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호사 죽음, 남일 아니다”
“일본 간호사 죽음, 남일 아니다”
  • 김관모 기자
  • 승인 2009.05.1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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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간호사 수면부족과 직무스트레스 최악 ‘닮은 꼴’
“근본적인 교대제 개편이 필요하다”

▲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간호사 인력 노동조건 한일비교 토론회'가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주최로 열렸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한국과 일본의 간호사들이 겪는 수면부족과 직무스트레스가 병원 업무와 간호사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만큼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승자)와 홍희덕 국회의원실은 ‘간호사 인력 노동조건 한일비교 토론회’를 열고 일본 의료관련노조와 함께 간호사 업무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대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자치노(전일본자치단체노동조합)와 헬스케어노협이 일본간호협회와 함께 벌인 일본 간호사 실태조사와 보건의료노조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실시한 한국 간호사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작년 10월 일본노동당국이 최근 20대 간호사 2명이 과중한 병원 업무로 과로사한 것을 인정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이에 일본노조와 일본 간호협회와 함께 본격적으로 간호 업무의 실태조사에 나선 것.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9,700여명의 간호사 가운데 6530명(67%)이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을 ‘수면시간’이라고 답했으며, 6,700여명 가운데 4000명에 달하는 간호사가 가숙면조차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숙면시간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응답도 약 1/3에 달해 일본 간호사들의 수면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자치노 마츠이 류노스케 건강복지국 국장은 “간호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시간이 취미나 가족과의 시간이 아닌 수면시간이란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며 “이로 인해 업무나 직업생활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만 75%에 달하며, 절반 이상이 작업중 사고에 대한 불안을 자주 느낀다”고 밝혔다.

한국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노동안정보건연구소 김인아 소장은 “3교대 간호사의 경우 불면증이 전체의 89.4%, 수면부족이 86.2%에 달했다”며 “수간호사가 작성하는 근무표에 대한 지침과 규정이 확실치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직무스트레스 중 직무요구와 관련한 스트레스가 3교대 간호사 74.1%, 비3교대 간호사 65.5로 가장 높았고 물리환경과 조직체계 스트레스도 60% 이상이었다”며 한국 간호사들도 노동환경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일 양측은 간호인력 확충과 교대제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모았다.

마츠이 국장은 “일본 병원은 간호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대부분 2교대제이며 근무시간도 제대로 엄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경우 간호사 3명이 2교대제를 한 적이 있으며, 병원의 대부분은 직원식당도 구비돼 있지 않다”고 밝혀 주위에서 탄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일본과 한국 모두 간호사 평균 연령이 30대인 것은 그만큼 인력이 부족하고 근속기간이 짧다는 뜻”이라며 “특히 한국의 보건의료인력은 OECD국가 중 최하위로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노사정 공동 인력 T/F'를 구성하고 야간근무수당을 인상하는 등 인력 확충을 위한 사회적 재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마쯔이 류노스케 국장, 시노하라 구니조 사무국장,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전략기획단장, 김인아 소장이 토론회에 참여했으며 민주노동당 홍희덕 국회의원과 나순자 위원장, PSI-AP 사토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