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망대] 봄은 깊어가건만…지난해 이어 올해도 건설경기 '꽁꽁'
[산업 전망대] 봄은 깊어가건만…지난해 이어 올해도 건설경기 '꽁꽁'
  • 백성준_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 승인 2005.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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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일단 멈춤’ 수익 ‘수직 하강’ 총체적 난국

2005년 들어서도 우리 경제는 미진한 소비회복과 설비투자 회복으로 자신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전망지수 등 일부 심리적 지표들도 개선되다가 다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물가 부담과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 둔화는 경제전망을 다시 어둡게 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주택 분양경기가 크게 위축된 여파로 올해는 건설투자가 감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에 정부는 건설경기와 IT 경기회복 중심으로 종합투자대책을 마련했고 대책의 일환으로 민간투자사업의 활성화를 서두르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제정,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인데 향후 몇 년간 건설경기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임대주택건설 의무화를 담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 5월 19일부터 적용되면서 주택 건설경기를 계속 위축시킬 가능성이 커졌다.


2005년 국내경제 전망 시계(視界)도 고유가, 환율 하락, 북핵문제 등 굵직한 대외 변수들로 인해 복잡하고 혼미하다. 특히 건설경기 예측은 전망 기관에 따라 상이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최근 건설경기 변동의 주요 요인을 살펴보고 몇 가지 동인(動因)을 중심으로 2005년 건설투자 및 수주를 전망하였다.

 

 

◆ 2004 건설경기 동향 

 

판교·연기·공주 빼곤 ‘바닥세’
공공부문은 최저가 낙찰제 확대로 수익성 위협
고속철 이후 대형 국책사업 없어 물량 ‘제자리’


2003년 10월 29일 발표된 「주택시장 종합 안정대책」으로 인해 건설시장이 급속도로 냉기류를 보이면서 내수경기도 다시금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판교 분양과 행정도시 이전 등의 호재로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고 있으나 기타 지방의 부동산 경기는 아직 회복을 속단하기는 이른 모습이다. 한편, 공공부문도 최저가 낙찰제의 확대로 낙찰률이 50%대로 낮아지면서 수익성도 위협받고 있다.


게다가 경부 고속철도 건설이 종료된 이후 대형 국책사업이 사실상 사라졌고, 정부의 SOC 예산은 수년째 동결되다시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신규 공공공사 수주물량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2004년 건설수주액은 4/4분기에 재건축 수주와 민간투자사업 수주가 크게 증가하면서 전년대비 7.7% 감소에 그쳤다. 2003년에 사상최고치인 102조 원을 기록했던 것에 따른 단순한 통계적 반등 정도로 간주될 수도 있다.


그러나 2003년과 2004년 건설경기의 부침이 재건축관련 법·제도의 변화에 의해 초래된 것이라서 단순히 통계 자체만으로 판단해서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 2003년 건설수주 증가 및 2004년 감소는 모두 재건축·재개발 부문에서 발생하였다.

 

2003년 재건축·재개발 수주액은 17조4천억 원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통상 연간 5∼6조 원 안팎의 수주물량이던 것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물량이었다. 2004년에도 전년에 비해서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8조6천억 원이 수주되었으며 전체 주택수주 감소액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그런데 신고된 재개발·재건축 수주물량은 사업의 특성상, 관련법의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당장 사업추진이 어려운 실정이어서 수주통계로는 포착되었으나 유보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시의 재개발 사업은 구역지정에서 사업 착공까지 대략 평균 7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2003년과 2004년의 수주물량을 당장 사업화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물량의 감소뿐만 아니라 수익성에도 타격을 입고 있다. 최저가 낙찰제 공사가 500억 원 이상 PQ대상공사로 확대되었고 민간경기의 위축으로 입찰경쟁이 심화되면서 낙찰률도 계속 50%대에 머물고 있다. 중견업체들이 최저가 낙찰제 시장에서 활발한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낙찰률이 계속 50%대에 머무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중견업체의 수익성 및 경영상태는 악화될 우려가 크다.

 

 

 

◆ 2004년 주요 동인(動因)

재건축·민간투자사업이 흐름 주도
재개발 시공권 ‘공동시행 허용’으로 사업진행 잰걸음
정부 차원 SOC 줄고 민간자본 유치 규모 크게 늘 듯


건축 사업과 연관해서는 수도권 과밀지역 재건축아파트에 대해 개발이익환수제가 5월 19일부터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시행 전에 분양승인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분양승인을 받지 못한 수도권 재건축 단지들 중 일부는 리모델링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재개발 사업에서는 시공권 관련 논쟁이 ‘공동시행 허용’으로 결정됨에 따라 그동안 가수주(假受注) 상태로 진행해 오던 사업들이 합법적인 수주로 포착되고 사업진행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민간투자사업이 전체 건설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4%대에 불과하지만 최근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향후 노인 및 아동복지, 교육, 국방 분야에 대한 정부 지출이 크게 느는데도 SOC 사업에 대한 예산 증가율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실제 2002년 이후 중앙정부 SOC 예산은 16∼17조 원에 동결되어 있다.


정부는 SOC 시설뿐만 아니라 학교, 노인요양시설, 병영막사, 군인아파트 등의 사회기반시설까지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확보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수년 내 우리나라 민간투자사업 시장 규모는 비약적으로 커질 것이다. 기획예산처 자료에 의하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BTL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할 사업 규모는 15개 분야 약 23조 원이며 그 중 2005년에는 약 6조 원 정도 발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일정은 5∼6월에 사업자를 선정하고 하반기부터는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며 교육인적자원부, 문화관광부, 국방부 등이 가장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판교 택지 및 아파트 공급관리대책과 재건축 안정대책(2.17)을 담은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되었다. 판교분양과 관련해서는 당초 2006년 말까지 4회 분산 분양하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올해 11월경 2만호를 일괄분양하는 방침이 세워졌다.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채권·분양가 병행입찰」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기로 정해졌다. 택지는 6∼7월경에 분양할 예정이며 아파트는 11월에 분양할 계획이다. 전반적인 주택 분양시장에서도 올해는 2004년 같은 분양 실패에 대한 우려 및 지연 사태는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 2005년 건설경기 전망

 

지난해에 이어 감소세 지속할 듯
공공 부문 소폭 증가…민간 부문은 큰폭 감소
토목 부문 부진 예상…건축 부문도 줄어들 듯


건설수주는 2004년에 통계적 반락으로 감소하였고 2005년에도 계속적인 건축경기 침체로 인해 6.0% 감소할 전망이다.


발주자별로 보면 공공부문은 연기된 턴키·대안입찰공사 발주 집행과 정부의 경기회복을 위한 건설투자 확대에 힘입어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2005년도 정부 SOC 예산안이 1.1% 증가에 그치고 있어 증가폭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민간부문의 경우, 2004년에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위축으로 크게 감소하였으나 2005년에는 비주거부문이 감소세로 반전되고 주거부문도 계속 감소하여 10% 내외 감소할 전망이다.


공사 종류별로 보면 토목은 2004년에 상반기의 부진을 하반기에 다소 만회하여 0.9% 증가하였으나 2005년에는 지자체 예산 감소 등으로 부진할 전망이다. 건축부문은 주거용 건축이 9.5% 감소하고 비주거용 건축이 8.0% 감소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8.9% 줄어들 전망이다. BTL방식의 민간투자사업이 없다면 더 큰 감소가 예상되지만 하반기부터는 학교, 병영막사, 군인아파트 등에서 종합투자효과가 기대됨에 따라 감소폭이 줄어든 것이다.


건설투자는 2004년에는 최근 2∼3년간 증가한 건설수주 물량의 공사진행에 따라 1.1% 증가하였으나 4/4분기부터 감소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5년 연간으로는 정부의 종합투자대책에도 불구하고 0.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의 건설수주 증가가 주로 건축부문에서 발생하였는데 건축공사는 토목공사에 비해 공사기간이 짧아 공사물량의 감소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어 건설투자 감소가 더 빠르게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건설수주가 2004년에 격감하였고 2005년에도 계속 감소할 전망이므로 2005년에 건설투자의 감소세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건축투자가 비주거용 건축투자의 큰 감소로 2.6% 줄어들고 토목투자는 1.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거용 건축투자는 2004년에는 3.1%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2005년에는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비주거용 건축투자는 오피스텔, 오피스의 과잉공급과 내수 회복 부진으로 감소세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경기 전망의 시사점

2005년에는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만이 아니라 동행지표인 건설투자도 감소할 전망이다. 건설기성액이 2005년 1분기에 3.0% 증가세를 유지하였으나 신규 현장이 감소하고 있어 증가율이 둔화되고 건설투자도 감소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건설공사의 초기 공정에 투입되는 철근 및 레미콘, 시멘트 출하량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시공업체뿐만 아니라 설계, 자재 업체 등 건설관련 유관산업들의 경기도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른 내수가 부진한 우리 경제 상황에서 건설투자 위축은 단지 건설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현안이 되고 있다.

재건축주택 등 민간부문 위축으로 공공부문 수주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부 예산을 보면 사회복지비용 지출의 소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SOC 증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민간투자사업을 통한 건설투자 확대를 꾀하고 있으나 절차가 복잡하고 소요되는 시간도 길어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결론적으로 건설관련 업계는 건설수주물량 감소 및 수익성 저하, 높은 건자재가격, 소음 및 공기 등 환경기준 강화 등으로 성장성과 수익성 양 측면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 직면하여 건설업체는 수주 영업력의 강화와 더불어 원가절감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이 건축설계 및 자재 등 유관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도모하고 생산성 및 수익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설계, 시공, 가설, 건자재 등 유관 업계 간의 상호 동반자적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유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