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모르게, 드라마 속 숨은광고 찾기
알게 모르게, 드라마 속 숨은광고 찾기
  •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 승인 2005.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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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Product Placement)’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여보, 당신 피곤해 보여요. 안데스 산맥 고지대에서 재배한 유기농 코코아 한 잔을 따끈하게 마셔 봐요. 콜레스테롤이 없고…”


만약 아내가 식탁 위에 앉아 있는 남편에게 코코아통을 들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이런 이야기를 건넨다면? 글쎄,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분명 한 편의 광고를 보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 상황은 영화 ‘트루먼쇼’의 한 장면, 트루먼의 부인은 틈만 나면 트루먼에게 이런 범상치 않은 대화를 시도한다. 트루먼의 생활이 트루먼 모르게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는 영화의 줄거리답게 극중 이 부부의 생활은 온통 간접적인 광고로 채워진다.

 


그런데 요즈음의 드라마를 보다보면 곧잘 트루먼과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최근 드라마 MBC ‘신입사원’의 한 장면을 들여다보자. 신입사원인 주인공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화장품사업부의 제품 개발 과정, 주인공 강호와 친구들이 화장품 회사의 제품이름을 생각하다가 협찬사의 제품이름과 매우 유사한 제목을 ‘빙고’ 하고 생각해낸다. 그 이름은 ‘해피크레딧’. 알만한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마련인데 이 이름이 드라마의 협찬사 브랜드인 ‘뷰티크레딧’을 참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바로 나오는 듯 안 나오는 듯한 드라마 속의 간접광고의 세계, 소비자들에겐 15초 CF를 수백 번 방영하는 효과가 있다는 방법이 바로 ‘PPL


(Product Placement)’이다. PPL이란 이처럼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매체에 기업의 상품을 등장시켜 보는 이들의 무의식 속에 상품의 이미지를 심는 일종의 간접광고를 일컫는 말이다.


알게 모르게 파고드는 광고, 드라마 속 간접광고의 백미는 많은 연인들을 ‘애기’로 만들었던 ‘파리의 연인들’이였다. 수많은 논란과 방송위의 제재 속에서도 GM대우자동차(박신양과 이동건의 직장은 GD자동차)-CGV극장(김정은의 직장은 CSV극장) 등은 PPL로 톡톡한 효과를 올렸다.


그래서 요즈음 시청자들은 곧잘 이 드라마를 어떤 브랜드가 협찬했는지 드라마가 끝난 후 협찬 자막을 보지 않고 주인공들의 자동차나 회사명만 봐도 알아채곤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이전엔 주인공의 애용품인 옷, 휴대폰, 자동차 등이 주류였지만 요즈음엔 이런 간접광고의 위력이 꼭 제품이나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다. 제목도 ‘발리’이고 관광명소가 집중 조명되었던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시작으로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도 그 나라나 지역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실제로 앞서 보았던 ‘파리의 연인들’의 배경인 파리는 물론이고 수많은 ‘미사폐인’을 양산했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배경이었던 호주 멜버른도 드라마 방영 이후 관광특수를 누렸다고.

 

그래서 요즈음엔 제작시 관광청의 후원을 받는 드라마도 늘었다. ‘발리 신드롬‘ 이후  ‘황태자의 첫사랑’은 인도네시아, ‘풀하우스’는 태국, ‘홍콩익스프레스’는 홍콩, ‘원더풀 라이프’는 싱가포르 관광청의 지원을 받았는데 대부분 드라마에 등장한 관광명소는 방영 후 곧잘 여행패키지 상품의 인기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어느새 드라마의 주연급으로 발탁된 광고들, 알게 모르게 광고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건 참 매력적인 일이지만 그 노력이 자칫 시청자들에게 너무 상업적으로 비친다면 드라마의 감동도 반감되지 않을까? PPL의 원조격인 영화, 여기서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던 영화장면들을 들춰 보자. ‘천장지구’에서 유덕화가 피우던 그 담배 말보로 레드, 외계인 ET가 지구인 꼬마 엘리엇에게 다가가 친해지고 싶다는 뜻으로 내민 손에 쥐어져 있던 m&m 초코볼, ‘공동경비구역’에서 인민군 송강호가 극찬하던 초코파이, 우린 이런 절묘한 등장을 더욱 감동적으로 떠올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