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단협, 온통 위법?
지자체 단협, 온통 위법?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9.07.0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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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유급 전임자·근무시간 조합 활동은 위법
공무원노조, “독소조항으로 공무원 길들이기”
행정안전부(장관 이달곤, 이하 행안부)가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무원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이 위법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대대적인 선전에 나서고 있어, 시국선언을 추진하려는 공무원노조들에 대한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 5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 중 공무원노조와 단체협약이 체결된 97곳에 대해 단협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단협에 위법 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다. 노동부가 지난 3월, 단협에 위법 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발표한 적은 있지만, 행안부가 각 지자체에 대한 단협을 분석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안부는 이 발표에서 단협에 포함된 위법 사항으로 ▲ 유급 전임자 인정 ▲ 근무시간 중 조합 활동 인정 ▲ 가입 금지 대상자의 조합원 자격 인정 등을 지적했다.

행안부는 조사 대상 97곳 중 78곳의 단협에서 유급 전임자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들 전임자들이 휴직하지 않은 채로 조합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현행 공무원노조법상 전임자에 대한 휴직 처리 규정을 위반한 조항이라는 것.

또 조사 대상 중 92곳은 근무시간 중 조합 활동을 인정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공무원노조법은 ‘공무 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조합 활동은 근무시간 외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아울러 행안부는 공무원노조법이 해고자 등 가입 금지 대상자에 대해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일부 지자체 단협은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자에 대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법보다 폭넓은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도 위법 사항으로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정헌재) 정용해 정책실장 겸 대변인은 “공무원노조들이 시국선언을 추진하는 등 비판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이에 대한 길들이기 아닌가 생각한다”며, “행안부는 공무원노조가 마치 중대한 불법이나 저지르는 양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손영태) 정용천 대변인도 “관례적으로 인정돼 오던 사항들까지 불법으로 몰고 있다”면서 “근무시간 중 조합 활동 금지 등 ‘독소조항’을 악용해 무리하게 법을 적용하려 하는 것은 공무원노조들을 탄압하기 위한 것으로 일일이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이 유급 전임자 불인정, 근무시간 중 조합 활동 금지 등 공무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해 노동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행안부의 이번 발표가 향후 시국선언을 추진하려는 공무원노조들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경북 칠곡군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박세문)은 지난 7월 2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3개 공무원노조들이 추진하고 있는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가칭)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통합공무원노조가 가시화되면 개별 공무원노조들의 합류에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