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으로 뛰는 초국적 자본, 국민경제 농사 망친다
사방으로 뛰는 초국적 자본, 국민경제 농사 망친다
  • 승인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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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동자 1년새 5만여명

증권노동자 2200여명 거리로 내몰려


초국적 자본이
한국경제를
집어삼키고 있다.
단기 이익에
급급한 이들 초국적 자본은
기업의 장기적 발전에는
관심이 없다.
‘웰컴 투 코리아’를 
외치며 반겼던
외국자본이
이제 한국 경제의
대동맥인
금융산업을 장악하고
금융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뿌리 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잘 익은 곶감 빼먹기
지난 6월 15일 브릿지증권 주주총회장, 유상감자안이 신속하게 처리됐다. 브릿지증권은 이날 결의를 통해 전체주식의 67.6%(1억5000만주)를 감자함으로써 자본금은 2296억원에서 796억원으로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유상감자를 통해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홍콩자본 BIH는 주당 1000원씩, 총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유상감자처럼 힘든 과정이 아닌 배당액을 높여 이익을 챙기는 행위도 늘어나고 있다. 외국 자본인 파마(PAMA)가 대주주인 메리츠증권은 올해 207%, 작년에는 1432%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배당성향이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당기순이익의 2배, 14배의 금액을 배당금으로 챙겼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배당된 돈은 지난해 국외로 13억4천만 달러가 송금됐다. 2002년 6억4천만 달러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국부가 손쉽게 유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없어진 책상, 길거리에 내몰린 금융인
외국자본의 금융권 장악은 외환위기 이후 안정을 찾아가던 금융 노동시장에 인력감축이라는  칼바람을 다시 휘몰아치게 하고 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통화 금융기관 전체 종사자수는 2001년 17만명 수준에서 2002년 12만명으로 1년 만에 약 5만여명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하나은행이 서울은행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희망퇴직 형태로 450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또한 지난 3월 2일에는 금융권 최초의 정리해고가 단행됐다. 외환은행이 외환카드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노사가 합의한 전체 희망퇴직 수준을 당초 35%에서 33%(219명)로 낮추되 모자라는 8명에 대해서는 인사고과 등 근무 평가에 따라 별도로 대상자를 선정해 정리해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금융기관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비정규노동자의 비율이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고용불안정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 비정규직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텔레마케터·콜센터·사무보조 등 하위직 여성노동자를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경제연구소 하익준 연구원은 “해외투기 자본이 은행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근무형태와 임금체계 변경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외국계 금융사의 인원감축은 증권업계에도 불어 닥치고 있다. 유상감자를 통해 기업 규모를 줄였던 브릿지증권도 7월과 8월, 19개 점포를 폐쇄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전체직원 550명중 32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상태다.
푸르덴셜투자증권도 8월 중순을 기해 전국 15개 지점 폐지를 단행하기로 했다.

 

이는 전체 지점수의 17%를 웃도는 수치로 인원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메리츠증권과 하나증권도 전체 직원의 40%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항시적인 고용불안을 야기하고있다.


한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국내 증권사의 임직원은 43개사 3만1680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 3만3878명에 비해 2198명이나 줄었으며 올해 들어서만 882명의 종사자가 증권업계를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노조 이정원 위원장은 “금융종속화, 인원감축 위주의 구조조정, 단기적 시세차익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해 투기적, 단기적 자본의 이동에 통제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국적 자본이 넘치는 대~한민국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말 국내 상장주식의 13.0%(시가총액 기준)에 불과했던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은 2003년말 40%를 넘어서고 올해 5월말 현재 43.5%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자본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면서 국내 주가가 외국 투자자들의 매수, 매도에 휘둘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 투자의 단기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회전율이 지난 1996년 53.8%에서 올해는 89.2%로 크게 증가했다. 매매회전율이 높을수록 단기투자 경향이 강해지면서 보유규모에 비해 많은 거래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수부진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아진 우리 경제의 경우 외국 자본의 유출입이 커지는 것은 대외충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중국 총리가 긴축재정을 발표한 지난 4월 29일 국내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6.42포인트(2.93%)나 떨어진 875.41에 마감해 900선이 무너졌으며 미국 금리 인상 등과 겹치면서 7월말 현재 750선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쇼크로 한국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외국 자본의 불안정 확대는 결국 경제여건과 관계없이 환율 급등락을 초래하고 주가 변동성을 확대시켜 주식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경영권 인수를 노린 단기자금 유입이 증가할 경우 경영권 방어를 위한 비용증가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보인다. 국내 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이 올해 41조원을 넘어서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부연구위원은 “시세차익만을 노린 단기성 주식자금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는 등 단기자금의 급격한 유출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점유율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외국인 점유율은 2002년말 기준으로 20.9%, 증권사는 11.6%에 이른다. 이는 외환위기 이전인 1997년에 비하면 은행은 30배, 증권사는 3배가 증가한 셈이다.
이러한 외국 지분율 증가는 아직도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 우리 금융산업과 국민경제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제일, 외환, 한미 등 외국계 은행들 뿐 아니라 외국 지분율이 60~70%를 상회하는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이 모두 소매영업에 치중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금융권의 고율배당 등 단기 업적주의는 결국 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인천대 이찬근 교수는 “외국자본이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며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재투자하도록 하고 인력을 키우는 데 과감하게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