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금지, 장발단속은 안 하냐?”
“통행금지, 장발단속은 안 하냐?”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5.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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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정부의 도심 집회 금지 방침에 강력 반발
한국노총, “경제를 볼모로 국민기본권 침해”…민주노총, “헌법 무시한 선전포고”

정부가 도심에서의 대규모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시위 관련 대책을 내놓자 노동계는 “헌법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즉각 반발했다.

전날인 20일, 정부는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한승수 총리 주재로 법무부, 국토해양부, 노동부 장관 및 국무총리실장, 경찰청장, 청와대 치안 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위관련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열고 폭력시위가 예상되는 도심 대규모 집회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이에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21일, 한국노총(위원장 장석춘)은 성명을 통해 “정부의 이번 방침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집회 시위의 자유를 해치는 위헌적인 발상”이라며 “정부는 이번 방침이 국민경제를 볼모로 하는 폭력시위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오히려 정부가 ‘국민경제를 볼모’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화물연대의 시위와 관련해 모인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이번 시위의 핵심 사안인 특수고용노동자와 관련한 노동정책에 대한 논의는 고사하고, 단순하게 집회를 원천봉쇄 하겠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며 “이러한 인식 수준이라면 조만간 (야밤에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는 이유로) 통행금지가 부활하고,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두발단속이 되살아날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정부의 태도를 비꼬았다.

민주노총(위원장 임성규)도 전날 성명을 통해 “이번 대책은 정부가 여전히 사태를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매우 실망”이라며 “감정에 격해 헌법도 무시한 ‘강경대응’ 일변도로 제출된 이번 대책은, 실상 대책이라기보다 ‘선전포고’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도부에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집회신고를 모조리 불허하면 다 해결된다는 군사정권식 발상이 아직도 우리나라 장관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은 분노를 넘어 연민까지 느끼게 한다”며 “대통령 한마디에 정부 입장이 더욱 강경해졌다고 해서 민주노총의 투쟁계획이 수정될 일도 없을 것이며, 오히려 이런 대책은 현장의 불만을 폭발시켜 더 큰 투쟁을 불러올 뿐”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