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기업가 정신이 경제성장과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
NEW 기업가 정신이 경제성장과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
  • 승인 2004.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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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투명·책임경영과 사회 공헌, 정부는 정책일관성·사회 안전망 확충

노사정 지도자가 사회적 대타협의 구심점으로 서야


“기업가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 아니다. 한국이 1등이다. 약 40년 전만해도 한국에는 기업이 없었다.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도 없었고, 한국전쟁으로 남한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은 24개 가량의 산업에서 세계 일류 수준이고, 조선과 몇몇 분야에서는 세계 선두주자이다.”
(피터 드러커, 2002년 넥스트 소사이어티 중에서)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인가? 자원의 제약과 리스크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창업, 성장, 신사업, 신시장을 일구어 고도화를 꾀하는 창조적 모험 정신을 일컫는 말이다.
피터 드러커는 현대 경영학의 발명자라 불리는 사람이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네 현실을 어떨까?

 

사회 시선이 따갑다
국민들사이에 반기업 정서가 널리 퍼지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기업 정서와 관련 응답자의 58.5%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  7.3%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 답했다.
또 지난해 말 있었던 다른 조사에서는 국민의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38.2점(100점 만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 독재 이후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불법 정치자금 내역 공개 등을 거치면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단체들도 이러한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총은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킴으로써 투자저하와 기업의 미래경쟁력을 잠식시키는 근원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04년. 국내 기업인들이 느끼는 기업가 정신의 현주소는 어떨까?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국내 기업 임원 17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가 정신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가 5년 전에 비해 위축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움츠린 기업, 경제 침체를 부른다
기업의 투자 위축 현상은 기업의 설비투자 비용 변동폭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3년 실질설비투자규모를 보면 71조4359억원으로 2002년보다 오히려 1조1205억원이나 줄어들었고, 96년과 비교하면 8.1%나 감소했다.
설비투자가 감소한다는 것은 곧 공장 수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실제로 2000년에 비해 공장 설립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설비투자 부진은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뿐 아니라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하루에 평균 2개의 기업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또 중국내 한국기업이 고용한 노동력이 100만명이 넘는다.
이는 국내 일자리 100만 개가 줄어든 것과 같다.
외환위기 이후 나타난 투자감소는 순자본스톡 증가율 하락으로도 이
어져 향후 성장잠재력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자본스톡이란 한 나라의 국부를 나타내는 척도로 매년 이뤄진 경제활동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생산능력을 축적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통계청의 국부조사를 바탕으로 자본스톡을 추계한 결과 1970년대 13.6%였던 우리나라의 순자본스톡 증가율은 80년대에는 11.4%, 1991~2002년에는 9.4%로 크게 둔화된 상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98년부터 2002년 기간 순자본스톡 증가율은 5.7%에 그친 걸로 나타났다.
결국 기업의 투자 감소와 장기 내수 침체는 실업률 상승이라는 기형아를 낳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는 78만8000명(3.3%)으로 이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떨어진 것이지만 1년 전보다는 0.1%포인트가 오른 수준이다.

 

단기 이익 쫓는 외국자본, 투자를 막다
이렇듯 기업의 투자 위축과 기업 규모 축소 현상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외국자본의 국내 주식 시장 잠식이다.
외국인 주식보유비중은 5월말 기준 44%로 상장주식 시가총액 357조원 중 156조원을 외국인이 가지고 있는 셈이다.
외국자본의 잠식률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금 확보를 높이고  이것이 다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올 1/4분기 현금비중(현금 및 현금등가물/총자산)은 2000년 4.6%대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8.2%를 기록하고 있다.(표2)
이들 외국자본 중 95%가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혹은 투기성을 배제할 수 없는 증권투자 자본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가급락으로 인한 단기자금 이탈은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고 일부 CEO는 기업가보다는 관리자 역할에 치중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승일 교수(국민대 경제학부)는 “외국 자본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이익을 쫓다 보니 우리 같은 후발국의 특징을 껴안고 갈 생각을 안 한다”며 “당장 눈앞의 올라가는 주가에만 관심이 있지 5년, 10년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장기적 관점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국내정치 혼란, 내수 경기 침체, 위험 요인에 대한 정부 지원 부재 등 외부 환경의 영향도 크다.

참여정부의 노사관계 및 정치관계 불확실성이 경제정책의 기준과 방향을 자주 바꾸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지원제도와 사회안전망 부족은 도전 정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민들의 기업에 대한 우호적이지 못한 감정과 사회분위기, 갈등과 대립의 노사관계도 부담스러운 문제다.

지난 2002년 대선 이후 지리하게 계속됐던 불법정치 자금과 분식회계 문제는 기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노동계도 ‘차떼기’를 일삼는 기업이 말하는 고통분담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위기극복 동참 호소에 소극적이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노사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기업가 정신과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병훈 교수(중앙대 사회학과)는 “외환위기 이후 나타나는 과소투자 문제를 노사 문제에 따른 결과물로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며 “투자활성화를 통해 중장기 발전을 도모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위기의식 공유, 한국형 모델 만들자
그렇다면 어떻게 침체된 기업인들의 모험정신을 되살릴 수 있을까?
먼저 반기업 정서를 줄여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 이는 기업 스스로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경영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해야 하며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할 때 가능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류지성 박사는 “투명경영을 통해 좋은 상품을 만들고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의 일면”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환경과 지역사회 발전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활한 기업활동을 위한 정부의 환경 조성도 시급하다.

성장 동력 산업에 대한 정부 부처간, 지방정부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장기간 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 집중 지원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위험요인에 대한 보증과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경총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의 근본적인 목적은 이익 창출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규제를 정리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사가 현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절실하다. 원인을 공유하지 못하면 해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박사는 “노사가 현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교육 훈련 투자를 통한 인적 자원 개발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위기 의식을 반영해 노사정 경제주체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지난 2월 노사정위원회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인 일자리 없는 성장, 비정규고용의 양산 및 청년실업 등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통합적 해결책으로 ‘일자리 사회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한 상생의 노사관계 확립을 통한 경제성장과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대타협을 마련하기 위해 노사정대표자회의가 만들어졌다.
이것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노사정 모두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기업의 이윤창출을 위한 투자확대와 고용창출이라는 당연한 경제활동을 넘어 기념이 지역 발전과 생활 공동체 형성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이병훈 교수는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소비 진작, 지역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 다시 기업 이윤을 확대시켜준다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