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원자재 시장도 눈독
헤지펀드, 원자재 시장도 눈독
  • 참여와혁신
  • 승인 2004.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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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원자재 가격거품 ‘제조기’로 변신

원료 및 석유시장 가격 뻥튀기한 후 차익 챙겨

2004년  10월  14일.
뉴욕상품거래소에 구리 가격이 전날보다 16센트 떨어진 파운드당 1.288달러로 11%나 곤두박질을 치는 바람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시 금융 전문가들은 구리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헤지펀드가 차익을 챙기려고 빠져 나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투기성 자본이 썰물 빠지듯 빠져 나가면서 금, 팔라듐, 알루미늄 등 다른 금속부문 원자재 값의 하락도 큰 폭으로 이어졌다.


한국은행 종합분석팀 오호일 팀장은 “실수요자의 상업적 목적이 아닌 투기세력의 이익을 실현하는 움직임이 아니겠는가”라며 “정당하게 올라간 가격 같았으면 서서히 가격조정이 됐을 텐데 갑자기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투기세력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기변동도 헤지펀드에게는 좋은 먹이 그물이다.


원자재 시장, 중국 경기 변동이 ‘나침반’   
투기자본 거품은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과 동시에 중국의 경착륙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자 그 본색을 드러냈다.

최근 중국의 수입증가율이 35%에서 22%로 크게 줄어드는 등 중국 경기의 급랭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계속 제기되면서부터 원자재 시장에 집중된 헤지펀드들의 이동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중국이 국제석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한 반면 알루미늄, 구리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중국의 성장력 여부가 원자재파동의 희비를 결정짓는 ‘나침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8월 중순 투기세력의 원유선물 매입 비중은 28%로 2002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국제적 저금리 기조 속에서 달러 약세를 만회하기 위해 투기 세력이 이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올 6월부터 지난 1년 동안 뉴욕상품거래소 원유선물 및 옵션 거래액은 1079달러로 32.7% 늘어나 원유 파생상품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8월 미국 댈러스 B.P캐피털과 텍사스 헤지펀드인 센토러스 에너지LP는 원유선물에 큰 돈을 집중 투자해 각각 2년간 5억 5천만 달러, 1년간 2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B.P캐피탈을 운영하는 분 피켄스는 9월 말 국제유가가 6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석유시장의 투기거품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국내 주력산업 위축, 당장 철강 화학업종 직격탄  
97%의 에너지 수입과 99% 금속원료광물 수입의존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원자재 가격이 변동될 때마다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여기에 아시아 원자재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헤지펀드의 합세는 한국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게 하는 원인제공자가 될 공산이 크다.

 

우선 투기세력의 이익실현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국내 철강 및 화학업종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증권 이상준 연구원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의 등락세로 기업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향후 경영정책 수립이 막연해지는 등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