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가족대책위, 한나라당 기습 점거
쌍용차 가족대책위, 한나라당 기습 점거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9.07.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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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물·식품 반입 위해 노력 … 공권력 철수는 어려워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6층 회의실에서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회원들이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의 공권력 투입중단과 정리해고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가 한나라당사를 기습 점거해 공권력 투입중단과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다 자진 해산했다.

가족대책위 회원 7명은 24일 정오께 한나라당이 입주해 있는 여의도 한양빌딩 지하를 통해 한나라당사 6층으로 올라가 회의실을 점거한 후, ‘쌍용차 공권력 투입중단! 살인해고 철회!’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박희태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6층에는 당대표실과 회의실 등이 있다.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쌍용차 가대위를 피해 당사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날 쌍용차 가대위가 당사 안으로 기습 진입한 후 박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하자 한나라당은 박대표가 자리에 없다며 거절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한나라당에서는 당대표 및 원내대표가 자리에 없다며 엄현태 노동수석전문위원이 가족대책위와의 면담에 임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시30분께 박희태 대표가 당사에서 나오는 장면이 포착돼 의도적으로 면담을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가족대책위는 엄 전문위원과의 면담에서 ▲ 단전·단수 해제와 식료품 및 의약품 반입 ▲ 원활한 교섭 촉구 ▲ 정리해고 철회와 파업 조합원 중심의 무급순환휴직 수용 ▲ 공권력 철수 등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엄 전문위원은 인도적 차원에서 식료품과 물, 의약품이 반입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상황 파악 후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노동부에 요구하겠다고 답했다. 또 무급휴직자를 선정함에 있어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뿐만 아니라 전사를 대상으로 희망자를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다만 공권력은 현장 질서유지 차원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교섭분위기가 조성되면 자연스럽게 정리되지 않겠느냐는 입장도 밝혔다.

엄 전문위원은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2,600여 명에 대한 구조조정이라는 법원의 명령을 바꾸기는 어렵다”면서도 “6월 초 900여 명이 남아있을 때 풀지 못한 게 아쉽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또 “파업자 중심의 무급휴직 선정은 무리한 것이고, 무급휴직을 한다면 전사를 대상으로 희망자를 찾아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엄 전문위원은 면담에서 밝힌 내용이 같은 시각 평택에서 진행되고 있던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정 대책회의’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런 생각은 당론이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의미를 확대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 했다.

한편 가족대책위의 점거와 면담이 이루어지는 동안, 한나라당의 요청에 의해 당사 주변이 경찰병력에 의해 차단됐다. 한때 여경 병력이 집결하는 등 연행이 우려되기도 했으나, 별다른 충돌 없이 면담이 마무리됐다.

정부와 경찰, 쌍용차 사측은
평택 쌍용차공장에서 제2의 용산참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7월 22일 쌍용차 공장에 경찰특공대 옥상 투입을 위한 컨테이너가 등장했습니다. 반년 전 용산에서 다섯 분의 철거민들을 죽음으로 내몬 바로 그 컨테이너와 똑같습니다. 소화전도 차단되어 만에 하나 화재라도 발생한다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없습니다. 반년 전과 마찬가지로 저들은 아무런 대비 없이 살인진압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용역과 경찰의 합동작전도 용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진행되고 있습니다. 용역이 경찰의 옷을 입고, 경찰의 방패를 들고 공장안을 활주하고 있습니다.

지금 쌍용차 공장은 ‘전기총’이 난사되는 전쟁터보다 더 참혹한 지옥입니다

기어이 경찰은 국민에게 전기충격총을 쏘는 믿지 못할 일까지 자행했습니다. 경찰과 사측, 정부는 지금 수백 명 노동자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벌써 3번째 공권력 침탈입니다. 사흘째 밤낮없이 계속된 공격에 공장 안에서는 어마어마한 심리적 불안과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연일 헬기를 띄워 신나를 섞은 최루액 봉투를 하늘 위에서 떨어뜨립니다. 스티로폼이 녹아내릴 정도로 독한 최루액이 노동자들의 옷과 살갗을 태웠습니다. 공장 전역에, 심지어 의무실에도 매캐한 최루가스가 가득 차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습니다. 물이 끊겨 따가운 최루액을 씻어낼 수도 없습니다. 밤새 계속되는 사측의 선무방송과 경찰의 고함소리에 한시도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공장 안 노동자 대부분이 소화불량과 만성두통,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주일째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어 매일 주먹밥 하나로 끼니를 해결합니다. 화장실도 제대로 갈 수 없습니다.

무자비한 저들은 의료지원도 막아섰습니다. 최소한의 약품이 없어 지병이 있는 노동자들의 상태는 더욱 나빠지고, 시력을 상실할 위험에 놓인 이들도 있습니다. 22일에는 한 노동자가 경찰이 쏜 테이저건(전기충격총)에 맞아 볼을 관통당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사측은 구급차를 막아 3시간이나 아무런 조치 없이 고통을 견뎠습니다.

의료진이 전해 온 공장 상황은 참혹합니다. 연일 계속된 싸움에서 부상 입은 이들은 50명이 넘습니다. 부상을 입었지만 치료할 수 없어 이대로 가다간 평생 장애를 갖고 살 수도 있는 이들, 상처가 곪아 패혈증의 위험이 있는 이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전쟁 중에조차 부상자가 있으면 적국에 의료지원을 요청할 수가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겠습니까? 이 정부와 경찰, 쌍용차 사측에게서는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정리해고는 벌써 7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우리가 외치는 이 구호는 진실입니다. 해고의 심리적 압박으로 자결한 노동자의 아내, 세상을 보지도 못하고 유산된 아이, 해고의 스트레스와 동료를 공격하라는 사측의 압박에 뇌출혈,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뜬 두 노동자, 목을 매 목숨을 끊은 비정규직 노동자, 자동차에 연탄불을 피우고 자결한 희망퇴직 노동자, 그리고 7월 21일 사측의 압박과 공권력 투입의 고통에 자결한 파업 조합원의 아내에 이르기까지, 벌써 7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들은 공장 안의 수백 명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또 다시 학살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공장 안 노동자들의 불안과 분노가 극에 달했고 공장 안은 인화물질로 가득합니다. 소화전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공권력의 도장공장 진입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이제는 제발 멈춰야 합니다.

쌍용자동차 사태의 책임은 상하이자본과 이를 비호했던 정부에 있습니다

상하이 자본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면서 했던 약속들이 있습니다. 신규투자를 철석같이 약속했던 상하이 자본은 신규투자는커녕 주요 핵심 기술만 유출하고는 튀어버렸습니다. 노조와 많은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정부가 상하이자본에게 쌍용자동차를 팔아 넘겼습니다. 그리고 기술유출과 신규투자를 하지 않아 생긴 쌍용자동차의 부실에 대한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습니다. 상하이자본에게는 모든 면죄부를 주면서 노동자들에게만 해고를 시키는 이 현실에 대해 우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함께살자’는 외침입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책임 있게 나서야 합니다

반년이 지나도록 용산 다섯 열사의 장례도 치르지 못했는데 다시 같은 비극을 맞이할 수는 없습니다. 국민의 생존을 책임지기는커녕 길거리로, 죽음으로 내몰았던 이명박 정부는 다시 평택에서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생존을 빼앗고 끝내 목숨을 빼앗으려 합니다.

63일을 지켜온 옥쇄파업투쟁입니다. 72일을 지켜온 굴뚝농성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함께 싸우고 함께 살려는 소중한 싸움입니다. 우리가족의 보금자리를 지키는 것이고, 우리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려고 하는 싸움입니다. 23조를 4대강 살리기에 쓴다는 정부가 1조만 쌍용에 투자하면 이러한 비극은 막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결단하고 나서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함께 살기위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제발 더 이상의 비극을 막아 주십시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가족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