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벤치마킹하는 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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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와혁신
  • 승인 2005.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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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이 부사장 보고 노조위원장이라고 하고
노조위원장 보고 인사담당 임원이래요”
한국휴렛팩커드 문제남 노조 위원장 - 임광동 부사장

▲ 한국휴렛팩커드의 임광동 부사장(오른쪽)과 문제남 노조 위원장은 매일 만난다.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낳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국휴렛팩커드노동조합을 방문했을 때, 노동조합의 문제남 위원장은 “조합원들이요, 저보고 인사팀 직원이래요”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늘 노무인사 담당자와 만나고 있는 노동조합 간부들조차도 ‘회사 관계자와 가까운 사람’이라는 시선을 극도로 경계하는 우리 노사문화에서 농담으로라도 하기 힘든 말. 그런데 인사담당 최고 책임자인 임광동 부사장실에서도 같은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직원들이 우리 부사장님더러 노조위원장이래요.”

직원들의 이런 평가는 노조와 회사가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이런 평을 듣는 걸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

문 위원장과 임 부사장은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만나서 대화를 나눈다. 꼭 대화의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일하다 담배 한 대 생각이 절실하면 노조사무실로, 부사장실로 전화를 건다. “1층에서 담배나 한 대 피웁시다”

이렇게 일상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되다보니 서로 간에 불필요한 오해가 있을 수 없다는 게 문 위원장의 설명이다.

“어젯밤에 우리 임 부사장님 누구하고 술 먹었는지를 알 정도니까요, 일상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되니까 교섭 때 서로 괜한 힘을 빼는 일이 줄어들어요.”

이들 노사는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고 있다. 경쟁의 목표는 전 직원의 삶의 질 향상. 직원의 삶의 질과 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노사가 따로 없다는 설명이다. 임 부사장은 직원들의 고충도 빠른 해결에 초점을 두지 누구를 통했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저나 우리 인사팀 직원 모두 직원들의 고충을 실시간으로 듣기 위한 메일을 항상 열어놓고 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직원들은 조합이 편한지, 어려운 일 있으면 조합을 많이 찾죠. 섭섭하긴요, 누구한테 말하면 어떻습니까.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어려움을 빨리 처리해주는 거 아닌가요.”

분규를 겪고 있거나 노사관계가 좋지 못한 기업의 노사담당자를 위해 조언을 부탁하자 두 사람은 공동으로 하나의 해법을 제시했다.

“외국기업이라고 뭐 특별히 다를 게 있겠습니까. 역시 문제는 신뢰죠. 지금 우리회사 노사관계가 좋다고 해서 노사간 신뢰가 100%라고 말하면 거짓말이에요, 그런데 50%였던 걸 90%로 끌어 올렸다면 맞죠. 이거 하루아침에 된 거 아닙니다. 어떤 문제가 잘 안 풀릴 때 자기가 늘 풀던 방식으로, 늘 고집하던 시각으로 바라보면 잘 안 될 때가 많아요. 오히려 나랑 아주 반대가 되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과 얘기해 보면서 답이 나올 때도 있거든요. 우리에게 비결이랄 게 있다면 바로 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