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을 이유로 입을 막으려 하지 말라
신분을 이유로 입을 막으려 하지 말라
  • 참여와혁신
  • 승인 2009.08.3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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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은 국민의 공무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
보편적 기본권으로서의 정치적 자유 더욱 확대해야

이 글은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이 공동으로 보내온 글입니다.

▲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이 출범 2주년을 맞아 개최한 공무원 노동 포럼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공무원 입 막는다고 국민이 모르나?

보통 ‘시국선언’하면 떠오르는 것은 정권이 비상식적인 정책강행으로 사회적으로 깊은 우려감이 있을 경우 지식층과 종교인을 중심으로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기 위한 저항운동을 떠올릴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1% 부자만을 위한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가뜩이나 심화된 사회양극화를 극단화 시킬 우려와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미국산 쇠고기 졸속협상에 분노한 국민들의 촛불저항 운동에 정책 변경으로 화답할 것을 요구하며 공무원노조는 ‘부당지시에 대한 행정거부 운동’,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통해 공무원노동자의 입장을 전달했었다.

정권 2년차로 들어선 지금도 소수 토목건설기업의 이윤을 만들어주기 위해 환경재앙과 국민의 생명줄인 물의 오염을 염려하며 정책철회를 요구한 4대강 살리기를 고집하는 정권, 수차례 대국민 사과를 통해 국민과 진솔한 소통을 약속한 대통령은 어디가고 국민을 적으로 여기며 군사독재시절로 회귀한 정권의 어처구니없는 변모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으며, 전직 대통령을 향한 정치보복 등 일련의 비민주적인 행태에 교수들을 시작으로 전개된 시국선언이 사회 모든 영역에서 전 방위적으로 확대 진행됐다.

이에 행정으로 국민의 안녕을 책임지고 있는 100만 공무원노동자를 대표하는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국민의 준엄한 요구에 대해 국정쇄신의 모습을 보일 것을 촉구하게 됐다.

공무원노조의 국민을 위한 의로운 행동에 대해 정권은 청와대까지 개입하며 국가로서의 최소한의 체신도 저버린 채 억지 근거를 들이대며 고발과 징계를 강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애처롭기까지 하다. 내용에 상관없이 시국선언이라는 제목만으로 제재를 하겠다는 것은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를 위반한 것이며, 구체화되어 외부로 표현된 바도 없는 사안을 구체적으로 판단한 것은 어불성설이고 사전검열로 헌법 21조 제2항 위반하고 있다. 당초 정치활동금지(국공법 제65조, 지공법 제57조) 위반 여부가 논란이 되자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집단행동금지로 몰아가고 있다.

정권의 국민적 신뢰의 기반이 빈약한 것을 알고 있는 터라 국민의 안녕과 국가발전을 행정으로 수행하고 있는 공무원노동자의 반격이 정권에 있어 치명적인 국민 불신을 초래할 것임을 모를 리 없는 정부로서는 시국선언을 막으려는 치졸한 행위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정치적 이슈에 침묵하라는 게 아니다

헌법 제7조 제2항에서 밝히고 있는 공무원노동자의 정치적 중립성의 본래의 의미는 외부의 특정 정치세력이 행정의 공공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에서 공무원의 지위는 ‘사인으로서의 지위’와 ‘국가기관’으로서의 지위가 있음을 전제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국가기관’으로서의 지위에 따른 중립성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사인으로서의 지위’에서의 기본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국가기관으로서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서의 중립성이 의미하는 것은 ‘공무원이 직무 수행을 함에 있어서 특정 정파·정치세력의 입장에 따라 편향돼서는 안 된다’는 직무상의 중립성을 의미하는 것이며, 직무 이외의 영역(사인으로서의 지위)에서조차 항상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거나, 모든 정치적 이슈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판단된다.

공무원노조는 직무집행상의 기구가 아니라 공무원 개개인이 모여 결성한 사적 결사체이고, ‘국가기관으로서의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서의 중립성’이라는 의무의 주체가 아님은 분명하다.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현재의 시점에서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방향은 자본권력 특히 재벌을 중심으로 한 기업권력의 확대를 위해 정치세력을 앞세워 국가권력이 협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국민의 안녕과 복리증진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공무원노동자의 변신은 꼭 필요하고도 절실한 사회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공무원노조를 중심으로 정치세력을 상대할 수 있는 발언력과 강제력을 갖추기 위한 제도적 개선과, 조직적 역량강화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 지난 7월 19일 열렸던 민주회복·민생 살리기 2차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표현의 자유 보장을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노동조합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회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 일상적으로 많은 대외적인 활동들을 수행하고 있고, 이러한 대외적인 활동들은 경제적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이미 사회, 정치, 문화적 영역에서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경제, 사회, 정치, 문화 영역은 서로 확연히 구별되지 않고 중층적으로 상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직선거법이 종래 일반 노동조합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방식에서 허용하는 방식으로 변경돼 온 것도 노동조합의 존립 목적이 더 이상 경제적 활동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노동조합은 이미 정치적 의사표현의 한 주체로 자리매김했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 역시 정당한 활동인 것이다.

정치적 기본권 중 공무원노동자 개개인의 정당 활동,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당한 제약이 불가피하므로 공무원노조의 정당 활동이나 선거운동 역시 제약이 불가피하다고 할지라도, 공무원 개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정당 활동, 선거운동보다 광범위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지방공무원법 제57조 및 복무규정 제9조가 금지하고 있는 정치활동은 특정 정당, 정치단체, 공직선거 특정후보에 대한지지 또는 반대할 목적, 이러한 목적 하에서 ‘투표, 서명운동, 문서 등 구체적인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직분에 의한 기본권 억제는 최소화해야 하며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향유되는 기본권은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공무원노동자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억지춘향식으로 강제하고 있는 집단행동금지 범위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공익 목적에 반하거나 직무집행을 저해’하는 행위로 판단의 근거를 분명히 하고 있음을 본다면 시국선언의 행위가 국민의 공익을 위한 의로운 행위임을 볼 때 관련 법령 위반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21세기 공무원노동자의 사회적 역할이 정권의 시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헌법 제7조1항에서 밝히고 있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국민에 대해 진정한 책임을 지기 위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국가발전을 이루어 민중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인간으로서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기본권의 회복과 적용으로 활동의 폭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