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노총’, 물 건너 가나
‘제3노총’, 물 건너 가나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7.3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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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철도노조 위원장 선거, 민주파 허인 당선
서울지하철노조 당혹…“계획대로 진행하겠다”

29일 끝난 서울도시철도노조 위원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민주파인 허인 후보가 김남일 후보를 누르고 제10대 위원장에 당선돼 그동안 전임 하원준 위원장이 서울지하철노조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제3노총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30일 서울도시철도노조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위원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기호 3번 허인 후보가 총 투표수 5242표 가운데 2805표(53.5%)를 획득해 2390표(45.6%)를 득표하는데 그친 기호 1번 김남일 후보를 누르고 10대 위원장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허인 당선자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3위를 차지해 탈락한 하원준 후보와 성향이 비슷한 김남일 후보에게 표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위원장에 당선됐다.

허 당선자는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선거 승리의 이유에 대해 “MB정부 하에서 공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폭력적인 관리방식으로 직원들을 내몰다보니까 조합원들이 많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며 “여기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는 나름대로의 이유로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결선투표로 치러진 역무, 승무, 차량, 기술 본부장 선거에서도 4개 본부 모두 민주파가 당선돼 서울도시철도노조 내 세력관계도 역전됐다. 전임 하원준 위원장의 노사협력적 운동방식을 거부하고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민주파의 약진으로 서울도시철도 노사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한편 서울도시철도노조 선거에서 민주파인 허인 후보가 당선되자 서울도시철도노조와 ‘전국지하철노동조합연맹’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서울지하철노조 정연수 위원장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허인 후보의 당선은 정연수 위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제3노총’ 건설에 급 브레이크를 걸었다. 허 당선자는 “제3노총이나 민주노총 탈퇴 후 독자적인 지하철연맹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민주노총과 힘을 합치는 과정이 필요하며, 새로운 연맹이 아니라 전국 지하철노조 통합을 통한 산별노조 건설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지하철노조 이상열 선전홍보부장은 “전임 하원준 위원장처럼 협력은 안 될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우리는 9월 단사 투표, 2010년 1월 정식 발족이라는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지하철노조의 의도대로 되기는 힘들 것이란 게 노동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일단 서울지하철노조 자체가 지난 대의원 선거에서 60% 이상을 민주파가 획득해 지난 17일 ‘전국지하철연맹’ 결성 안건을 부결시켰다.

또한 서울도시철도노조가 민주파 위원장을 선출해 ‘연맹’ 결성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고, 대구, 광주, 대전 지하철노조의 경우 서울지하철노조와 서울도시철도노조의 연맹 결성 추이를 보며 합류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제3 노총’이라 불렸던 ‘지하철연맹’ 결성은 상당기간 밀리거나 관심을 잃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