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통합집행부 구성 왜 무산됐나
금속노조 통합집행부 구성 왜 무산됐나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9.09.03 15:43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의에는 동의했지만 후보 누구로 할지 놓고 끝내 의견 못 좁혀

금속노조 6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각 의견그룹들은 통합집행부를 논의했으나 끝내 결렬돼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지게 됐다.

후보등록을 1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던 지난 23일, 5개 의견그룹이 모여 통합집행부 구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모인 의견그룹은 전국현장노동자회(현장노동자회), 민주노동자전국회의(전국회의), 현장실천노동자연대(현장연대),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노동전선), 새흐름 등 5개 그룹이었다.

이날 첫 모임에서 이들 5개 의견그룹은 "금속노조의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통합집행부를 구성해 이번 선거를 경선이 아닌 단선으로 치르자"는 데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후보 문제를 둘러싸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논란의 중심에는 박유기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이 있었다. 올 2월 금속노조 내 이른바 중앙파 그룹들이 '전국현장노동자회'를 출범시키고 박유기 전 위원장을 의장으로 선출하면서부터 박유기 전 위원장의 선거 출마는 예상돼 왔던 바였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노동자회를 제외한 다른 의견그룹들이 박유기 후보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의가 결렬됐다. 현장노동자회는 "특정 후보를 배제하고 통합집행부를 구성하자는 것은 통합집행부 구성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퇴장했고, 다른 의견그룹들도 의견이 분분한 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첫 회동을 마쳤다.

이어 지난 26일에는 현장노동자회를 제외한 4개 의견그룹이 다시 모여 통합집행부 구성을 논의했으나 이 자리에서도 통합집행부 구성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회동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현장노동자회는 박유기 후보를 위원장 후보로 내세워 후보등록을 했으며, 다른 4개 의견그룹 중 현장연대만 김창한 전 금속노조 위원장을 위원장 후보로 해 후보등록을 마쳤다. 이 과정에서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박상철 전 현대차 실노회 의장 등이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연대 한 관계자는 "원래 후보로 거론되던 박상철 후보는 다른 의견그룹들의 거부감으로 인해 김창한 후보를 세우게 된 것"이라며 "결국 다른 의견그룹들의 의견을 반영한 후보 인선"이라고 주장했다.

새흐름 관계자는 "새흐름은 이미 지난 선거에서 원칙 없는 이합집산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는 만큼 통합집행부 구성에 대해서 긍정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라면서도 "금속노조의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통합집행부 구성 논의에 참가했지만 결국 후보 문제로 결렬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새흐름은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지 않았고, 논의가 결렬된 만큼 이후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속노조 내에서 가장 큰 세를 형성하고 있는 전국회의가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관련 금속노조 중앙위원회에 참석한 한 인사가 "특별하게 내세울 만한 후보를 인선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이야기했을 뿐 각 의견그룹 관계자들은 입을 다물었다.

다만 다수의 의견그룹 관계자들은 "이번 통합집행부 구성 논의에 대해 각 의견그룹들이 대의에는 동의했지만 결국 후보 문제 때문에 결렬된 것"이라는 데에는 일치된 발언을 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타개책으로 통합집행부를 구성하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촉박한 시간 내에 후보까지 단일화 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려 단일후보 선정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과정이 어찌 됐든 경선으로 치러지게 된 이번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선거 후 집행부 구성은 어떻게 진행될지 금속노조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