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기 전 위원장, 선거 출마할 수 있을까?
박유기 전 위원장, 선거 출마할 수 있을까?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9.08.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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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1년 징계 받고 재심 청구 중…재심에 3~4개월 소요

▲ 박유기 현대차노조 전 위원장 ⓒ 참여와 혁신 포토DB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지부의 선거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등 금속노조는 본격적인 선거 체제로 들어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옛 현대자동차노조의 산별전환을 이끌어냈던 박유기 전 위원장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지부장, 금속노조 위원장, 또는 민주노총 위원장까지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한 '잠룡(潛龍)'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박 전 위원장의 발목에는 '족쇄'가 채워져 있다. 지난달 열린 현대차지부 대의원대회의 결정사항 때문. 박 전 위원장이 위원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06년 발생한 노조 창립기념품 납품비리와 관련 지부대의원대회에서는 박 전 위원장에 대해 ‘정권 1년’의 징계를 결정했다.

당시 박 전 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공개사과와 함께 임기 1년 만에 사퇴한 바 있다. 때문에 박 전 위원장은 이미 3년이나 지난 문제를 가지고 이제 와서 징계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지부대의원대회의 징계결정에 불복해 금속노조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문제는 선거가 1달여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결정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여부다.

이 문제와 관련 금속노조 규약은 “심급제도는 재심까지”로 하며, “최종심 결정 시까지 징계결정의 효력은 정지된 것으로 한다”(제76조)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박 전 위원장도 ‘출마는 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부대의원대회에서는 징계가 결정됐지만, 금속노조에 재심이 청구돼 있어 최종심인 재심에서 징계가 확정될 때까지 지부의 징계결정은 정지되기 때문이다. 즉 징계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동안은 현대차지부의 징계결정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금속노조가 박 전 위원장의 재심 청구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징계에 대한 재심은 길면 3~4개월까지도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기간 내에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박 전 위원장이 현대차지부장이나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에 후보로 출마해 당선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지부 대의원대회의 징계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조합원들이 직선으로 선출한 대표자에 대해 징계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아직 박 전 위원장이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금속노조 주변에서 끊임없이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내려진 현대차지부의 징계결정과 그에 대한 재심 청구가 이번 선거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유력후보라는 뜻이기도 하다.

내외부의 복잡한 사정과 현장조직들의 이해가 얽혀 있는 이번 선거에서 소속 지부로부터 징계를 받고 재심을 청구한 박 전 위원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창립기념품 납품비리 사건은?
2006년 5월 현대차노조는 노조창립일 기념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입찰자격 기준에 미달하는 모 업체와 모두 13억 원 상당의 기념품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납품업체의 자금부족으로 기념품 납품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자 노조 집행부 한 사람이 외환은행에 허위 납품계약서를 제출, 이 업체가 은행으로부터 4억 원을 대출 받을 수 있게 해줬다.

결국 납품업체는 부도가 났고 외환은행은 대출금을 현대차노조가 대신 갚아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외환은행의 손을 들어줬지만 현대차노조의 뒤를 이은 현대차지부는 이자만 상환한 채 원금 상환을 미뤄왔다.

그러다가 이번 지부대의원대회에서 현대차지부가 외환은행에 원리금을 상환하고 납품비리에 관련됐던 당시 집행부 간부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또 당시 위원장이던 박 전 위원장의 조합원 자격을 1년간 정지시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