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ㆍ성명 적어서 찬반투표?
소속ㆍ성명 적어서 찬반투표?
  • 김관모 기자
  • 승인 2009.08.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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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생명노조, 경영진의 노조지배개입 규탄 기자회견
노 “인사불이익 등 조합원 탈퇴 종용” VS 사 "경영위기 무시한 이기주의“

▲ 사무금융연맹 전국생명보험산업노동조합 녹십자생명보험지부(이하 녹십자생명지부)는 17일 오전 녹십자생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이 조합원의 노조탈퇴를 종용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사측을 규탄하는 자리를 가졌다. ⓒ 김관모 기자 kmkim@laborplus.co.kr

지난 2월부터 제기된 퇴직금 누진제 폐기 관련 문제로 난항을 겪던 녹십자생명보험 노사관계가 결국 파국을 맞았다.

사무금융연맹 전국생명보험산업노동조합 녹십자생명보험지부(이하 녹십자생명지부)는 17일 오전 녹십자생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이 노조 선거기간에 조합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합탈퇴 공작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엄연한 노조 지배개입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녹십자생명지부는 지난 7월 28일 퇴직금 누진제 관련 가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후 집행부가 총사퇴해 8월 24일 지부장과 부지부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치르기로 한 상태다.

그런데 사측에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인사불이익, 원격지발령, 보직변경 등을 내세워 탈퇴를 종용해 60여명을 강제 탈퇴토록 종용했다는 것. 녹십자생명지부는 총 조합원이 147명이었으나 사측의 탈퇴종용으로 70여명이 남은 상황이라는 게 지부의 주장이다.

이번 노사갈등은 사측의 퇴직금 단수제 전환 요구로 시작됐다. 녹십자생명보험 경영진은 지난 2월부터 현재의 경영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사측에서 퇴직금 누진제를 단수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교섭을 노조에 요청했다.

이런 사측의 요청에 녹십자생명지부(당시 지부장 박경식)는 퇴직금 누진제 관련 보충협약교섭을 통해 지난 7월 3일 퇴직금 단수제 전환 추진을 가합의했다. 이에 따라 녹십자생명지부는 7월 24일 전체조합원의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나 투표자수 총 130명 가운데 찬성 42, 반대 84, 무효 4로 누진제 폐기안은 부결되고 말았다.

녹십자생명지부 관계자는 “이번 교섭과정에서 사측의 일방적인 합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절차상에 문제가 있었다”며 “그로 인해 많은 조합원들이 교섭과정에 불만을 지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녹십자생명보험(사장 김손영)은 사장경영서신을 통해 “이번 노조의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는 시대적 흐름과 회사 상황을 무시한 채 개인 이익과 기득권만을 주장한다”며 “누진제 폐기를 찬성한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단수제 전환을 먼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심각한 경영위기가 아니라면 인위적인 감원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사장의 진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직원들과 회사 경영여건상 더 이상 지키기 힘들 것”이라며 정리해고 등의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음을 암시했다.

한편 녹십자생명지부는 “조합원 투표기간에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소속과 성명, 주민번호를 기명한 투표를 실시해 동의를 확보한 것은 절차상 위법한 강박행위”라며 “노조선거가 시작되자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퇴직금 누진제 폐지 강제시행과 조합원 탈퇴공작을 자행하는 것에 대해 민주노총과 진보진영 차원에서 저항과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녹십자생명보험지부와 사무금융연맹 간부들이 이번 노동부당행위 건과 관련해 김손영 녹십자생명보험 사장과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본사 정문으로 들어서자 회사측 직원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 김관모 기자 kmkim@laborplus.co.kr

이날 기자회견에는 사무금융연맹 마화용 부위원장과 전국생명보험산업노동조합 제종규 위원장 등이 참석해 교섭단을 구성해 김손영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측 직원들이 이미 면담 요청을 거절하는 공식문서를 전달했다며 완강하게 막아서면서 조합원들과 다소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녹십자생명지부 측 관계자는 “현재 회사의 강압과 우회 전략으로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들에게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증거를 얻어내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증거를 확보하는 대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출해 신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