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제 정보가 새고 있다
국민경제 정보가 새고 있다
  • 승인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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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중개 상위 10개사 중 9개 외국계,

컨설팅도 외국자본이 주도



국내 산업정보가 줄줄이 새고 있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생기는 일이다.

현재 국내 인수합병(M&A) 주선은 외국계가 독식하고 있다. 국내 M&A시장은 지난 2000년 703건(비공개법인 포함), 2003년 589건이며, 시장규모로는 1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중 규모가 큰 M&A 중개 및 자문은 외국 투자은행들의 몫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M&A 중개 실적 상위 10개사 중 9개사는 외국계로 나타났다.
건당 수수료만 수십억~수백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M&A를 외국계 회사들이 독식함으로써 국부 및 산업정보 유출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시중은행과 증권보험업 등 금융권을 비롯해 대우종합기계, 쌍용자동차 등 알토란같은 국내 기간산업의 매각작업을 진행하는 기관은 외국계 투자은행 일색이다. 한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실제로 많은 일은 하지 않으면서 엄청난 수수료와 산업정보를 챙겨 빠져나가고 있다”며 “매각주간사를 선정하는 채권단이 외국계에 무조건적인 점수를 주는 경향이 많다”고 밝혔다.


더욱 큰 문제는 실사를 거치는 동안 기업의 영업-회계, R&D, 전략 등 모든 분야에 대해 정보가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계 M&A 주간사가 마음만 먹으면 매각작업 과정에서 얼마든지 ‘장난을 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의 장기적인 전략과 비전을 제시해 주는 컨설팅시장 또한 해외 산업정보 유출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현재 국내 컨설팅 업체들은 대략 2000개, 하지만 국내 주요 기업들의 컨설팅은 외국계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오랜 활동에서 오는 브랜드 가치와 풍부한 전문 인력, 체계적인 시스템 등이 외국계 업체를 선호하는 요인이다.
한국컨설팅협회 이광우 부장은 “국내 업체의 경우 입찰과정에도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외국계 업체 선호현상을 꼬집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과 산업정보 유출을 규제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한양증권 노동조합 권태국 위원장은 “제조업의 경우 실사과정에서 핵심기술 등에 대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로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이 세계 상위권에 들어간 지금 이러한 정보 유출은 국민경제에 큰 폐해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술 경쟁력은 세계 102개국 가운데 미국-핀란드-대만-스웨덴-일본에 이어 6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부문의 해외자본 잠식이 높아지는 지금 국내 산업을 보호, 육성한다는 차원에서도 국내 투자은행, 컨설팅 업체의 선진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또한 개별 기업 차원에서 보안전문요원 확보 등 영업비밀에 대한 보완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산업연구원 조윤애 연구위원은 “의도하지 않은 기술,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공동 연구, 컨설팅 의뢰 등에서 보안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