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지켜보는 법안발의
죽어서 지켜보는 법안발의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5.1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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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 법안 입법발의…홍희덕 의원 대표발의

▲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주최로 열린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입법 발의' 관련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과 민주노총이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기 위해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했다.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입법발의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민주노총 공동기자회견’에서 홍 의원은 “정규직을 해고시키고 파견노동자로 대신 채우는 과정이, 노동유연화만이 국정 최대과제라면 대통령과 정부에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며 “특수고용노동자는 실제로 사용자의 사업에 편입돼서 지휘감독을 받으며 노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도 반드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그야말로 한국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학습지교사, 레미콘 운전사, 보험모집인, 간병인, 퀵서비스, 구성작가, 대리운전, 텔레마케터 등 이런 사람들을 어찌 사업자라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 정부가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들이 정부나 자본이 가지고 있는 왜곡되고 편협한 시각을 벗어나 노동자로서 올바른 노동 3권을 보장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 이번 법안의 입법 취지”라고 주장했다.

학습지 선생님들의 노조 결성으로 장기투쟁사업장이 된 재능교육, 한솔교육노조 등이 소속된 학습지노조 강종숙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유아, 초등학생 90% 이상이 하고 있는 것이 학습지”라며 “선생님이란 이름으로 학습지 회사랑 계약하지만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이라고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학습지 교사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만약 그만둘 경우 위약금을 물거나 학생들이 떨어져나가는 것까지 책임지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번에 홍 의원의 대표발의로 입법 발의된 근로기준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 ‘근로자’의 규정을 “특정사업자의 사업에 편입되거나 상시적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그 사용자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어 생활하는 자”로 확대한 것 △ ‘사용자’의 규정을 “근로계약 체결의 형식적 당사자가 아니라도 당해 노동조합의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거나 또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도 같다”고 규정한 내용 등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그동안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정사, 보험모집인, 애니메이션 작가, AS기사, 화물차 운전사, 덤프 운전사, 간병인, 퀵서비스, 방송사 구성작가, 철도매점 판매원, 대리운전자, 텔레마케터, 채권추심인 등 다양한 특수고용 근로자들이 근기법과 노조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법안이 17대에서도 폐기됐던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통과는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 노동자의 죽음 이후에서야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법안이 재차 발의됐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노동계의 반성도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 건설노조 백석근 위원장, 운수노조 김종인 위원장, 퀵서비스노조 양용민 위원장, 간병인 분회 정금자 위원장, 학습지노조 강종숙 위원장, 철도매점노조 전평호 위원장, 대리운전노조 최용환 위원장, 민간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 등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