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 안배로 힘 빼기, 혹은 여론 평정으로 힘 싣기?
출신 안배로 힘 빼기, 혹은 여론 평정으로 힘 싣기?
  • 김관모 기자
  • 승인 2009.09.0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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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기용, 통합과 개혁으로 친서민정책 드라이브 될까
충청·호남 기용으로 지방선거 역전 노릴 수도

이명박 정권이 새로운 포석을 깔고 정치극의 제2막을 열었다. 이번 극의 히어로는 역시 정운찬 총리 내정자.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켜 서문을 성공적으로 장식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하지만 그 외의 조연들도 만만치 않다. 이귀남 법무부장관 내정자도 고려대 출신이기는 하지만 전남 출신이며, 임태희 노동부장관 내정자는 경기출신으로 나이도 이번 내정자들 가운데 주호영 특임장관 내정자 다음으로 가장 젊다. 출신지역과 학교의 안배, 50대 내각이란 모습으로 막을 연 이명박 극단의 모양새가 갖춰진 셈이다.

이번 개각의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정운찬 내세운 중도 개혁 이미지 선점

먼저 이명박 정권과 정치적 의견이 다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총리로 내정하면서 중도와 통합, 개혁의 모습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특히 정운찬 내정자는 신자유주의와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해온 경제학자이며 중도진보의 이미지를 지녔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탄핵 사태 이후 이해찬 총리를 내정해 이념 구축과 국정장악을 시도했던 노무현 정부의 2기 개각과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정운찬 내정자가 가진 개혁성을 바탕으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친서민정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도 “화합과 실용, 안정 세 가지를 얻은 개각”이라며 “중도실용의 국정기조가 강화되고 친서민정책의 추진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역안배 통한 지방선거 대비

다각도의 지역 안배로 2010년 지방선거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내정자 출신은 경북 2명, 서울 2명, 호남 1명, 충남 2명, 경기 1명이며 전체 내각의 평균 연령도 62.4세에서 59세로 젊어졌다. 이는 출신 안배를 통해 작년 촛불정국과 미디어법 개정,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과감한 힘 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지역 민심을 수습해 2010년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권 출신) 문제를 잠재우고 지역 통합과 친서민정책 추진에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치적인 이슈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8.7%로 상승일로를 걷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끊임없는 변화 추구선언이 어느 정도 성난 민심을 달래고 있다는 반증이다.

친박 배려, 이회창 견제까지

또한, 일부에서는 친박세력과 자유선진당을 견제하고 정책기조를 강화하는 데 충분한 효과가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번 개각 내정자 6명 중 3명이 한나라당 의원이며 이 가운데 임태희 노동부장관 내정자와 주호영 특임장관 내정자는 친이계 인사이며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친박계 인사다.

사회적으로는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선진화를 강력히 밀어붙이는 한편 정치적으로 친박세력을 끌어안아 탕평책을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또한 자유선진당 심대평 의원의 총리 기용 무산에도 불구하고 다시 충청권 출신인 정운찬 전 총장을 내정하면서 충청권의 민심도 얻고 자유선진당도 견제해 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었다는 해석이다.

야당 반응 신통치 않아

한편 이번 개각을 둘러싸고 야당에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대변인실은 “이명박 대통령과 전 총리 내정자는 한복바지와 양복상의를 입은 것 같은 어색한 조합”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주장했던 중도실용의 정치를 실천하기 위해 정 총장을 영입했는지 아니면 대권 후보자를 양성하겠다는 것인지도 헷갈린다”고 평했다.

또한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포장지를 바꾼 예상밖 총리 카드인 것은 사실이나 파탄난 국정에 대한 반성과 평가가 전제되지 않은 매우 미심쩍은 이미지 개각에 불과하다”며 “정운찬 총리가 불통 대통령에 대해 얼마나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개각에 대한 평가와 해석은 극과 극을 오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서 일단 이번 개각이란 제2막의 첫 장은 이명박 정부의 생각대로 파란과 이슈를 불러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국정운영이 대통령 혼자만의 독선으로 치닫는 일인이역이 될지, 소통과 통합으로 이어지는 이인일역이 될지는 두고 볼 문제다.