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모두 살리는 주5일제 협상하기
노사 모두 살리는 주5일제 협상하기
  •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 승인 2004.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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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평소 잘 아는 모 자동차회사의 임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노조에서 대의원대회를 통해 올해 임ㆍ단협 요구안을 확정하였는데, 수십 개에 달하는 요구안 중 어디에도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금년 임ㆍ단협의 최대쟁점이 주5일제 관련사항인데, 왜 그 회사 노조는 이에 대해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노조입장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단협에 의해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으므로, 기존의 단협을 그대로 유지ㆍ고수하는 것이 최고의 임ㆍ단협 전략이기 때문에 굳이 이에 대해 미리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무노조 사업장에서는 취업규칙의 개정으로 비교적 순조롭게 근로시간 단축의 제도화가 이루어지겠지만 유노조사업장에서는 단협개정이라는 피할 수 없는 노사협상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 주5일제와 관련하여 노사간 Win-Win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까.

 

먼저 Win-Win 협상은 협상이슈와 관련하여 원칙을 분명히 정리하고 이에 공감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렇다면 근로시간을 단축한 당초의 취지를 다시 되새겨 보자. ‘장시간 근로의 해소’,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기업부담 경감을 위한 근로조건의 조정’이라는 원칙에 공감하고 이를 협상과정에서 수용해야 한다.

 

노사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러한 원칙에 공감한다면 협상과정 즉, 문제해결 과정에서 장시간 근로의 해소는 ‘실근로시간의 단축’으로,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은 ‘주5일 근무제’와 ‘임금보전’으로, 기업부담경감을 위한 근로조건의 개선은 ‘기존 휴일·휴가제도의 조정 등’이라는 문제해결 대안이 나타날 것이다.


두번째는 상대방을 나의 문제해결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하여 노동조합 요구의 1순위에 해당하는 것이 임금보전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노조집행부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인 사용자가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가장 큰 관심사인 노동생산성 향상은 결국 상대방인 노동조합이 문제해결자의 역할을 맡아줄 수 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협상태도는 Win-Win 협상을 가로 막는 장애가 될 뿐이다.


셋째, 입장이 아닌 이해관계 중심으로 협상해야 한다. 입장(position)이란 이슈에 대해 노사가 각자 자기입장에서 상대에게 하는 주장을 말한다. 주40시간제와 관련하여 사용자측의 입장은 개정법의 내용대로 단체협약을 개정해야 하며,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임금보전을 해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노동조합은 개정법 자체를 개악으로 규정하고 근로조건의 저하없는 주5일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처럼 노사 양측이 주장하고 있는 입장에 근거하여 협상에 임한다면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없으며, 협상력에 따라 전부 아니면 전무 (All or Nothing)의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반면에 이해관계로 접근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해관계(interests)란 입장을 주장하게 된 배경이나 입장 뒤에 숨어있는 다양한 관심사항을 뜻한다. 주40시간제와 관련하여 사용자측의 이해관계는 노동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이라면 노동조합의 주요 이해관계는 임금보전이라고 할 수 있다. Win-Win 협상은 입장의 주장이 아니라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협상기법이므로, 상반된 입장 뒤에는 항상 공통된 이해관계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노사양측의 이해관계의 핵심인 임금보전과 비용절감을 동시에 이루어낼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options)을 찾을 수 있으며, 개발된 많은 대안 중에서 자사의 실정에 적합한 ‘최선의 대안’(BATNA)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Win-Win 협상이다.


주5일제 협상에 있어서 임금보전과 함께 비용절감을 위한 연·월차휴가 등의 조정이 이해관계의 핵심이자 노사가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최우선 해결과제이므로, 이를 서로가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세부적인 협상을 진행해 가는 패키지 협상도 유용할 수 있다.

주40시간제, 나아가 주5일제를 도입하면서 입장 교섭이나 분배적 교섭에 치중하여 임금조정이나 작업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근로시간 단축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Win-Win 협상으로 주5일제의 파도를 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