007. 1. 26. 법률 제8293호로 개정되면서 처음 도입된 것입니다(노동부 2007. 8. 1.자 해고의 서면통지관련 업무처리 지침; 이병태, 최신노동법, 2008년, 660면; 사법연수원, 해고와 임금, 2008년, 360면 참조).

그런데 위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동 법률에서 서면통지의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음으로 인하여 위 규정상 ‘서면’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특히, 이메일 등이 이에 포함되는지)에 관하여 실무상 논란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판례 및 행정해석이 이에 관한 명시적인 견해를 제시하고 있지 않으며, 학설상으로도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위 서면통지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하여 단정적인 견해를 제시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전자거래기본법 제4조 제1항은 ‘전자문서(정보처리시스템에 의하여 전자적 형태로 작성, 송신, 수신 또는 저장된 정보)는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로 문서로서의 효력이 부인되지 아니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독촉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전자문서에 의한 지급명령신청을 인정하고 있으며, 형법 제232조의 2 등에서는 전자기록의 문서성을 인정하고 있는 등 여러 법률에서 전자문서의 문서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에 이메일 등의 전자문서도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이메일 등 전자문서에 의한 해고통지는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통지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사료됩니다.

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① 전자거래기본법은 재화나 용역을 거래함에 있어서 그 전부 또는 일부가 전자문서에 의하여 처리되는 ‘전자거래’에 있어서 전자문서의 법률적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므로(동 법률 제2조 및 제3조 참조), 전자거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근로계약관계에서 전자문서가 사전적 의미로 ‘글씨를 쓴 지면’을 뜻하는 서면에 당연히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② 동 법률이 제정된 이후에도 전자거래 이외의 영역에서는 개별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전자문서의 법률적 효력이 당연히 인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근로기준법상 전자문서와 서면을 동일시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이상 해고의 남발방지와 법률요건의 명확화라는 동 법률 제27조의 입법취지에 따라 서면통지는 진정성이 담보되고 통지과정에서 오류가 개입되기 어려운 종이문서에 의한 통지에 국한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노동부 근로감독2과 2008. 1. 29.자 해고의 서면통지 관련 법 개정내용 안내 참조).

둘째, 근로기준법 제27조 제2항은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라고 규정하여 서면통지가 당해 해고의 효력요건임을 분명히 하고 있으므로 사용자의 신중한 해고와 근로자 보호의 견지에서 서면통지 해당 여부는 가급적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도 동 규정의 서면은 사전적 의미대로 종이문서에 한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셋째, 노동위원회 판정례 가운데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메일로 해고 통지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통지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것이므로 절차상 하자 있는 부당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다수 발견되는바(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08부해625, 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08부해422 등 다수), 현재 서면통지의 구체적인 의미에 관하여 원용할 수 있는 판례나 행정해석 등이 발견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판정례의 태도는 위 의미에 관한 해석에 있어서 참조할 만 하다고 할 것입니다.

넷째, 민사소송법은 각종 소송행위를 서면으로 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예컨대, 동법 제266조 제3항은 “소의 취하는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음), 동 서면의 구체적인 의미에 관하여 언급한 법령이나 판례는 찾아볼 수 없지만, 대리인에게 ‘전자우편’ 등의 방법으로 소송서류를 송달하는 경우 동인으로부터 ‘서면’에 의한 송달확인서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민사소송규칙 제46조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이메일 등 전자우편과 서면이 항상 동등시되는 개념이 아님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근로자보호규범인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입법취지, 근로자 보호의 필요성, 최근의 노동위원회 판정례, 다른 법령의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면 현재로서는 본건의 서면통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종이문서에 의한 통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해석됩니다.

그렇다면 이메일이나 휴대폰 문자메시지, 회사 홈페이지상의 게시 등의 방법을 이용한 해고통지는 그것이 서면통지의무의 보충적 이행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자체가 위 규정이 예정하고 있는 서면통지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사료됩니다.

5. 본건의 경우

(1) 본건에서 회사가 발송한 이메일에는 “감원결정, 업무 인수인계” 등의 용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정리)해고나 퇴직 등 근로계약관계의 종료에 관한 사용자의 확정적이고도 구체적인 표현이 보이지 않고, 또한 현실적으로 사용자가 A를 사업장에서 배제시키거나 또는 근로제공의 수령을 거부하거나 또는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전제로 하는 일련의 사내 행정절차(예컨대, 4대 보험의 피보험자 자격상실 조치, 근로자 명부에서의 삭제, 사무용품 반납조치 등)를 개시하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본건과 같은 경우에 관하여 견해를 제시한 판례나 행정해석 등을 찾아보기 어려워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앞서 기재한 바와 같이 해고란 근로계약관계 종료에 관한 사용자의 ‘확정적이고 구체적인’ 의사표시이며, 동 이메일의 내용만으로는 사용자의 의사가 휴직이나 대기발령(직위해제), 전직 등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해고에 해당한다고만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결론적으로 본건 이메일 내용의 경우 해고의사표시로 해석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는바, A로서는 회사에 이메일의 구체적인 의미에 관하여 확인을 구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2) 한편 가사 본건 이메일이 해고의 의사표시로 인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근로기준법 제27조의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는 이메일에 의한 통지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할 것인바, 그렇다면 단지 이메일에 의하여 통지한 본건 해고의 경우 위 근로기준법 규정에 저촉되어 그 효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