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전국손해보험노동조합 서울보증보험지부
<37> 전국손해보험노동조합 서울보증보험지부
  • 김관모 기자
  • 승인 2009.09.0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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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에 ‘새바람’을
조합원 역량 강화와 조직력 결집으로 불확실성 해소한다
상명하달식 보수문화에서 자유로운 소통문화로

ⓒ 서울보증보험지부
 

서울보증보험(사장 방영민)은 보증보험과 신용보험 업무를 맡고 있는 국내유일의 보증보험회사다. 한국신용평가는 서울보증보험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신용등급을 AAA로 평가했으며 세계신용평가사 S&P도 신용평가 A등급을 매긴 바 있다. 또한 2007년 이후 연간수입보험료 1조 원에 도달했으며, 작년에는 순이익 2,502억 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1998년 IMF 위기 당시 대우그룹의 도산(대우채 사태)과 삼성차 채권 손실로 파산한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의 합병이라는 뼈아픈 과정을 거친 후의 일이었다. 당시 서울보증보험은 55.6%의 정리해고를 단행해야 했고, 예금보험공사(사장 이승우, 이하 예보)로부터 2001년까지 10조2,500억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받았다.

이에 따라 서울보증보험은 작년 순이익 중 75%인 1,876억 원을 예보에 상환하는 등 회사의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영민 사장은 “2012년까지 남아 있는 우선상환주 5,939억 원을 전액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련의 과정에서 절반 이상의 정리해고와 복리후생제도 회사 위임 등 암울한 시기를 보냈던 서울보증보험지부(위원장 최규송)도 다시금 기지개를 펴고 노조활동 정상화에 전념하고 있다.

ⓒ 서울보증보험지부

조합원 역량 강화로 미래를 대비한다

서울보증보험지부는 최근 회사에 교육훈련 예산편성을 요구했다. 앞으로 다가올 민영화와 보증시장개방 문제에 따른 고용불안정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2006년 금융감독위원회(위원장 진동수, 이하 금감위)는 보증보험시장을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총3단계에 걸쳐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위는 “한국 보증보험시장은 서울보증보험 1사가 독점하고 있어 상품개발이 미흡하고 보증보험시장 성장률도 3%대에 불과하다”며 시장개방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보증보험지부 문봉기 수석부위원장은 “앞으로 민영화가 되고 시장이 개방되면 손해보험의 재벌계열사가 보증보험시장을 잠식하려 할 것이 뻔해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보증보험의 공공적 기능이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장개방에 따른 과도한 경쟁으로 회사의 가치가 하락해 회사의 안정적인 공적자금 상환은 힘들 것”이라며 “개인역량을 키우고 기존 경험치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워서 앞으로 있을지 모를 시장개방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 인식에 따라 서울보증보험지부는 개인능력향상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10여 년 간 축적된 경험치를 바탕으로 조합원들이 스스로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한 달에 한 번 씩 분회장들이 모여 교육 주제를 같이 의논하고 집중교육을 벌이고 있다.

ⓒ 서울보증보험지부

조합원 소통, 결국 현장으로

현재 서울보증보험지부의 지역지회는 총 10곳이다. 이 가운데 서울지역에 위치한 지회는 본사를 포함해 강남과 강북으로 총 3곳이며 조합원 수도 전체 인원의 60%에 달한다. 다른 조직들이 그렇듯 서울보증보험지부도 서울지역이 지방보다 조합원들의 밀착도가 떨어진다. 조합원들이 개인주의성향이 강하고 집중도도 떨어지기 때문. 그래서 지역협의회는 회장을 중심으로 쉽게 뭉치지만 서울은 전임간부들이 움직여야 한다.

현재 서울보증보험지부는 ‘위원장 119’라는 사이트를 통해 위원장이 조합원들의 의견을 직접 듣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또한 서울보증보험지부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을 이용하면 조합원 누구나 무기명으로 자신의 의견을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결국 조합원들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자면 결국 노조가 현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서울보증보험지부의 기본 취지다.

따라서 지부는 매년 창립기념일을 기해 3개월 간 위원장배 족구대회를 열고 분회로 나누어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를 통해 서울 본사나 분회는 친목을 다니고 서로 간 부족했던 의사소통의 기회를 얻고 있다.

또한 회사의 직원가족 초청이나 문화예술공연 등이 있을 때 꼭 지부가 동행해 조합원들에게 노조가 함께 있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한편, 서울과 지방에 래프팅 행사와 섬 여행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을 논의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지부는 조합원들에게 상당한 신뢰를 얻고 있다. 이상훈 사무국장은 “지부가 유니온숍이고 기존 집행부가 임단투 등을 통해 복리후생을 어느 정도 갖춰둔 탓에 조합원들이 지부에 대한 인식도와 기대가 크다”며 “최근에는 회사의 일련 세부사항이나 현황까지 일일이 노조에 보고하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새바람팀’으로 조직문화 선도

작년 위원장에 선출된 최규송 위원장은 선거공약으로 새로운 조직문화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서울보증보험지부는 IMF 이래 코너에 몰리기만 하다가 최근 노조의 위치를 정상 회복하고 있다. 지난 집행부에서 복리후생 원상회복과 급여회복을 이루어냈으며 2006년 보증시장개방반대를 위해 총파업을 벌인 바도 있어 조합원의 조직력이 최고조로 결집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보증보험지부는 작년 하반기에 인사제도개선팀과 미래비전소위원회 외에 ‘새바람팀’을 신설해 회사 내의 조직문화의 폐단을 파악하고 기존 노조의 역할에서 좀 더 선도적인 자리를 점하려 하고 있다.

‘새바람팀’의 운영을 맡고 있는 이상훈 사무국장은 “‘새바람팀’에서는 매년 설문조사를 통해 조직문화의 폐단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있다”며 “작년 조사결과 상명하달식의 보수적인 문화와 부서 간 이기주의가 가장 큰 문제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부는 이런 문제들이 자칫 직원들끼리 파편화되고 형식주의에 매몰돼 파이를 나눠먹으려고 싸우기만 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며, 파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키워내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서울보증보험지부

이에 따라 지부는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노사간 합의를 이뤄내기도 했다. 또한 ‘새바람팀’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사회양극화해소를 위해 매달 조합비의 일부를 모아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문봉기 수석부위원장은 “조직문화를 변화시킨다기보다는 따뜻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2000년도 이후 개인주의화가 돼가는 사회 트렌드 속에서 조직문화를 통해 조합원들이 소외받지 않도록 회사분위기를 다 잡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