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제진압 카드 빼들었다
경찰, 강제진압 카드 빼들었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9.08.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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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공장 진입 시도 실패 … 강제진압 강행 땐 대형참사 우려
▲ 4일 오전, 경찰이 헬기와 물대포를 동원한 채 인접 건물 옥상을 통해 도장공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그동안 병력 투입시기를 놓고 저울질하던 경찰이 4일 오전부터 도장공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결국 70일 넘게 지속된 파업에 대한 강제진압에 나섰다.

쌍용자동차 노사간 교섭이 결렬된 지 이틀 만인 4일 새벽 5시30분경부터 경찰은 병력을 증강해 도장공장 진입을 준비했다. 이어 7시30분경부터는 지게차를 동원해 파업 중인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지부장 한상균, 이하 쌍용차지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사측 직원 2천여 명도 이날 정상 출근해 청소와 시설물 점검에 나섰다.

오전 10시께부터 사측 직원 및 용역업체 직원, 경찰이 함께 도장공장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은 도장공장과 인접한 차체2팀 옥상에서 도장공장을 점거한 파업 조합원들과 대치하는 한편, 조립3/4팀 쪽으로도 진입을 시도했다. 하늘에서는 헬기에서 최루액이 쉴 새 없이 쏟아졌고, 땅에서는 파업 조합원을 향해 물대포가 발사됐다.

파업 조합원들은 도장공장 옥상에서 새총과 화염병으로 경찰과 사측 직원들의 접근을 저지하며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소와 TRE동에서 사측 직원들이 발사한 새총에 맞아 파업 조합원이 쇄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같은 시각 정문 쪽에 있던 사측 직원들은 ‘청소’를 실시한다며 정문 밖에서 농성하고 있던 민주노동당 등 정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천막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천막은 30여 분 만에 철거됐다.

경찰은 인근 건물 옥상을 통해 최대한 도장공장 진입을 시도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날 하루 동안 차체2팀과 조립3/4팀 옥상을 통해 진입을 시도했으나 도장공장 진입에는 실패했다. 오후 2시30분경부터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대치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쌍용차지부는 홈페이지에 긴급속보를 올려 “사측의 단수와 가스차단으로 밥조차 제대로 못 먹고 있는 상황에 5시30분부터 시작된 경찰의 침탈로 아침도 굶고,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고 밝혀, 긴박한 상황이었음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쌍용자동차 정문 밖에서는 가족대책위와 민주노총, 올바른 자동차산업 회생을 위한 범대위 등의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공장 안에서는 선무방송이 흘러나왔고, 공장 철책 근처에서는 이들과 사측 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동안 사측의 거듭된 공권력 투입 요청에도 안전문제를 들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던 경찰은 이날 결국 강제진압 카드를 빼들었다. 비록 이날은 도장공장 진입에 실패했지만, 언제든 또다시 진입을 시도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사측의 단전·단수 조치로 소화전마저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의 강제진압이 자칫 대형참사를 불러오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