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제조업 일자리 위기에 대한 유럽의 대응
전통제조업 일자리 위기에 대한 유럽의 대응
  • 승인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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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에서 제조업의 해외이전을 막기 위한 노사간 빅딜이 확산되고 있다. 이 빅딜의 형태는 대부분 추가수당 없이 주당 노동시간을 최소 1시간에서 최대 5시간까지 늘리는 것이다. 이 합의가 이루어진 기업들은 체코·헝가리 등 인건비가 싼 지역으로의 공장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의 다임러크라이슬러 공장에서는 7월 중순 2주간 독일 지사의 공장 이전 경고에 반대하는 파업과 시위가 이어졌다. 이 가운데 회사 경영진은 지역 공장 비용을 5억유로 절감하는데 노조가 동의하면 자신들의 임금도 삭감할 의사가 있다고 발표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한 회사측의 주요 제안 가운데 하나는 노동자들이 1973년 파업 이후 보장 받아 왔던 시간당 5분의 유급휴게시간 (paid break time)을 줄이는 것이다.


6월에는 제품 및 엔지니어링 회사인 지멘스(Siemens AG)사의 독일 북서부지역 전화수리설비 노동자들이2000개의 일자리를 저임금의 헝가리 지역으로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 급여 없이 노동시간을 35시간에서 40시간으로 연장하는데 동의했다.


노동시간 연장에 대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공장 이전을 막고 지역민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대타협’이라는 의견과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굴복’이라는 의견은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러나 독일 내에서도 노동시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슈피겔지가 독일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57%가 당분간 주 40시간 근무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프랑스 중도우파 정부도 프랑스 경제가 장기 침체를 보이자 전임 사회당 정부 때 도입한 주 35시간 근무제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당장 과거의 주 39시간 근무제로 돌아가기보다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독일 자동차부품업체인 보쉬가 노동시간 연장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다. 
보쉬의 프랑스지사 경영진은 경영난을 이유로 ‘추가임금없는 노동시간 연장’과 ‘생산공장의 체코 이전’ 등 두 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노조에 요구했다. 또 생산공장을 체코로 이전하면 2007~2008년 사이 300명 규모의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여러 논란 끝에 이 공장노동자 820명은 압도적 찬성으로 노동시간을 현재의 주당 35시간에서 1시간 늘리는 데 동의했다. 노조측은 경영진의 노동시간 연장요구에 대해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70%, 반대 2%, 기권 28%로 노조원들이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7월 19일 발표했다.


프랑스에서 노동자들이 추가임금 없이 노동시간 연장을 수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이는 악화되고 있는 고용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유럽에서 노동시간 연장 논란은 이제 시작되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제조업 공동화 문제가 노사간의 쟁점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우리 사회에서도 노사 모두의 전략적 선택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