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 정치권ㆍ노동계 책임”
"비정규직 문제, 정치권ㆍ노동계 책임”
  • 권석정 기자
  • 승인 2009.07.01 17:22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영희 장관, 비정규직법안 관련 강력 비판
정부는 도의적 책임 밖에 없다?

▲ 현행 비정규직법이 실제 적용되는 1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동부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땀을 닦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비정규직법안 개정에 둘러싸고 여야와 노동계가 첨예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노동부 이영희 장관이 정치권과 노동계에 책임을 묻고 강력히 비판했다.

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장관은 “오늘부로 비정규직 사용제한규정이 시행됐고 실직을 구제할 수 없게 됐다”며 “비정규직 근로자의 실직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정부가 기업에게 정규직 전환을 강요할 수도 없고 법 개정을 전제로 한 정규직전환지원금도 집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비정규직법 논의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현 사태에 대해서는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먼저 정치권의 행보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장관은 “정치권에서 정부가 제시한 법률안을 무시했는데 유예안이 정부안보다 나은 것이냐”며 한나라당에서 비정규직법안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지를 보이며 노동계와 활발히 접촉 중이라고 들었는데 정작 자신들끼리의 당론도 모으지 못했다“고 여당을 비판했다.

비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노동계로 이어졌다.

이 장관은 “정부가 4월 1일 내놓은 법률개정안은 상임위원장의 상정거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며 “추미애 위원장이 노동단체를 데리고 합의를 한다고 했는데 두 양대 노총이 입법기관이냐? 노동계와 합의하지 않는 한 비정규직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의견에는 근본적으로 찬성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특히 정규직 중심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규직 전환만을 주장할 뿐 당장 일자리를 잃을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조직의 입장만을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장관은 “지금은 ‘누가 옳으냐’,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를 놓고 싸우기보다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지금 정부가 항구적인 대책을 내놓기는 힘들지만 정치권에 조속한 결단을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중 “책임은 정치권에 있고 노동부장관에는 책임이 없는가? 비정규직법이 시행될 때부터 현 사태가 예견이 됐었고 대책마련 없이 법 적용 전에 개정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문제제기가 나오는데 노동부는 도의적 책임만 있는가”하는 질문에 이 장관은 “취임 전부터 비정규직법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었고 취임 후 계속 문제제기를 했지만 국회에서 계속 무시했다. 사실 노동부는 나름의 노력을 계속 했지만 성과가 별로 안 나타난 것”이라며 “그동안의 과정을 통해 비정규직법이 실질적으로 정규직으로의 전환효과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개정안을 주장한 것”이라며 ‘비정규직 사용기간 4년 연장’에 대한 미련을 표시했다.

한편, 이 장관의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책임회피를 하는 것이 아니냐’, ‘스스로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하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현재 여야를 비롯해 경영계, 노동계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으며 궁지에 몰리고 있는 이 장관의 “전환효과가 없다”는 예견이 어디까지 맞아떨어질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